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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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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구두’ 전성원(38·사진)씨는 온라인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파워 북로거인 ‘바람구두’는 많이 알려져 있다. 인문사회과학에 나름대로 관심이 있다면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http://windshoes.new21.org·아래 문화망명지)에 한 번쯤 들러봤을 것이다.
그의 본업이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이라는 것은 몰라도 상관없다. 우리가 함께 했던 20세기에 대한 앎과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바람구두연방의 망명지기’인 전 편집장이 지난 8년간 ‘꼬마 니꼴라’의 장자끄 샹뻬, 여성주의 사진가 신디 셔먼, 나치의 선전상 괴벨스, ‘반지의 제왕’의 JRR 톨킨, 민족시인 채광석 등 문학·미술·음악·사진·영화 관련 인물을 아카이브로 축적한 것은 교양을 뽐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전세계를 독점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 속에 살면서 그 외부를 꿈꿀 수 있는 문화적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같은 20세기를 살았더라도 기억의 층위가 다른데, 먼저 살았던 사람으로서 20세기의 기억을 전수해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20세기의 기억을 나누겠다고 표방한 이 사이트가 지난 15일 다른 디지털 아카이브 10곳과 함께 ‘2007 정보트러스트 어워드’(주최 정보트러스트어워드 조직위원회)를 수상한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워 보인다.
3000명에 가까운 ‘문화망명지’의 회원들은 이 지적 커뮤니티를 이끄는 힘이지만 여기에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1987년에 세상을 바꾸는 일에 뛰어들었던 기억, 광고회사 직원으로 생활인의 쓴맛 단맛을 다 봤던 과거,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일은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는 전 편집장의 지론이 담겨 있다.
디지털 자료에 대한 개념이 전무하던 2000년, “10년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문화망명’은 햇수로 8년이 됐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논의가 사그라진 듯한 요즘은 고민스럽다. 그래도 시간은 들고 돈은 안 생기는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여전히 분명하다.
“저는 제가 운동가이고, 돈을 받지 않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화망명지를 운영하는 일은 노동이고 봉사이고 공부고 운동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