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비비씨에서 방영하는, 최고 시청률의 장수 드라마다. 한국 드라마로 치면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전원일기. 그러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이스트엔더스는 도시 서민들의 각박한 삶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 같다. 보고 나면 그저 답답하다.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인간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저 사람들이 저기서 아무리 발버둥친다 해도 삶이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우울한 전망은 시청자들에게 더 명백한 것 같다. 고생해서 번 귀중한 돈을 사기당하는 사람이나 그걸 사기 치는 사람이나 다 절실해 보인다. 사기당하는 사람의 무지와 사기치는 사람의 야비함에 화가 나면서도 그걸 이해하게 된다. 이스트엔더스의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나도 이게 잘못인 거 알아. 그런데 나도 어쩔 수 없는 걸 어떻게 해!" 여기다가 한국식으로 대꾸하면, 즉 "그런게 어딨어? 다 마음 먹기에 달렸지!" 라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소리를 하게 되면 그대는 이미 꼰대다. 그리고 꼰대가 될 수 없는 사람들, 혹은 찌질이라 불릴 사람들은 날마다 이 드라마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