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 외서부에 비트겐쉬타인의 "탐구"를 사러 갔는데 "Jean-Paul Sartre War Diaries Notebooks"가 눈에 뜨였다. 이런 책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책 뒷표지를 보니, 사르뜨르는 이 노트에 철학, 문학, 정치, 역사, 자전적 이야기 등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적어놓았다고 되어 있다. 영국에서 비트겐쉬타인에 대한 논문을 쓸 때 생각이 났다. 비트겐쉬타인의 비공식적 육성들(그가 직접 쓴 노트들, 편지들, 구술한 메모들, 그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이 기록해 놓은 노트들 등등)을 참조할 수 없었다면 나는 내가 지금도 그 진리성을 확신하고 있는 나의 작은 논문을 결코 써내지 못했을 것이다. 바로 사버릴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나의 작은 논문을 쓰면서 진행 상황을 어느 정도 이 블로그에 기록해 놓았고, 또 초고의 몇 가지 버전을 나에게 보내는 메일의 첨부 형태로 저장해 놓았다. 그럼에도 그러한 것들의 총합내지 점진적 발전이 완성고를 형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즉, 매일 매일, 매 시간 단위로 진전을 기록하더라도 진전들 사이에, 부정합처럼, 점진적인 방식으로는 도저히 기록할 수 없는 비약이 있을 수 밖에 없음을 나는 안다. 그러한 비약이 없다면 그 작품은, 말 그대로 "ordinary"할 뿐일 게다. 그러한 비약을 통해서 작품은 나에게서 독립한다. 나는 작품에 대해 타자가 된다. 우리는 그 타자성을 추구해야 하고, 나의 경험으로 볼 때 그러한 타자성의 경험은, 역설적이게도 내가 나 자신 안으로 깊게 침투함을 통해서만 이루어 질 수 있다. 그리고 자기 안으로 깊게, 철저하게, 무자비하게 침투해 들어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혹자는 그것을 실존, 고독, 단독자 개념으로 이야기할 지도 모르겠다만... -와, 이렇게 거창하게 이야기하다니! 나는 내가 이룬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그것은 너무도 너무도 보잘 것이 없다) 내가 느낀 타자성의 경험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니까... 양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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