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주 일정으로 한국에 다녀온다.)


스피노자에 대한 나의 책이 완성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은 올덴부르크의 첫 번째 편지 전문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다. 영국 왕립 협회의 서기 올덴부르크는 유럽 업무 여행 중 29살의, 아직 아무 것도 출간하지 않은 유태인 사상가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의 집을 직접 방문한다. 그렇게 스피노자를 인터뷰하고 스피노자와 지속적인 연락 관계를 가져야 겠다고 결정한다. 이 결정의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스피노자의 인품.

둘째, 스피노자가 추구하는 방향에서의 지식. 즉, 제일원리에서 모든 것을 연역해내는 방법론. 다시 말하면 형이상학.


올덴부르크는 영국 과학계의 경험론적이고 실험적인 방법론에 대해 스피노자적인(혹은 데카르트적인) 방법이 어떤 시사를 줄 수 있을 것인지를 궁금해 했다. 그러나 후속하는 편지들에서 스피노자는 올덴부르크를 만족시키는데, 더 적절하게 말한다면, 이해시키는데 실패한다. --- 이는 당연하다. 올덴부르크는 스피노자의 방법론에 대해 알고 싶어했는데 스피노자는 방법론을 아직 완성시키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인즉 스피노자는 죽을 때까지 방법론을 완성하지 못한다. (스피노자가 방법론을 완성시키지 못한 것은 전혀 안타까운 일이 아니라, 스피노자의 철학에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스피노자의 철학이 열려져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과거의 철학자를 현대에 이야기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철학자로 하여금 현대의 문제에 직접 개입하게, 현대의 문제에 대해 직접 말하게 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의 경우는 스피노자가 그의 형이상학을 가지고, 그의 방법론을 가지고 현대의 문제에 대해 직접 말하게 하고 싶다. 나는 스피노자의 정치학 등등보다는 형이상학을 가지고 현대에 개입시키고 싶다. 그것이 나의 기획의 핵심이다. 나의 야심을 달리 표현하자면 이렇다. 나는 스피노자에게 스피노자의 방법론을 완성시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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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18: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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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21: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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