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뺐고 누구는 잃는가 
험난한 삶은 꼭 그래야 하는가  
앞 서서 산 자와 뒤쳐져 죽은 자 
그 모든 눈에는 숨 가쁜 눈물이 

왜 이리 세상은 삭막해지는가 
아 나는 오늘도 간절히 원하지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아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아 나는 오늘도 간절히 원하지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거리로 내몰린 수많은 사람과 
오늘도 여전히 불안한 사람들 
모두들 제각기 제 길을 가지만
난 아직 오늘도 간절히 원하지
내 할 수 있을 때 일하는 세상 
내 일한만큼만 받는 세상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아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아 나는 오늘도 간절히 원하지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누구를 밟고 어디에 서는가 
왜 같은 우리가 달라야 하는가
살아남기 위해 그렇다 하지만 
그 모든 눈에는 고독한 눈물이 

왜 이리 갈수록 지쳐만 가는가
아 나는 오늘도 간절히 원하지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아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아 나는 오늘도 간절히 원하지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내 마음만큼 일하는 세상 
내 일한만큼 갖는 세상
내 마음만큼 일하는 세상 
내 일한만큼 갖는 세상을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

 

작사,곡 연영석 



노래가 안 나오면 여기로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07347572    

 

 어제 오늘 너무 우울해서 기분전환을 하자고 '남쪽으로 튀어'를 읽었다. 12살 먹은 지로와 59년생 히데오의 시점이 절묘하게 결합해 툭툭 내던지는 말들을 곱씹어가며, 재미있었다. 표지를 장식한 상식 밖의 아버지 이치로의 매력에 잔뜩 빠져서, 며칠 전 레디앙의 기사로 알게 된 '붉은 깃발 아래의 맹세'님에 대한 황홀한 연상까지 겹쳐가면서... 이런 사람이 진짜 눈 앞에 나타나면 내 기꺼이 사쿠라가 되리라는 웃긴 의지가 결연히 타오르기도 했다.

 책을 읽을 때면 몰입의 감동으로 곳곳에 밑줄을 긋고는 하지만, 막상 옮겨놓을라치면 이게 뭐? 싶을 때가 종종 있는데... 기억해두자고 그었던 밑줄을 옮긴답시고 책장을 펼치니 이번에도 좀 그랬다. 맥락이 빠진 채 도드라진 문장들은 참 별 것이 아니었다. 역시, 이번에도 책 읽는 동안 이치로 아저씨한테 너무 확 가서 판단중지 상태였던 모양이다. 혁명은 이미 불가능한 시대, 집단은 부르주아건 프롤레타리아건 기득권 싸움에 빠지게 되기 마련이니 좌익운동도 신뢰하지 않으며, 그저 국가와 자본가에 놀아나지 않는 개인으로 오롯이 살겠다는 좌충우돌 이치로.

 낮에 좀 바빴던 터라, 오늘은 또 어떻게 되었나 민중의 소리에 가보니... 포항에선 아주 난리가 아니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그리 끔찍한데, 현장을 생각하니 그렇게 과격한 와중에 있어본 지 한참이건만 그래도 양팔에 닭살이 돋는다. 검게 그을린 낯빛의 늙수그레한 건설노동자분들에게, 국가와 자본의 개가 되지 않겠다며 집구석에서 데굴거리며 입바른 소리를 내뱉는 이치로의 처지는 그야말로 꿈도 꿀 수 없는 상팔자가 아닐까.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당연히, 그분들보다 이치로에 가까운 호시절을 살아가는 중이지만... 거리로 나서지 않으면 그야말로 살 수 없는 사람들의 간절함을 쉽게 저버려서는 안될 것 같다. 그리고 가끔 답답하면 들었던 연영석의 노래 '간절히'가 떠올랐다. 그의 노래들은 내가 좋아하는 청승맞음과는 좀 거리가 있는 터라 그리 열심히 듣는 측은 아니었지만, 간절하고 정직한 노래를 오랫동안 불러온 그가 나는 꽤 미덥다. 물론 가끔은 너무 투박하고 재미없는 노래들이 아쉽기도 하지만, 노래로 이렇게 정직하기도 참 쉽지 않을 것 같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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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8-10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으른 피'라니 너무 땡기는 앨범 제목이에요. 그런데 노래 제목과 가사는 한참 진지해서, 그 묘한 대비에 웃고 말았지요.

2006-08-10 0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its 2006-08-10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오랜만예요..^^ 묘한 대비, 그런가요? 어쩌면 여유라곤 없이 핏대 올리며 사는 사람들보다 이런 분들이 더 질기게(?) 끝까지 싸우시는 것도 같더라구요. 이 아저씨, 잘은 모르는데... 완전 '게으른 피'로 투쟁하는 삶의 주인공인 듯 해요.ㅎㅎ

..님, 제가 워낙 무식해서... '도로남'의 원리랑 비슷한 건가요? 점 하나 차이보단 좀 크지만...;; 음, 맞아요. 감당 못할 우울보단 감당할 만한 실천. 이라고 요즘 생각 중예요. 어차피 그저 걱정이 별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요.

바라 2006-08-27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인사드리네요. 연영석씨 이름을 보니 반가워서-
간절히를 관절이로 바꿔불렀던 옛 생각이 나네요^^;

waits 2006-08-27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절이, 투쟁하는 사람들은 뼈마디마다 간절할지도..
바라님, 저도 반갑습니다..^^

바라 2006-08-27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군요^^

waits 2006-08-27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석이라기보다... 평택도 그렇고 포스코도 그렇고.
나이 드신 분들이 당사자로 싸우는 일들이 많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너를 향하는 뜨거운 마음이  
두터운 내 등 위에 내려앉은 
겨울날의 눈송이처럼
포근하게 너를 안을 수 있다면

너를 생각하는 깊은 마음이 
곁에 누울 수 없는 내 마음조차  
어머니의 무릎잠처럼   
고요하게 나를 누일 수 있다면 

그러나 결코 잠들지 않으리 
두 눈을 뜨고 한 세상의 슬픔을 보리

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에 서서 울부짖을지라도
널 사랑한다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그러나 결코 잠들지 않으리 
두 눈을 뜨고 한 세상의 슬픔을 보리

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에 서서 울부짖을지라도
널 사랑한다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곽재구 시, 작곡 박우진 


노래가 안 나오면 여기로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07308567   

 
 어차피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거고, 나는 나대로 내 할 바를 다 하면 된다고 '입장정리'를 했는데도... 참 어렵다. 물론 그럼에도 내 할 바를 전혀 다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드는 마음일 수도 있지만. '끝내 이기리라' 는 말을 오랜만에 들었다. 끝내... 어쩌면 그 누구도 자기의 한 생에서 달라진 세상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낸 희망의 말은 아닐까. 물론 희망이라는 말 조차도 견디기 위해 나온 말이라고 좀은 생각하지만. 그래도 끝내, 희망, 이런 말들이 주는 위로는 참 눈물 겹다.

 어차피 누구라도 삶의 반경은 공간이건 시간이건 하염없이 확장될 수 없고, 그렇다면 결국 내가 보고 겪고 믿는 틀 안에서의 세상만이 각자의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끝내,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고. 덥다고 덥다고, 아무 일 없이 날씨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 날들 중에 여전히 싸우고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 하지만 그들을 내 비관과 우울의 핑계로 삼고 주저앉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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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검을 투척하는 힘의 논리 앞에
살아있음으로 감사해야하는 힘없는 자들의 아우성
텔레비젼 뉴스, 저녁 식탁에 오르고
가슴근처 구토가 지나간다
내일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오늘인가
무엇을 또 누구를 위함인지는 묻지 않기로 하자
언제나 가진 자의 논리로 완성되어지는 비극의 끝은
그저 흘러가는 역사의 의미일 뿐
아이들의 비명에 눈이 아프다

이 노래를 전쟁으로 인해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영령들에게 바칩니다.


어디까지 걸어가야만 하는 건가
어디까지 계속되어 있는 건가

무엇이 옳고 또 무엇이 틀린 건가 
누구가 그 누구를 위한 건가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까
하늘과 저 붉은 태양의 빛깔을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까
바람에 이는 저 잎들의 소리를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까 
봄이 다가오는 저 들판의 향기를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까
단잠에서 깨어난 아침의 기분을

더이상 더이상 더는
누구를 위한다고는 말하지마
더이상 더이상 더는 
이제 그만 이제 그만 stop the war

 

작사, 곡 강산에 . 나레이션 글 한경혜



 노래가 안 나오면 여기로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07225546

 
 
 날은 무지하게 덥고, 들려오는 뉴스는 온통 마음 무거워지는 것들뿐. 혼자 별 청승맞은 생각에 빠져 있다가도 마주치는 기사들에 한 번씩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봐야 고작 하는 짓이라곤 무기력하게 속상해 하다가 이런 노래나 떠올리고 읊조리는 거지만... 있는 것들, 높은 것들, 잘난 것들. 진짜 그만 좀 해라, 개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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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8-08 0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 갈게요.
너무 속상해하지 마셈~

waits 2006-08-08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냥, 그런 거죠.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2006-08-08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its 2006-08-09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 뭐, 그래야지요. 끝내.

2006-08-09 0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8-0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어보려니 다운로드가 안 되는군요.
천지인도 그렇고.
네이버 블로그에 가도 그래요. 아쉬워라.

waits 2006-08-09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왜 그럴까요... 지금 저 재생해서 듣고 있는데... 이상하다.
그리고 네이버는 언제건 재생이 되길래 이럼 되겠다 했는데... 저도, 아쉬워라.

waits 2006-08-09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혹시.. 알라딘에선 다운로드 말고 그냥 플레이 클릭하면 되는데.
음, 그냥 말씀이~ 다운로드라고 표현하신 거겠죠? 괜히.. 아쉬워서...
(혹시! 언제라도 듣고 싶으시면 주소 남겨주세요. 메일로라도 보내드릴께요.)

2006-08-09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its 2006-08-09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내가 누구냐고  나도 몰라

그런 게 어딨냐고  이럴 수도 있지 뭐

왜 비틀거리냐고  배가 너무 고파

왜 굶고 있냐고  돈이 없으니까


아무리 걸어도 보이는 것이 없어

난 이렇게 배 고프고 더러운데

쉴 곳이 필요해 어디로 가야할까

도대체 내가 있는 여기는 


어딘거야 어딘거야 어딘거야 도대체 여긴

어딘거야 어딘거야 어딘거야 도대체 여긴

 

어디 사냐고  나도 몰라

그런 게 어딨냐고  여기 있지 뭐

잘 곳은 있냐고  물론 없지   

어떻게 할 거냐고  될 대로 되라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는 것이 없어   

난 이렇게 지치고 외로운데     

머물 곳이 필요해 어디로 가야할까

도대체 내가 있는 여기는 


어딘거야 어딘거야 어딘거야 도대체 여긴

어딘거야 어딘거야 어딘거야 도대체 여긴

 

 

작사,곡 오소영 


 

노래가 안 나오면 여기로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07225502     

 

 어제 선생님과 나눈 얘기들 중에 몇 가지가 계속 머리를 맴돈다. 현실과 환상의 구분, 경계, 혼동 혹은 아예 환상을 현실로 삼은 듯한 삶. 이를테면 너무나 약해서 한없이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어떤 사람들의 삶, 그리고 어찌어찌 상징이 되어버린 후에 가려지는 진실과 현실 같은 것들.

 복잡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결국엔 뭐가 현실이고 뭐가 환상인지도 모르겠다는 한숨으로 그 이야기는 끝맺을 수밖에 없었다. 삼십대를 살건 오십대를 살건, 살아가는 일은 다 그렇게 결론나지 않고 늘 헤매이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아주아주 또렷해 보이는 것들이 때로는 가장 불명확한 것이 되어 버린다. 극과 극이 통한다는 말처럼.

 세상 다 필요 없을 것 같은 허무함의 이면에 아교같은 집착이, 한 점 티없이 맑은 영혼의 이면에 너절한 세속의 욕망이 딱 붙어있다한들 사실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시간이 흘러가듯 사람도 흘러가고, 어차피 누구나 사람은 알 수 없는 신비하고 무섭고 또 아름다운 존재니까.

 2001년 마치 하나음악의 건재함을 증거하는 듯 독집 음반을 들고 나타난 오소영, 그녀의 노래들도 벌써 5년을 묵었다. 이따금 '바다'니 '뉴페이스'니 하는 컴필 음반을 감질나게 내놓았던 하나음악의 마지막 소식은, 작년 가을의 광명음악밸리 축제였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전 고찬용의 솔로 음반이 곧 나올 거란 소식을 반갑게 들었는데, 아직이다. 솔직히 그들과 열심, 몰두, 집중 이런 건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새로운 노래를 들려줄 준비를 하는 중이면 좋겠다. 정말 대체 그들, 모두 뭣들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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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이 모이면
술 마시며 밤새도록 하던 얘기
되풀이해도 싫증이 나질 않는데
형들도 듣기만 했다는
먼 얘기도 아닌 바로 십여 년 전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안에 어떤 곳에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꽂았다고
거리에 비둘기 날고 노래가 날고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그건 정말 멋진 얘기야

 

그러나 지금은 지난 얘기일 뿐이라고
지금은 달라 될수가 없다고
왜 지금은 왜 지금은 난 보고싶은데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작사, 곡 전인권 

 노래가 안 나오면 여기로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07135424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너무 더워서. 마음이 좀 시원해지는 노래가 없을까 혼자 막 생각했는데, 기껏 떠오르는 게 '코나' 정도. 근데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고, '비단구두' 때문에 간직하고 있던 cd 하나는 어느 궁한 날 팔아먹어버린 것 같다. 이 노래가 이렇게 대타마냥 등장할 노래는 아니지만, 그러고보니 은근히 시원할 수도 있겠다 싶다.  

 '1979-1987 추억 들국화', 시대도 말도 너무 아름다운. 전인권과 허성욱이 20년 전에 세상에 내놓았던 음반. 버릴 게 없다는 말은 아마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일 것 같다. 노래들뿐 아니라 심지어 다정하고 진지하게 '머리에 꽃을' 꽂아주는 허성욱과 전인권의 모습은 잠시나마 더위도 잊게 해준다.  

 

 

 이제는 노래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어렸을 적 기억에서 '머리에 꽃을'과 가장 어울리는 조합은 단연 '미친 년'이었다. 뭔 말인지도 잘 모르면서 '베스트셀러 극장'을 열심히 보던 시절의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화당리, 솟례' 이후 머리에 꽃을 꽂은 슬픈 미친 년의 이미지가 마음에 콱 박혀버렸다.(좀 자주 박히는 편이다;;) 실은 멀끔한 김주승에 반해서 가끔 해주던 재방송까지 열심히 봤던 것 같은데. 머리에 꽃을 꽂은 미친 년 솟례가, 서울에서 내려온 김주승의 환심을 얻으려 시골장에서 캉캉춤을 추던 장면 그리고 제 연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한 발 한 발 물 속으로 걸음을 내딛던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기억 난다. 솟례가 걸어들어가 잠긴 물 위로 머리에 꽂았던 꽃잎이 둥둥 떠있었던가, 아니던가. 

 마침 그 때는 시골이 아니라도 동네마다 '미친 년' 하나쯤은 있었던 정겨운 시절이었고.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씩 달고 사는 정신 질환이니 하는 둥의 세련된 인식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 '미침'이 세상 사람들로부터 각박한 손가락질을 받거나 차가운 외면을 받는 이유로 작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솟례가 주효하기는 했지만, 어린 내 맘에도 '미친 사람'은 그저 좀 많이 여리고 많이 아픈, 조금은 무섭지만 어쩐지 슬픈 사람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시 전인권 허성욱. 알다시피 97년에 캐나다인가 어디에서 허성욱은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새벽 심야 방송을 듣다가 무슨 사연 소개하듯 담담히 그의 죽음을 전하는 dj의 목소리에 나는 아연했지만, 남다른 감회를 털어놓기에 나는 그저 노래를 들었던 사람에 불과했기 때문에 아는 척을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흐르는 세월과 함께 전설 들국화 추억 들국화 혹은 추한 들국화가 되기도 했던 그 들국화가 허성욱의 죽음으로 잠시나마 다시 뭉쳤다. 

 98년 초여름의 kbs홀, 위용당당한 방송국 건물에서의 재결합 공연은, 다시 뭉친다한들 이미 예전과 같을 수 없는 당연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던 것 같다. 공연 중간, 무대 위 허성욱을 위해 마련한 제단에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이 헌화를 했고... 아마 '축복합니다'가 연주됐던 것 같다. 마치 굉장히 사랑하던 친구를 보내는 듯 눈물이 났었다. 실은 포스트들국화 세대인 내가 굳이 허성욱은 죽었고 최구희가 없잖아 라고 안타까워하는 것도 좀 웃기고, 전인권과 최성원에 대해 뭐라 말할 것도 없지만... 

 이후 학전에서 열렸던 '안녕하세요, 들국화'가 그렇게 안녕하지는 않았던 것처럼(나만 그랬나?) 계기가 무엇이건 역시 억지 만남은 아름답기 힘든 모양이다. 인생도 음악도 늘 아름다울 수 없는 걸 테고, 그렇다면 이 정도 남겨준 걸로도 '들국화'는 할 바를 다 한 게 아닐까 싶기도. 사랑했으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쩔 것이며, 카지노를 끊었으면 어떻고 아니라면 또 어쩔 것인가..;; 한편으론 너무 많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 전설로 각인된 사람에 대한 연민이, 다른 한편으론 ...... 이 때만 해도 저 슬림함과 풋풋함! 뭐, 그의 탓만은 아니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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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4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its 2006-08-05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참말로... 노래 한 곡에 이렇게나 유구무언으로 만드는 댓글을..;;;;
오늘 아저씨 공연에서 준비없이 심장을 가격당한 터라, 지금 제가 살짝 제 정신이 아니랍니다. 아, 감동만빵 은혜의도가니... 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