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자꾸만 낮아지는 날
다 지나버린 날들뿐
그렇게 모두다 사랑해봤지만
우리들 이렇게 붙잡을 수는 없어
힘들게 힘들게 울음을 참지만
네 앞에서 참지 못한 건
우리들 함께 지내오던 날들이 내겐
가장 그립고 소중하기 때문야
햇빛 비추는 날
다시 올 수 있을까
언젠지 모르는 그 날들을
또 기다려 봐

 

작사, 곡 유희열


 
 

 요즘 부천 거리 곳곳에서 꽃핀을 꽂은 아저씨를 마주친다. 스탠딩은 영 체질이 아니지만 그래도 부천인데 싶어 살금살금 알아봤더니 역시나 엄두가 나지 않는 비용. 아저씨의 공연을 비용 대비 효율로 차마 환산할 수는 없지만 암튼 그랬다. 다행히, 아쉬워 할 사이도 없이 단 한 번 공연이 있는 바로 그 날이 우리 단체의 새해 첫 운영위원회로 잡혔다. 어차피 못 갈 거 기왕이면 어긋난 일정을 핑계 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이 난 김에 아저씨 미니홈피에를 오랜만에 가봤다. 공연 중이라선지 찾는 이도 많고 방명록도 만원이다. 올라와있는 사진들이랑 아저씨 글이랑 구경을 하다가... 그러다가 문득 아주아주 옛날 노래가 떠올라 다시 찾아들었는데, 차암 새롭다. 그래, 예전의 아저씨는 이렇게 노래하던 사람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가창력 논란이야 늘 따라다니지만;; 그래도 난 다듬어지지 않은 이 목소리가 정말 좋았다. 

 주말이 아닐 때는 그 좁은 극장 몇 안 되는 객석마저 훤히 비어 오히려 민망했던, 작은 공연이 이어지던 어느 날. 마침 나오기로 한 게스트는 펑크를 냈고, '달빛의 노래'로 네 번째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을 받았으며 '햇빛 비추는 날'을 만든 어쩌고 하는 아저씨의 급작스런 소개에 이어, 내 등 뒤에서 수런거리던 연인 중 한 명이 당황스레 불려나갔다. 솔직히 말하면 거기 있던 사람 중 나밖에는 존재를 모를 것 같은 '새파란' 유희열은,여린 소년같은 감성과 재미난 소녀같은 수다를 겸비한 참 귀여운 청년이었다.

 나중까지도 아저씨는 이 노래를 공연에서 자주 부르셨다. 형편이 나아진 후에는 단순하고 정갈한 편곡이 꽤나 대곡스럽게 바뀌었고, '언젠지 모르는 그 날들을' 기다리는 대목에서는 원곡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이도 저도 좋지만, 정말 오랜만에 다시 들으니 많은 날들 긴 세월이 흘렀다는 격세지감이 더 간절하고 그립다. 미니홈피 배경음악을 이 노래로 바꿨더니, 독일에 있는 친구에게 바로 '반응'이 왔다. 가끔은 이런 공감의 반응 때문에 추억은 더 힘이 세지는 것도 같다. 이 노래를 부를 때의 아저씨는 지금의 내 나이보다도 한참 어렸다. 아, 이상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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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7-01-22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해도 정답은 같을 것 같아요.^^;

엔리꼬 2007-01-2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토이 1집을 너무 좋아해서인지, 김장훈씨가 쎄게 부르는 것이 좀 어색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싫다는 건 아니고요.. 그나저나 라디오스타에서 김장훈씨가 좀 악역(?)으로 나오셨던데, 아무도 하기 힘든 악역연기 참 용기가 대단합니다..

waits 2007-01-22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님, 음.... 짧은 한 문장이 너무나 심오하여...^^;;

서림님, 토이 1집 좋아하시는군요. '하나'스럽게 정겹고 예쁜 음반이었던 것 같아요. 아저씨와 유희열은, 음악적인 색깔보다 사람의 인연 덕에 묘한 조화가 나오는 게 아닐까 전 생각한답니다. 김장훈'씨'라고 호칭을 붙여주시니 괜히 제가 감사하네요. ㅎㅎ

푸하 2007-01-22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답은 아저씨는 항상 아저씨라는 말씀이에요.^^;

바라 2007-01-22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유희열을 닮았다는 얘길 들을 때가 있었는데;;(퍽) 근데 제가 스스로 볼 땐 잘 모르겠더라구요; 지금의 유희열은 아저씨지만 예전에 보셨을 땐 풋풋한 청년이었나 보네요 ㅎㅎ

waits 2007-01-23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님, 아하. 그 말씀이시군요. 제가 좀 천진한 마음이 되면 댓글의 의미를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을 듯...^^
(연락하려다 까먹었는데, 오늘 도서관 잘 부탁해요.^^)

바라님, 훌륭한 비쥬얼을 지니셨다고 해야할런지. 유희열에, 자진납세까지 하시는 걸 보니 겸허한 품성까지 지니신 모양이군요.^^ 무려 14년 전이니, 아주 풋풋하다못해 파릇파릇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