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년이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늙어가는 게 인생이라는데
그댄 그 고운 청춘의 노래 채 부르기 전에
다신 못 올 곳으로 푸른 계절에 떠났지
미친 세상 모진 바람 안고
그대 떠났어도 세월은 멈출 생각 없이
그래왔던 것처럼 그저 흘러만 갔고
갈라진 건 갈라진 채로 비틀어진 건
더 비틀어진 채로 여기까지 왔어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이
그대 너무 서러워마요
어차피 인생이 그런 걸
떠나간 사람 지나간 일일랑 그저
세월에 묻혀가는 걸
작사,곡 정윤경
노래가 안 나오면 여기로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17707483
누군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죽어가도 사람들은 별로 관심하지 않는 세상이다, 나 역시. '열사'라는 말이 오히려 그를 가두는 명명이 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외침과 죽음이 세상에 공명을 일으키고 사람들의 양심을 긁어대던 시절이 더 살만한 건 아니었을까... 어줍잖은 생각을 해본다.
문득 떠올랐는데, 그러니까 오늘이... 그런 날이다. 명동성당에서의 할복 투신, 이라는 뉴스를 어렸을 적 나도 봤었다. 그런 죽음과는 어울리지 않는 해사한 얼굴의 청년, 망월동에 가면 나는 제일 먼저 그를 찾아갔었다.
그 많은 죽음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도 정말 일이겠다는, 싱거운 생각을 예전에 '열사력'을 보면서 한 적이 있다. 한때는 새해가 되면 정신 차리고 살아보자고 그 달력을 주문한 적도 있었지만, 책상 위에 그들을 모셔두고 상기하며 삶에 열심을 내는 척하는 일 역시 참으로 고역이었다. 그 가식, 그 익숙해짐,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역겨움...
열사라면, '열사가 전사에게'의 비장함과 치열함 혹은 '벗이여 새벽이 온다' 같은 처연함과 비통함을 먼저 떠올렸지만... 어쩌면 이제 열사는 이렇게나 담담하게, '단지 네가 먼저 갔을 뿐'이라고 달래며 기억해야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아는 척 하기에는 너무나 도저하고 처절한 희생이지만 그나마 내놓고 수상하던 시절이어서 다행입니다, 싶은 쓸쓸한 감상.
전태일 열사와 허세욱씨의 차이는 무엇일까. 허세욱씨 죽음 이후의 집회에서 느꼈던 이상한 어그러짐과 웅성거림 같은 것이 떠오른다. 평소 그를 알던 사람들은 발언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안타까워 어쩔 줄 몰라했지만, 그저 '그가 분신했고 죽었다'는 사실의 확인 속에서 나는 솔직히 좀 무감했고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그는 2008년의 열사력에 새로이 이름을 올릴 것이다.
오래된 죽음일수록 그를 기억하는 방식은 일상적이고 습관적으로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조차 이렇게 잊혀져도 되는 걸까. 사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