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남극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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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해 놓고 그것을 행복이라 부르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준비되었느냐고 묻지도 않고 손이 그냥 밀어버린다.

나는 끼어들어서 넘겨받을 수 있다. 구하고 구원받을 수 있다.

엄마가 산타할아버지 표지판을 지나서, 이제 노래를 멈춘 아빠를 지나서, 활짝 열린 대문을 지나 우리를 앞으로 데려간다. 엄마가 우리를 데리고눈 덮인 숲으로 향한다. 소나무 향기가 난다.
뒤를 돌아보니 아빠가 후미등을 보며 서 있다. 아빠 위로, 아빠의 대머리 위로, 아빠의손에 들린 모자 위로 눈이 내린다.

이제 그녀는 아버지나루이자의 눈을 통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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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모든 소설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게 됩니다. 그 세계가 미국의 부유한 백인중심이라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전히 다정하고 아름답습니다. 우리 삶의 희노애락의 틈에서 서로의 갈등과 오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사랑과 믿음임을 알려주는 소설이었습니다.

밥은 너그러운 사람이지만,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모른다. 우리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그는 스스로 안다고 생각하는 만큼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자신의 삶에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이 있다고 믿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것이 있고, 그런 것은 우리 모두에게도 있다.

우리는 삶이 우리의 통제 안에 있기를 바라지만, 전적으로 그럴 수는 없다. 불가피하게 우리보다 앞서 존재한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

이런 일들은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는 것 같다. 노인들에대해, 노인들이 다른 사람의 손길을 얼마나 고마워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해셀벡 부인만 해도 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피부에 닿는 인간의 손길 없이 어떻게 살까? 샬린 비버는 어떻고? 사람들은 그것 없이도 어떻게든 살아가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손길이나 포옹의 부재가 어떤 타격을 주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것은 아주 많은사람들에게 부재하다.

루시가 한참 동안 강을 응시하다 이윽고 말했다. "밥, 우리모두는 흐르는 모래 위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말하면서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가 다른 사람을 정말로 알지는 못해요.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우리 삶에 언제들어오는지에 따라 그들의 허상을 만들어내죠. 젊을 때는,많은 사람들이 젊을 때 결혼하는데, 그 사람이 정말로 어떤사람인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해요. 그래서 같이 몇 년이고살면서 집을 같이 쓰고 아이들도 낳고ㅡ"그녀가 말을 멈추고 말했다. "미안해요.‘
"아니, 아니에요. 계속해요." 밥이 말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누군가와 결혼한다고 해도 그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리고 그게 무서워요.
당신이 겁에 질려 있었다고 했잖아요? 내가 아는 한은 아마모두가 겁에 질려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종종 부부가 싸우고 뭔가 말이 오가는데, 그건 두 사람 모두에게 엄청난 두려움을 안겨줘요. 하지만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전혀 싸우지 않았던 사람들처럼 행동하는데, 그건 방금 알게 된 사실을 가슴에 품고는 계속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나는 그게 이해돼요. 정말로 이해돼요." 루시가 여전히 강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하려는 건, 밥, 사람들은 누군가에 대해 정말로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거예요-오늘 아침에 내게 이메일을 보냈고 아마 가슴속에 부러움이 가득 채워져 있을 그 여자처럼요. 하지만 그 여자가 정말로 그런지 나는 모르죠!" 루시가 이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 요점은,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아주 복잡하다는거예요. 밥, 우리는 모두 아주 복잡하고, 우리가 누군가와 한순간이라도-어쩌면 평생 같이한다는 건 우리가 그들과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연결되어 있어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연결되어 있지 않죠. 왜냐하면누구도 다른 사람의 마음속 깊은 틈으로는 들어갈 수 없으니까요. 심지어 그 사람 자신도 자기 마음의 깊은 틈으로는 들어가지 못해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 모두는 그럴 수 있는것처럼 살아가요. 그리고 난 그걸 존중해요, 밥, 정말로 존중해요.
하지만 우리 누구도 단단한 땅에 서 있지 않아요. 우리는그저 우리가 그렇다고 스스로 말할 뿐이에요. 그리고 그래야하고요. 나는 그걸 알 것 같고, 앞서 말했듯 존중해요. 나는단지....." 그러고는 말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았는데,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루시 바턴, 당신이 내게 해준 이야기도 내가 말할 수있는 한-요점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요, 그래요. 미묘한 요점은 있었겠죠. 이 이야기의 요점이 뭔지는 나도 모르겠네요!"
"사람들." 루시가 뒤로 기대며 조용히 말했다. "사람들, 그리고 저마다 살아가는 삶. 그게 요점이에요."
"바로 그거예요." 올리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미스터리예요. 우리는 모두 지독한 미스터리예요.

"아니. 그건 악이 아니야, 래리 부서진 사람들이지. 부서진사람이 되는 것과 악이 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 혹시 네가 그걸 모른다면 말이다. 그리고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부서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한거야. 내가 네게 이걸 말해주는 이유는, 너는 그런 부서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살면서 운이 아주좋았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고통을 겪어요. 사람들은 살고, 희망을품고, 심지어 사랑을 보듬지만, 여전히 고통을 겪어요. 모두마찬가지예요. 고통을 겪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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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김진홍 낭독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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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은 꿀을 모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도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벌도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며 이 자연법칙의 유일한 주제는 생존이다. 꿀과 행복, 그 자체가 존재의 목적이 아니라 둘 다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간단히 말해,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 인간이다.

내가 다른 사람 눈에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느냐(객관적 미모)는 자신이 느끼는 행복감과 관련이 없었다.

객관적으로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이미 가진 것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과 더 깊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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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의 쓸모
장석주 지음 / 풍월당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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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은 근대의 유물도 죽은 것도 아니 다. 교양은 우리 생활에서 살아 움직이는 규범이자 좋은 삶 을 만드는 품격이다. 누군가의 말과 식견, 태도에서 우리 기 분이 나아졌다면 그 누군가를 교양인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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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버터밀크 그래피티 - 양장, 음식과 사람, 인생의 비밀을 찾아 떠난 이균의 미국 횡단기
에드워드 리 지음, 박아람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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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국수에 대한 다큐를 보는데 무척 신기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인류가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서로의 문화가 교류되지도 않았던 시절인데도 곡물가루를 이용해 가닥을 만들어 그걸 여러 국물 또는 양념에 넣어 익혀 먹고 있었더란 말이죠. 인류는 모두 비슷하게 먹기 시작하다가 점차 자신들의 자연에 익숙해 지면서 고유한 것을 먹기 시작하고 몇천년이 흐르는 동안 서로 섞이기 시작하며 그 음식들도 같이 섞여 버리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이민자들의 나라 인 미국을 여행한 (문학적인) 셰프의 여행기입니다. 물론 전통을 고수하며 음식을 만들기도 하지만 이제 더이상 ‘전통 OO의 요리’라는 간판수식어가 의미가 있을까요? 오히려 ’OO풍 요리’가 더 이해하기 쉬울 듯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TV에서는 미국에서 인기있는 한식다이닝(한국요리점과는 다른 분위기 이지요) 셰프들이 대한 다큐를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먹던 뜨거운 뚝배기의 넘치는 찌게나 비닐씌운 멜라민 접시의 떡볶이가 아닌 은은한 플레이트에 놓은 한점의 고추장을 보고 있으려니 다 아는 맛인데도 무슨 맛인지 궁금해 지더군요

그러나 전통에 권위가 더해지면 위험해진다.
이 경우 전통은 "정통"을 주장하게 되고 ‘진정한‘, ‘순수한‘, ‘참된‘ 같은 수식어가 끼어들기도한다. 이런 어휘는 신성한 느낌을 주지만 나는그런 신성함이 음식의 세계와는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의 레시피들에 대해

이 책에 실린 레시피에는 일부러 사진을 넣지 않았다
독자여, 부디 자신의 직감을 믿고 따르길 바란다. 여러분은 충분히 할 수 있다. 레시피에 사진이 실리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우리는 수백 년 동안사진 없이 글만으로 요리를 배웠다. 정해진 이미지가없으면 자유롭게 상상하며 자신만의 결과물을 낼 수있다. 사진은 훌륭한 길잡이이고 바람직한 목표를 제시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효과를 내기도한다. 완성한 요리가 사진과 다르면 실패했다고 느낄테니 말이다. 나는 그런 것을 원치 않는다. 이 책에 실린 레시피들은 식당에서 팔기 위한 요리가 아니다. 모양새보다 중요한 것은 맛이다. 향과 풍미, 질감, 입안에 퍼지는 느낌에 집중하기 바란다. 꼭 잡지 표지처럼 근사한 요리가 나오지 않아도 걱정하지 마라. 맛있다면 성공한 거니까.

"떠나지 않은 사람들은 왜 남았을까요?" 내가로니에게 묻는다.
"고독과 독립적인 삶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 게 필요한 사람도 있죠. 그런 사람에겐 매혹적인 조건이잖아요. 산은 다른 건 몰라도 그런 건 보장해주니까."

여러 면에서 이민자의 음식은 정통이라기보다는어느 한 시점, 즉 많은 이민자가 고국을 떠나온그 시점에 멈춰 있다. 그것은 향수 어린 음식이다. 이민자들에게 고국을 느끼게 해주는 연결고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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