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10여년 이상을 하루 서너시간씩 헬스장에 나가 운동을 하는 열혈 운동 매니아입니다. 가끔은 너무 과한 듯 하여 식구들은 올림픽 준비하냐고 놀리기도 합니다. 그런 엄마가 얼마전 심하게 감기에 걸려 동네 병원에 다녀도 낫지를 않아 큰 병원에 갔더니 폐렴이라고 하더라구요. 병원에서 지쳐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하며 의자에 누워 버리는 엄마를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평소 같으면 아무리 장거리여도 버스에서 절대 졸지도 않고 꼿꼿하게 앉아 계시는 성격이시거든요. 그러고 보니 엄마도 몇년 후면 벌써 70세이십니다. 매번 제나이 드는 것만 한탄하다보니 엄마나이를 잊고 있었네요. 이 책의 노인들처럼 나이가 들며 기억이 흐려지고 몸이 약해져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생활하기 힘든 그런 날이 나의 부모에게도 나에게도 언젠가는 오겠지요. 그런 날을 위해 통장도 두둑히 마음도 든든히 준비해둬야겠습니다.
<살다>산다는 것지금 산다는 것그것은 목이 마른다는 것나뭇잎 사이로 새어드는 햇빛이 눈부시다는 것문득 어떤 멜로디가 떠오르는 것재채기를 하는 것그대의 손을 맞잡는 것산다는 것지금 산다는 것그것은 짧은 치마그것은 플라네타륨그것은 요한 슈트라우스그것은 피카소그것은 알프스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만난다는 것그리고감추어진 악을 조심스럽게 거부하는 것산다는 것지금 산다는 것울 수 있다는 것웃을 수 있다는 것 화낼 수 있다는 것자유라는 것산다는 것지금 산다는 것지금 멀리서 개가 짓는다는 것지금 지구가 돈다는 것지금 어디선가 갓난아기의 첫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것지금 어디선가 병사가 다친다는 것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지금 지금이 지나가고 있는 것산다는 것지금 산다는 것새는 날개를 친다는 것바다는 울린다는 것달팽이는 기어간다는 것사람은 사랑한다는 것그대 손의 따스함목숨이라는 것
<해골>내가 죽으면 해골이 되고 싶어해골이 돼서 요코와 함께 놀고 싶어그네를 타면 바람이 솔솔 새어들어서상괘하겠지요코가 무서워할지 모르지만나는 손을 잡고 싶어눈도 귀고 텅 비어 있는데나는 뭐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어 해골이 되어도 옛날 일은 잊지 않아슬픈 일 우스운 일나는 달각달각 뼈 소리 내면서 웃을 거야 모두가 날 쳐다보겠지괴롭히겠지내가 죽어서 해골이 되었으니그래도 괜찮아나는 해골의 마음을 요코에게 알려줄 거야그전에는 몰랐던 마음을이제 배도 굶지 않고 죽는 것도 무섭지 않으니나는 언제까지나 요코와 함께 놀 거야
그런데 사실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니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저는 직관이나 상상력이 그리 발달하지 못한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무엇에 대해 사유하거나 쓰려면 삶이 주는 자극과 경험이 선행되어야 해요.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혼자 쓰라고 하면 저는 못 써요. 아마 이것은 제가 쓰는 글의보편성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쓴 글을 읽어주시는 대부분의 독자들과 비슷한 양식의 삶을 살아야지요. 아침저녁으로는 출퇴근길에 시달리고 월요일을 싫어하는 대신 금요일을 사랑하며…. 앞으로도 저는 삶의 비루를 계속 느끼면서, 계속 시를 쓸것 같아요."
가끔이지만 강연회 같은 데 다니다 보면 ‘어떻게해야 글을 잘 써요?‘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저는 ‘일단 쓰세요‘라고 답해요. 그런 질문을 하는 분들은 머리로만 생각하고 직접 쓰지는 않아요. 하루 손 놓게 되면 이틀 못 쓰고, 이틀 손 놓으면 사흘 못 쓰는 게 저 같은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단한 줄이라도, 일기라도 쓰라고 해요. 그리고 시작하게 되면 꼭 마무리는 해야 해요. 짧은 글이라도 마무리 짓는 걸 아는 사람이 나중에 긴 글도 쓸 수 있어요.
임경선작가님과 이기주작가님의 글은 읽을 때마다 그들의 허세와 허영으로 너무 번질거리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작가이기는 하지만 아직 그 맨질맨질함에 익숙해지지 못해 읽고 나면 불편한 기분이 듭니다. 그럼에도 매번 읽게 되는 건 제게는 일어나지 않을 그런 비현실적인 생활이 부럽기도 해서겠지요.
오랜만에 만난 은희경작가님의 글은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읽는 내내 줄리언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가 생각나는 것이 저뿐이 아니겠지요.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진 중년의 여대동창생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의 빛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제목과는 달리 과거의 빛을 따라가는 그녀들의 눈은 때로 너무 밝아 갑작스레 감아버려 못보기도하고 가끔은 너무 어두워 실눈을 뜨고 보아 뚜렷하지 않게 기억되기도 합니다. 때로 그 빛들에 의한 그림자가 지금의 나에게 드리워져 있다해도 이제는 어쩔수 없겠지요. 지금 보이는 이 빛조차도 나중에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 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