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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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장르를 즐겨 읽는 편이 아닙니다. 복잡한 수치나 어려운 기계이름을 따라가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이전에 읽은 김초엽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을 읽고 SF도 이렇게 따듯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번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따듯하다 못해 뭉클해 눈물이 맺혀 버렸네요.
우리의 생활이 기계를 통해 발전(?)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미래에는 여전히 인간이 있을 것이며 다른 생명들이 함께 할 것이기에 이 소설이 더욱 울컥해졌습니다. 기계를 통해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때 우리의 감정이 상하는 일, 다른 동물들을 다치게 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한 해 1만여 마리 정도의 동물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을 감았다. 인간도 살기 비좁은 땅이라는 이유로 동물들이 사라져야 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생태계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인간은 없다. 모두가 입을 모아 동물의 생존권을 지켜야 한다고말한다. 하지만 그중 대부분의 인간들이 여전히 개 공장에서 태어나 펫숍으로 팔려 온 강아지를 구매했고 쓰레기통을 뒤지는고양이를 발로 찼다. 털이 뭉친 노견은 너무 못생겼다 느꼈으며 갓 태어나 젖도 떼지 못한 개만이 가족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고양이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 없이 집에 들였다가 털이 너무 많이 빠지거나 아이가 생겼다는 이유로 유기했고 같은 케이지 안에 넣어 서로 죽이는 핸스터를 징그럽다는 눈으로 바라보았으며 수온과 염분을 맞추지 못해 떼죽음당한 열대어를 변기통에 흘려보냈다. 새를 위해 새장을 하늘이 보이는 베란다에 놓았고 그해에 유행했던 동물들은 반짝 개체수를 늘렸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가축이 된 짐승과 인간과 친한 몇몇의 동물들 빼고 모든 동물들은 몇 세기 안에 사라질 것이다.
소리 소문 없이.

"한 번 외출하기 위해 남들보다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준비를 한다고 나갈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의지나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끝내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어렵거든요. 도움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길들이 많으니까요. 누구는 쉽게 수술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그 수술은 누군가에게 불가능과 같은 비용이거든요. 그리고 또 그 사람은 우리와 같은 온전한 두 다리를 갖고 싶은 게 아니에요. 다리는 형체죠. 진정으로 가지고 싶은 건 자유로움이에요. 가고자 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요. 자유를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한 게아니라 아주 잘 만들어진, 오르지 못하고 넘지 못하는 것이 없는바퀴만 있으면 돼요. 문명이 계단을 없앨 수 없다면 계단을 오르는 바퀴를 만들면 되잖아요. 기술은 그러기 위해 발전하는 거니까요. 나약한 자를 보조하는 게 아니라, 이미 강한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연재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마지막 문장까지 무사히 내뱉었다.
"인류 발전의 가장 큰 발명이 됐던 바퀴도, 다시 한 번 모양을바꿀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바퀴가 고대 인류를 아주 먼 곳까지빠르게 데려다줬다면 현 인류에게도 그렇게 해줄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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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여름
사노 요코.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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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늘 경쾌하고 아름다운 사노요코의 글과 산뜻하지만 진중한 다니카와 슌타로의 연작소설집입니다. 두근거리는 마음(못), 안타까운 마음(안심하고 이 곳에 있다), 초연한 마음(도시코의 묘)을 거쳐 따듯한 마음이 되는 글들이 얇은 책에 한가득 담겨 있습니다. 책 사이 사노요코의 그림도 무척이나 매력적이라 그녀의 원화전이 마련되면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기계처럼 인간의 몸도 세월이 흐르면 피로를 느낀다. 몸이 지치면 마음도 지친다. 그걸 그냥 지쳤다라고 하면 좋을 텐데 살고 싶지않다. 따위의 말을 뱉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러면 기분이 그말에 매이고 만다. 그러니 나는 어쩌면 실제로 느끼는 기분보다도, 말이 되어버린 기분에 휘둘려 괴로워했던 게 아닐까. 기계 같은 존재가 되기 싫어서, 단순한 피로를 살고 싶지 않다는 말 따위로 우쭐대며 불러댄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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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을 수상했고 재미있다는 소문을 듣고 읽기 시작했지만 왜 이렇게 읽기가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전후 오키나와의 힘든 시대상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눈으로 읽으면서도 머리 속으로는 그런 일본인들이 괴롭히던 조선의 모습이 떠올라 착잡했습니다. ‘그렇군요. 당신들도 다른 나라 사람이 당신들의 땅을 침범하고 당신들을 괴롭히면 거세게 항거하는 사람들이었군요’ 하는 생각과 ‘ 그렇게 같은 사람들이 우리에게는 왜 그랬나요? 이런 책에는 공감하면서 왜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않나요?‘ 라고 큰소리로 묻고 싶어졌습다.
아직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아서 이 소설의 진가를 몰라본 제가 어리석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책은 더 이상 읽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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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케 2020-11-22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들은 야마토(일본인)에게 억압받는 오키나와 주민들이죠.
주인공들은 자신들과 야마토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구요.
그런 그들에게 ‘사과하지 않는 일본인‘을 투영하였다고 한다면, 주인공들이 매우 슬퍼할 것 같군요.
 
타오르는 마음
이두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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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외국 소설의 번역본을 읽는 듯한 신기한 느낌의 환상적인 소설이었습니다.
비말, 이곳은 어디일까요? LA외곽의 사막일수도, 중동의 어느 시골일수도, 호주의 음침한 황무지일 수도 있는 이런 곳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오금에 땀이 고였습니다(저는 오금에 땀이 고이는 소설을 제일 좋아합니다). 벤나, 오기, 나조... 그들 역시 동양인일수도 백인일수도 히스패닉일 수도 있겠지요. 같은 이야기를 읽어도 독자가 모두 다른 장면을 상상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판타지가 될 수도 추리소설이 될 수도 있지요.
책속의 인물을은 서로를 의심하고 죽이고 숨차게 쫒아 다니고 있지만 그 글들은 너무도 느긋하여 더욱 비현실적이고 이야기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려웠습니다.

여기서 갈림길, 꼭 살인마를 통해야만 돈을 벌 수 있었던 건 아닐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서였다’는 핑계는 너무 모호하다. 그러나 다수의 마을 사람들은 선택을 했던 것 같다. 살기 위해서였다고 말이다. 윤리 의식, 죄책감, 동정심, 인간애 같은 것들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냐 묻기도 전에 사람들의 싱존앞에서 힘을 잃었다. 그것들이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은 곳으로 후퇴했다. 그리고 생존과 성공을 자랑스러워하는 풍조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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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슬쩍 본 도시 코펜하겐 우리가 슬쩍 본 도시
온공간연구소 지음 / 온공간연구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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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에 업무차 코펜하겐에 다녀왔습니다. 무려 2박 3일이라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다들 설레는 마음으로 틈틈이 여기저기 구경하고 저는 몰래 나가서도 구경하느라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보며 가본 곳을 그리워(?)하고 미처 몰랐던 것도 알게 되니 다시 한번 코펜하겐에 가보고 싶어 졌습니다. 알록달록했던 뉘하운, 햇빛받은 물결이 반사되던 왕립도서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던 로젠보르크정원, 북유럽풍 인테리어로 가득한 쇼핑거리 스트뢰에, 힙한 청년들과 맥주맛이 끝내준 미켈러펍까지 2박 3일의 일정치고는 알차게 구경했습니다. 마침 호텔이 티볼리공원 앞이라다들 피곤하다며 호텔에 들어간 뒤에도 혼자 티볼리공원까지 부수고 왔네요(마침 안에서 덴마크 유명가수가 나오는 축제중이라 정말 신났지요) 당시 업무와 관련된 행사가 열렸던 곳이 도살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책으로 보니 바로 미트패킹지역이었더군요!!!
실은 올해 4월에도 코펜하겐 일정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내년으로 미루어졌습니다만 그마저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다시한번 간다며 보는 것이 아니라 스미는 여행을 해보고 싶습니다. 답답한 와중에 이 책을 통해 다시한 번 좋은 추억을 꺼내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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