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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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파트 주차장을 지나는데 한 어린이가 저에게 “안녕하세요!” 하길래 저도 “안녕!”하고 대답하고 서로 등을 돌려 지났습니다. 어린이의 엄마가 “누구야?” 하고 어린이에게 물으니 아무렇지도 않게 “몰라!” 하는데 웃음이 났지요. 그러고 보니 어린이들은 항상 친절하고 다정했어요. 대부분 어른들이 어린이를 무시하거나 놀리며 상처 주지요.
어린이들의 천진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어른으로서의 예의를 배우게 된 책입니다. 저도 아이가 없어 어린이의 세계를 가까이 접하지는 못하였지만 조카나 다른 어린이들에게 조금 더 예의바르고 공손한 어른으로 행동해야겠습니다.

엄마가 된 친구와 나는 각자의 속도와 방향으로 살아간다. 부모가 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나는 끝까지 제대로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친구 역시 아이 없이 나이 들어가는나의 삶을 그저 짐작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우리 자리가 떨어져 있다는 것이 예전처럼 서운하지 않다.
언제든지 손 내밀 수 있는 자리에, 잘 보이는 곳에 내가 가있겠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내가 어른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다 해도 상관없다. 어른은 그런 데 신경 쓰지 않는 법이다.

지금 어린이를 기다려 주면, 어린이들은 나중에 다른 어른이 될 것이다. 세상의 어떤 부분은 시간의 흐름만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나는 어린이에게 느긋한 어른이 되는 것이넓게 보아 세상을 좋게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를 기다려 주는 순간에는 작은 보람이나 기쁨도 있다.
그것도 성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와 어른은 함께 자랄 수 있다.

나는 어린이의 품위를 지켜 주는 품위 있는 어른이 되고싶다. 어린이 앞에서만 그러면 연기가 들통나기 쉬우니까평소에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감사를 자주 표현하고, 사려 깊은 말을 하고, 사회 예절을 지키는 사람. 세상이 혼란하고 떠들썩할 때일수록 더 많이, 결코 자연스럽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음만으로 되지 않으니 나도 보고 배우고 싶다. 좋은 친구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하나 기웃거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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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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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코가 먹먹해 져가며 읽다가 결국에는 눈물이 나고야 말았습니다. 번역의 힘인지도 모르겠지만 문장도 참 좋아 읽기도 수월하고 감정적으로도 이입이되어 더욱 좋은 소설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다 보니 얼마전 중국의 탄광에서 매몰된 광부들이 십여일만에 구조되었던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모두 무사하여 기적, 인간승리라는 헤드라인으로 뉴스에 나왔는데요. 그 안에서 그들이 느낀 공포에 대해 집중 한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요? 그 안에서 그들이 보게된 서로의 민낯에 누가 관심을 두었을까요? 극한 상황에서뿐 아니라 다양한 경우에 우리는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게 되고 시간이 지나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지요.
이 소설 한권을 감명깊게 읽었다고 제가 당장 정의로운 사람이 되지는 못할테지만 어떤 사건을 겪거나 접하게 되었을 때 그 일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작가의 의도와 저의 감상포인트가 많이 달라 의아하기는 하였지만 아이를 가진 분들에게는 그렇게 읽히기도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등장인물에 몰입해서 읽는 다면 더욱 좋을 것 같고요.
그런데 책의 말미에 있는 토론챕터는 원문에도 있는걸까요? 무척 뜬금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인 희생을 치러야만진실한 선일까? 풍족할 때는 누구나 관대할 수 있다. 가진것이 많으면 누구든 이타적일 수 있다. 엄마는 아주 동정이많다고 알려진 사람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주 냉정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는 맨손으로 캠핑카의 창문을 막았다. 죽은 딸의 옷을 벗겨서 단 한 겹도 자기아들과 남편을 내버려 두고 구조를 요청하러 떠났다.
캐런이 캠핑카 뒤쪽에서 내털리와 내내 앉아만 있는 동안,
하지만 과연 내가 캐런의 비겁함을 탓할 수 있을까? 너무 무서워서 자기 자신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을? 우리는 그런 용기와 힘을 갖고 태어났을까? 만일 그렇다 해도 용기를 갖고 태어나지 않은 사람을 비난할 수 있는 걸까?

그들이 비겁함이나 잔인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들은 고개를 젓고 혀를 차며 나는 절대 안 그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을 포함해서 우리 모두는 언제든지 전혀 예상하지못했던 일들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한채로 말이다. 이미 일어난 어떤 사실을 두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결과만을 놓고 판단하는 사람들이깨닫지 못하는 것은, 그들 자신이 밥이나 캐런 혹은 밴스와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그런 진정성이 없는 정의감은 순식간에 그 꼬리를 감출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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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
장강명 지음, 이내 그림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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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생각이 머리속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 모두 길을 잃고 흩어지고 말지요. 매년 그 생각들을 자리잡아 주려 다이어리를 준비하지만 빈 공간만 남겨둔 채 아쉬워 합니다. 새해부터는 쓰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습니다. 거칭하게 소설이나 칼럼이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쓰는 연습을 해보려고 지난해 날에는 글쓰기 프로젝트에도 참가하여 곧 제가 쓴 글이 책으로 묶여 나올 예정입니다.
여기저기서 ‘너는 참 책을 많이 읽는 구나. 책읽는게 습관이고 버릇이고 취미구나’ 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남편도 가끔 ‘그렇게 읽고만 있지말고 한번 써보는 건 어때?’라고 응원해 주었지만 이 책이 등장하는 범인들이 그러하듯 ‘나같은게 책은 무슨...’이라며 고개를 저었지요.
그동안 많이 읽었으니 이제는 한번쯤 써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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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에서는 에세이를 쓰는 것 자체가 그 훈련이다. 삶을 사랑하는 태도를 지녀야 좋은 에세이를 쓸 수있지만, 동시에 에세이를 쓸수록 삶을 사랑하는 자세를몸에 익히게 된다. 그래서 나는 모든 사람들이 에세이를 쓰는 사회를 꿈꾼다. 그게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다. 현실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에세이에 꼭 사색과 철학을 더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변 사물을 다정하게 관찰하고 희로애락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문장들만으로도 빼어난 산문이된다. 신변잡기류의 글도 좋다. 하지만 거기에 글쓴이가 오랫동안 고민해서 발전시킨 독창적인 사유가 몇숟갈 들어간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나는 당신의 에세이에서 삶을 향한 애정뿐 아니라 삶에 대한 남다른 통찰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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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모던 타임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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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고타로의 이름을 믿고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어쩐지 으스그한 기분이 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고슈’그 제체가 아니었을까요?

"소설이라는 건, 수많은 사람의 등을 떼밀어 행동하게 만드는 도구가 못 돼. 음악처럼 우르르 모인 사람들을 열광시키고는‘자, 이제 다 같이 뭘 좀 하자‘ 이런 일은 못 해. 임무가 달라. 소설은 말이야, 한 사람 한 사람의 몸에 스며들 뿐이야."
"스며들어? 뭐가 어디에?"
"읽은 사람의 어딘가겠지. 작 번지며 스며드는 거야.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게 아니야. 그저 스며들고, 녹아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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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뜨개 - 첫 코부터 마지막 코까지 통째로 이야기가 되는 일 아무튼 시리즈 37
서라미 지음 / 제철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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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아빠는 쉐타공장(그당시에는 니트라는 말도 없었고 스웨터도 아닌 쉐타라고 했지요) 사장님이셨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손으로 만드는 뜨개공장이 아니라 기계로 옷의 부속을 만드는 편직공장이었지요.(책에 나온 짧은 설명대로 요꼬공장이라 했습니다) 엄마랑 단둘이 운영하시는 작은 하청 공장이었지만 일감이 꽤 많아 항상 바쁘셨어요. 그래서 집에는 늘 실이 많고 쉐타가 흔했어요. 게다가 엄마는 베테랑 뜨개인이어서 무엇이든 만들었고 아빠는 베테랑 수선인이라 니트의 수선이 가능했어요. 그런 걸 너무 흔히 보며 자라서 그런지 저는 뜨개질에 별 흥미도 없었고 가끔 맘에 드는 니트를 사입으면 들어야하는 아빠의 평가가 너무 듣기 싫었어요. (지금도 싫습니다. 아버님... 제발...) 또 뭐가 필요하다 하면 무엇이든 실로 떠서 만들려는 엄마도 답답했지요. 이쁜 실이 아닌 그때그때 집에 굴러다니는 실중에 골라서 만들었기에 제 마음에 쏙 들지도 않았어요. 지금도 엄마집에는 대부분의 물건에 엄마가 만든 뜨개작품(?)들이 덮여 있거나 깔려 있지요.
이렇듯 저에게 뜨개는 여유나 취미가 아니라 일상이며 생계였기에 이 책이 그리 감상적으로 다가오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어릴 적 엄마에게 그 유창한 뜨개기술을 전수받았다면 지금쯤 저도 현란한 뜨개솜씨를 즐길 수 있을텐데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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