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아빠는 쉐타공장(그당시에는 니트라는 말도 없었고 스웨터도 아닌 쉐타라고 했지요) 사장님이셨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손으로 만드는 뜨개공장이 아니라 기계로 옷의 부속을 만드는 편직공장이었지요.(책에 나온 짧은 설명대로 요꼬공장이라 했습니다) 엄마랑 단둘이 운영하시는 작은 하청 공장이었지만 일감이 꽤 많아 항상 바쁘셨어요. 그래서 집에는 늘 실이 많고 쉐타가 흔했어요. 게다가 엄마는 베테랑 뜨개인이어서 무엇이든 만들었고 아빠는 베테랑 수선인이라 니트의 수선이 가능했어요. 그런 걸 너무 흔히 보며 자라서 그런지 저는 뜨개질에 별 흥미도 없었고 가끔 맘에 드는 니트를 사입으면 들어야하는 아빠의 평가가 너무 듣기 싫었어요. (지금도 싫습니다. 아버님... 제발...) 또 뭐가 필요하다 하면 무엇이든 실로 떠서 만들려는 엄마도 답답했지요. 이쁜 실이 아닌 그때그때 집에 굴러다니는 실중에 골라서 만들었기에 제 마음에 쏙 들지도 않았어요. 지금도 엄마집에는 대부분의 물건에 엄마가 만든 뜨개작품(?)들이 덮여 있거나 깔려 있지요.이렇듯 저에게 뜨개는 여유나 취미가 아니라 일상이며 생계였기에 이 책이 그리 감상적으로 다가오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어릴 적 엄마에게 그 유창한 뜨개기술을 전수받았다면 지금쯤 저도 현란한 뜨개솜씨를 즐길 수 있을텐데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