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울분과 화가 농축된 느낌이라 불편한 느낌이었지만 그 모든 일이 현실이고 저 또한 이미 겪어 보았던 일이기에 쉽게 책을 덮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그 장애물을 넘고, 때로는 피해가며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그녀를 응원하고 저 역시 용기를 얻습니다.
사실 김혼비 작가님의 이전 책에는 오락적인 요소가 다분하여 책을 읽으며 혼자 빵 터지고 데굴데굴 구르기까지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책을 통해 그녀가 그저 재밌는 사람이 아니라 무척이나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본받고 싶어졌습니다. 그녀의 유머 또한 그런 깊은 곳에서 나오고 있었던 것이죠. 상대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오해를 하고 살았던 걸까요?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식하되 의식하지 않고, 남을 배려하되 차별하지 않으며, 자존감은 지키되 오만하지 않는 그녀의 마음이 소중하고 따듯하였습니다.
하지만 돈 버는일의 과정 하나하나는 늘 지난하고 속상한 일의 연속이다. 그결과를 마주하는 것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내 멋대로 살았다. 그런데 직원이 늘고 거래하는 산지 생산자가 많아지면서는 낯선 책임감의 무게를 느낀다. 그럴 때마다 『알하리리의 마카마트 Magamat al-Harir』에 나온다는 구절을 떠올린다. "날아서 갈 수 없는 곳은 절룩이며 가야 한다." 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결국 모두 힘들게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멋진문장이다. 하지만 고백건대 힘들 때면 "나도 커피믹스나 마실걸그랬어…"라고 중얼거리기 일쑤다.
굉장해, 혼자 해냈잖아.잘했어, 애썼어,라고 조용히 자신을 칭찬한다. 내가 나를다독이는 이런 소소한 행위가 의외로 일상의 스트레스를줄여준다.
지금, 여기서 마주 앉아 웃는 사람들도 언젠가 죽는다.다들, 언젠가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이 순간을 즐긴다.이를테면 내가 오래오래 살다가, 천천히 죽음을 맞는 순간이 온다면, 침대 위에서 오늘을 떠올릴까. 헬싱키 거리를거닐던 무렵 나는 씽씽했지, 하면서 창밖을 바라볼까.나는 아직 여기 있는데, 씽씽하게 여기 있는데, 어째서인지 미래에서 현재를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