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맥도날드
한은형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윤자는 그 여자들이 자기보다 잘나지 못했다는 데서 위안을받았다. 그래야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김윤자 같은 부류의 여자는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그 여자들이 감히 알지 못하는, 그리고 알려고도 하지않는 세계의 일원이라는 데 은밀한 기쁨을 느꼈다. 영어와 일어와불어로 된 소설을 구해서 읽는 일 같은 것들. 자기 전 이불에 누워나보코프는 영어로, 카뮈는 불어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일어로읽으며 행복감에 젖었다. 또 작은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아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이나 물건을 사 모으고, 아는 사람들만 아는 영화를 보러 가는 그런 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쓰지 않아도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년 전, 대학 신입생이었던 나는 사회구조의 잔인함에 마음을 다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들이 나아질 거라고희망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은 아무것도 보장하지 못했다. 지난 20년 동안 세상이 조금이나마 나은 쪽으로 변했다면,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 덕분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은 실제로 자기 목숨을 내놓기도 했다.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너희는 이미 충분히가졌으며 더는 요구하지 말라고 말하는 이들을 본다. 불편하게하지 말고 민폐 끼치지 말고 예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하라는 이들을 본다. 누군가의 불편함이 조롱거리가 되는 모습을 본다. 더 노골적으로, 더 공적인 방식으로 약한 이들을 궁지로 몰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인간성의 기준점이 점점 더 내려가는 기분을 느낀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많은 것들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힘을 더해야한다.

동물들은 아무것도 배우지않고 사는데도 저렇게 아름답구나.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될만큼 완전하구나.

미리는 현주를 만나고 나서야 사랑은 엄연히 드러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랑은 애써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심연 깊은 곳으로 내려가네발로 기면서 어둠 속에서 두려워하는 일도, 자신의 가치를증명해야만 어렵게 받을 수 있는 보상도 아니었다. 사랑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자람
이자람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지만 괜히 한번 더 말해두자면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한 나의 이름은 한국 판소리 역사에 아주 중요하게 남을것이니 당신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한번이라도 내 작품을 직접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나 이자람 공연봤어! 나 이자람 살아 있을 때 객석에서 같이 추임새 했어!" 하고 자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어떤 사건 때문에, 어떤 순간의결정 때문에 인생이 뒤바뀌고 사람이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그 순간이 너무 강력하니까. 하지만 좋은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사실 인생을 바꾸는 건 삶의 이면에 쌓인, 보이지 않는 시간의 축적이다. 옳지 않게 쌓여버린 시간의 축적은 어느새 인간과 사회를 비뚤어지게 만들고 세대를 병들게 한다. 옳게 쌓인 시간의 축적은 그렇게 휘어지는 사회 속에서도 버티며 살아가다가 필요한 순간 빛을 발하는 단단함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걸로 살아요
무레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블북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잡지나 인터넷에서 물건을 소개해주는 페이지를 꽤 좋아합니다. 맘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위시리스트에 꾹꾹 담아두고 구매를 망설이기도 하지요. 저렴한 값이라면 지체없이 결제합니다. 요즘은 광고성 포스팅도 많고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을 단 피리부는 사나이들이 많아 무턱대고 쫒기는 어렵지만 무레 요코 여사님의 물건이라면 귀가 또 팔락거립니다. 구하기 어려운 물품도 아니고 귀하게 다루는 물건도 아닌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으면 너무 좋은 이런 물건들을 소개해주는 여사님도 참 귀엽습니다.
안목이 높은 사람을 동경합니다. 안목이 높은 사람은 자신을 잘 알고 아끼는 사람인 것만 같습니다. 자신을 위해 좋은 물건을 고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나는, 휴먼 - 장애 운동가 주디스 휴먼 자서전
주디스 휴먼.크리스틴 조이너 지음, 김채원.문영민 옮김 / 사계절 / 2022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나한테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 너한테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 난 그 말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역시, 그것 때문이었구나. 은상 언니가 목소리를 낮춘채 이어 말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을 정말로 싫어한다고, 그렇게 사람을 아래로 보면서 하는 말이 어디 있느냐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 정도‘라는 말 앞에 나한테는 아니지만 이 생략된 것 같다고 했다. 나한텐 아니지만 너한테는 그 정도면 족하지. 그 정도면 감사해야지,그런 말들, 기만적이라고 했다. 그런 종류의 말을 하는 사람의 면면을 잘 봐두라고 했다. 그게 정말로 자신을 포함한 누구에게나 모자람 없이 넉넉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인지를’

장류진 작가님의 ‘달까지 가자’에서 인상깊었던 말입니다. 읽고 나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장르의 이 책이 떠올랐습니다. 장애인을 위힌 시설, 도구등을 만들며 비장애인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정도면 되겠지. 이정도면 장애인이 이용하기에(움직이기에) 도움이 되겠지’라고요. 하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특수한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함께 이용하고 이룰 수 있는 것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학교에만 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배우고 살며 이루어 나가고 졸업해서도 몸이 불편한 그 친구가 어디에 있을 지 궁금해 하는 사회가 아니라 여전히 옆에서 함께 일하는 사회가 되기에는 아직도 멀어 보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