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아도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년 전, 대학 신입생이었던 나는 사회구조의 잔인함에 마음을 다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들이 나아질 거라고희망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은 아무것도 보장하지 못했다. 지난 20년 동안 세상이 조금이나마 나은 쪽으로 변했다면,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 덕분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은 실제로 자기 목숨을 내놓기도 했다.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너희는 이미 충분히가졌으며 더는 요구하지 말라고 말하는 이들을 본다. 불편하게하지 말고 민폐 끼치지 말고 예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하라는 이들을 본다. 누군가의 불편함이 조롱거리가 되는 모습을 본다. 더 노골적으로, 더 공적인 방식으로 약한 이들을 궁지로 몰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인간성의 기준점이 점점 더 내려가는 기분을 느낀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많은 것들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힘을 더해야한다.

동물들은 아무것도 배우지않고 사는데도 저렇게 아름답구나.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될만큼 완전하구나.

미리는 현주를 만나고 나서야 사랑은 엄연히 드러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랑은 애써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심연 깊은 곳으로 내려가네발로 기면서 어둠 속에서 두려워하는 일도, 자신의 가치를증명해야만 어렵게 받을 수 있는 보상도 아니었다. 사랑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