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즐랜드 자매로드 - 여자 둘이 여행하고 있습니다
황선우.김하나 지음 / 이야기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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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나 자신을 낯선 환경 속에 던져놓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러 가는 일이다. 거꾸로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나에게 최적화된 즐거움을 추구하러 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모든 일이 기대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사실, 어떤 경험도 단정하거나 장담할 수 없다는 점, 심지어나 자신조차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빈틈들을 기꺼이껴안을 때 여행은 훨씬 흥미진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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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배우의 방 자기만의 방
정시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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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요. 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툭 쳐서 어떤 선을넘어온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만난 게 영화인 거죠.(박정민)

서른이 되면서 마음이 조급해진 것도 있었어요. 30대가인생에서 가장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대는 있는데, 마음만 조급했지 행동으로 뭔가를 옮기고 있지 않으니 불안이 저를 괴롭혔던 거죠. 제게 주어진 귀한 시간이 계속카운트되고 있는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하게 된 거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해보자. 누군가는 그걸 도대체 왜 하냐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해보자‘ 하고요.(박정민)

나홍진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아티스트는 시대를 선택할 수 없다. 선택받는 것이기에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듣자마자와, 했어요. 결국 중요한 건 내게 주어진 환경에 나의 색을 융화시킬 수 있는방법을 찾는 것 같아요. 바꿀 수 없는 걸 껴안고 고민하기보다는.(천우희)

‘아, 이건 안 맞을 수 없는 스포츠구나. 패배할 때도 맞지만, 설령 이긴다 해도 결국 맞으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거구나.‘(변요한)

물론 인생은 이케아 가구 조립 같지 않다. 이케아처럼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루트가 있는 것도 아니며, 결과는늘 예상을 빗나간다. 부품을 잘못 끼우면 수정할 수 있는 이케아와 달리, 인생은 잘못 들어선 길을 풀어서 다시 조일 수도 없다.
다만, 인생이란, 벌어진 일 위에 또 다른 일을 벌이는 것이라는걸. 우연의 연속인 길 위에서 나에게 잘 맞는 조립 스타일을 찾아가는 게 인생임을 아는 나이가 되어간다.(정시우)

오디션에 합격하고 합격하고 합격한 게 쌓여서 지금의오정세가 된 게 아니라, 떨어지고 떨어지고 수백 번 떨어진 게 지금의 저를 만든 거잖아요? 그렇기에 놓쳐서 아쉬운 건 별로 없어요. 물론 사람이기에 당시에는 많이 아쉬워했지만요. (오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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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와 같은 시간을 뒤로하고 나는 긴 복도를 걸으며 그리 생각했다. 어째서 이 모든 우연이 이토록 완벽한 풍경을 만들어 냈을까. 적막한 복도에 콩콩 그 작은 발소리가 들릴 때 내가 뒤를돌아보지 않았더라면, 나의 작은 발자국 소리에 까치가 저 멀리달아났더라면, 이토록 꽃이 만개하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꽃이아름답지 않았더라면 이 풍경은 내 일생에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미 완성된 우연처럼,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찾아왔다는 경이로움의 황홀에 젖어 나는 긴 복도를 걸었다.

나의 부모의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생각하면 항상 그 끝에는인생이 얼마나 허무하고 덧없는지, 저미는 마음만 남는다. 내가낭비한 부모의 시간, 나의 부모는 무엇이 그리 급해서 나보다 먼저 서둘러 살아왔을까. 부모의 시간이 나와 함께 간다면 얼마나좋을까. 나의 기억에 영원한 사랑과 영광으로 남을 부모의 시간.
부모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어도 그 얼굴이 한없이 그립다. 나의노력에도 나의 간절함에도 나의 슬픔에도 결코 나를 기다려 주지않을, 부모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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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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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은 영화를 한 편 보면 그 영화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했다. 영화를 음미하느라 하루를 다 써버리기도 했다. 목적없이 한 대상에 이토록 긴 시간을 내어준 적이 전에는 없었다고 생각하면서 민준은 지금 자기가 굉장히 사치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시간을 펑펑 쓰는 사치. 시간을 펑펑 쓰며 민준은 조금씩 자기 자신만의 기호, 취향을 알아갔다. 민준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어떤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결국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을.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다 행복하진 않아. 좋아하는 일을 좋은 환경에서 하면 모를까. 어쩌면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네.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좋아하는 일도 포기하고 싶은 일이 되어버리거든. 그러니 우선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그럼무조건 행복해질 것이다, 라는 말은 누구에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어. 어쩌면 너무 순진한 말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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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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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나는 애초에 내 인생을 눈치챘다. 그래서 사람들이 희망을 떠들어댈 때에도 나는 믿지 않았다. 불확실한 희망보다는 언제나 확실한 절망을 택했다. 그러나애초에 나는 내가 백조라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미운 오리 새끼라고 손가락질할 때에도 나는 속으로 코웃음만 친다.

맹희는 한없이 착하고 말도 별로 없었지만, 그러나 일단 자기 생각이 옳다고 믿어지면 조금도 굽힐 줄 몰랐다.
그것은 격렬한 저항은 아니었지만, 바람에 허약하게 흔들리면서도 그러나 그 바람이 그칠 때까지는 결코 꺾이지 않으면서 그 흔들림을 멈추지 않는 풀잎의 몸짓과도 깉은 것이었다.

또한 죽음은 내가 생각하듯 한순간의 뛰어오를 듯한 슬픈 희열 혹은 고통의 쾌락 같은 게 아니었다.
그것은 길고 지루한, 그러나 피할 수 없는 행사 같은 것이었다.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고 곱씹어보고 그러고서 때가 되면 어쩔 구 없이 치러내야만 하는 의무적인 행사였다.

이제 나는 무차별적 불행의 이상화 대신에 선택적 행복의 실천을 위해노력하고 싶다. 사실 죽음과 관능은 어쩌면 서로 떨어진독립적인 게 아니고 한 동전의 앞뒤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파괴의 쾌락은 노력하기만 한다면 생산의 쾌락으로 변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나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뒤늦게나마 믿고 싶고, 믿으려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죽음에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나는커가면서 배웠다. 죽음은 어디로든 우리를 찾아올 수 있고, 어디로든 우리를 불러낼 수 있다는 것을.

새에 대한 나의 환상은 그때 깨어졌다. 그 이후로 나는하늘에서 날아가는 새들을 보면서 그들의 자유로움을 그리기보다는 그들 날갯짓의 중노동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한다. 쉬운 삶이란 없다. 어떤 존재든 혼신을 다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신화 상징적으로 말하자면 그건 자기 내부의 용과 싸우는 것인데, 내가 체험한 바로는 그 용을 만든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 그러므로 그 용은 환영이며, 따라서 그 용과는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 우리가 생각으로 키워낸 것이므로 생각으로 없앨 수 있다는 것이지. 돈키호테가 자기 적으로 알고 싸워 무찌르려 했던 풍차는 실제로 적이아니었지. 적이라고 잘못 생각했던 것뿐이야. 그 용과 싸울 필요가 없다고 해서 대면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야.
똑바로 대면하고서, 그리고 그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 만들어놓은 환영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그것을 지워버리는 거지. 대면하지 않는 이상은 그것이 내가 만든 환영임을 알 수 없고, 그런 가운데 그 용의 환상은 점점 더 커지면서 실제적인 힘을 행사하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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