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와 같은 시간을 뒤로하고 나는 긴 복도를 걸으며 그리 생각했다. 어째서 이 모든 우연이 이토록 완벽한 풍경을 만들어 냈을까. 적막한 복도에 콩콩 그 작은 발소리가 들릴 때 내가 뒤를돌아보지 않았더라면, 나의 작은 발자국 소리에 까치가 저 멀리달아났더라면, 이토록 꽃이 만개하지 않았더라면, 이토록 꽃이아름답지 않았더라면 이 풍경은 내 일생에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미 완성된 우연처럼,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찾아왔다는 경이로움의 황홀에 젖어 나는 긴 복도를 걸었다.

나의 부모의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생각하면 항상 그 끝에는인생이 얼마나 허무하고 덧없는지, 저미는 마음만 남는다. 내가낭비한 부모의 시간, 나의 부모는 무엇이 그리 급해서 나보다 먼저 서둘러 살아왔을까. 부모의 시간이 나와 함께 간다면 얼마나좋을까. 나의 기억에 영원한 사랑과 영광으로 남을 부모의 시간.
부모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어도 그 얼굴이 한없이 그립다. 나의노력에도 나의 간절함에도 나의 슬픔에도 결코 나를 기다려 주지않을, 부모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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