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갈증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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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한 기적의 수혜자 서른일곱 명이 그들의 더러운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나에게 가장 큰 웃음을 준 것은 가버나움의 마귀들렸던 자였다.
「마귀가 나간 후로 사는게 시들해져 버렸어요!」
눈이 멀었던 자는 세상이 이렇게 추악할 줄 몰랐다며 한탄을 늘어놓았고, 문둥병에 걸렸던 자는 이제 아무도 그에게 적선하지 않는다고 투덜댔으며, 티베리아스의 어부 조합은 다른 조들을 배제하고 한조만 특별대우 했다며 나를 비난했고,
나사로는 살갗에 시체냄새가 밴채로 사는 게 얼마나 끔찍한일인지 토로했다.

좋은 질문이다. 나는 TL는 늘 알지만, II는 결코 알지 못1
한다. 다시 말해, 목적보어는 알아도 상황보어는 알지 못한다. 따라서 나는 전지(全知)의 존재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부사들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다. 악마가 디테일에 있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인간은 육신의 이런저런 결함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다.
당연한 일 아닌가. 집이 없는 건축가가 설계한 집이 어떻게 완벽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일상적으로 하는 일에만 훌륭한 솜씨를 발휘한다. 아버지는 한 번도 육신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는 그분이 육신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경이로울 정도로일을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기적을 일으키는 일이 은혜를 베푸는 게 아니라 의무를 다하는 게 되어 버렸다.
냉이라이트사지가 잘려 나간 장애인이나 빈사 상태의 환자를 나에게들이미는 사람들의 눈길에서 내가 수없이 읽은 것은 간청이아니라 협박이었다!

우리는 즐거움을 누렸을 때 훨씬 나은 누군가가 된다. 이것은 아주 간단한 이치다.

사랑은 확신과 의심을 한데 모은다. 우리는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하는 만큼 그것을 의심한다. 번갈아 그런 게 아니라, 난감하지만 동시에 그러하다. 사랑하는 이에게 질문을 퍼부어서 의심을 떨치려 애쓰는 건 극도로 애매한 사랑의 본성을 부인하는 일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일 때 느끼는 것, 그것을 배양하라. 그것이 바로 신비주의적 충동이다. 이것은 은유가 아니다. 배고픔을 더는 느끼지않을 때 우리는 그것을 포만이라 부른다. 피로를 더는 느끼지않을 때 우리는 그것을 휴식이라 부른다. 고통을 더는 느끼지않을 때 우리는 그것을 위안이라 부른다. 갈증을 더는 느끼지않을 때 그것을 칭하는 낱말은 없다. 언어는 지혜로워서 갈증에 반대되는 낱말을 창조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갈증을 해소할 수는 있지만, 그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목마른 자에게 그것을 견뎌 보라고 권한다. 마시는 순간을 늦춰 보라고. 물론 한없이 늦추라는 말은 아니다. 건강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되니까. 나는 갈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갈증을 해소하기 전에 그것을몸과 마음으로, 철저하게 느껴 보라는 것이다. 세우실험을 해보라. 목이 타는 갈증을 참고 또 참은 후에 잔의물을 단숨에 들이켜지 마라. 한 모금만 입에 머금고 삼키기 전몇 초 동안 참아 보라. 그 경이로움을 가늠해 보라. 그 황홀함,
그것이 바로 신이다. 아빠 했으며졌다친수해왔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신의 은유가 아니다. 바로 그 순간그 한 모금의 물에 대해 당신이 느끼는 사랑이 바로 신이다.
나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 그러한 사랑을 느끼기에 이른 자이다. 그리스도가 된다는 게 바로 그런 것이다.

그것은 내가 구원받았다는 증거다. 그렇다, 극도의 고통에시달리고 있지만 나는 아직 물 한 모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나의 믿음은 그 정도로 온전하다.의해서 살았다

나는 빗물을 받아먹기 위해 혀를 내밀힘조차 없다. 하지만빗물이 내 입술을 적신다. 나는 언젠가 〈페트리코르〉 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얻게 될,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냄새를다시 한번 들이마시는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린다.

진실로, 당신의 사랑하는 망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마음껏 기뻐하라. 그것은 그가 가장 좋은 방식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죽음을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결론짓지 마라. 그는 최선의 방식으로, 당신을 위해 억지로 내키지 않는 재주를 부리지는 않는 방식으로 당신을 사랑한다.
죽어 있는 것은 평온하다. 당신에게 돌아오는 일은 짜증스럽다. 상상해 보라. 한겨울, 당신은 따뜻한 이불속에, 휴식과온기의 희열 속에 누워 있다. 당신이 친구들을 아무리 좋아한다 해도, 그들에게 그렇다고 말해 주기 위해 추운 바깥으로 나가고 싶겠는가? 당신이 그 친구라면, 당신 혼자 좋자고, 보고싶은 누군가를 차갑고 짙은 안개 속으로 억지로 나오게 하고싶겠는가?
당신이 죽은 자들을 사랑한다면, 그들의 침묵마저 사랑할만큼 그들에게 신뢰를 바쳐라.

지옥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이 있는 이유는 상처가 될 만한 것을 늘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적어도 그들 중 하나와 마주친 적이 있다. 항상 언짢아하는 존재, 만성적인 불만자, 성대한 잔치에 초대받고도 빠진 음식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 그들이 왜 죽는 순간에불평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박탈당하겠는가? 그들에게도 그들의 죽음을 망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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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김헌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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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인물과 꼬여있는 족보때문에 헷갈리기는 하지만 언제 읽어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더욱 쉽게 풀어 주셨네요. 알고 있는 이야기는 알아서 재미있고 모르던 이야기는 새로 알게 되니 더욱 재미있습니다. 그들의 이름과 이야기는 아직도 우리 주위에 많이 남아 있으니 늘 곁에 두고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세상을 떠난 그들이 어디로 갔을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들이 남긴 이야기를 보며 우리는 우리의 삶과 세계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따져 묻습니다. 그들이 남긴 글과 이야기를 읽으며이제 우리는 ‘나‘의 이야기를 써야 합니다. 내가 깃들 집, 단단히붙들고 삶을 견뎌 내야 할 기둥, 삶의 여정을 헤쳐 나가기 위해 타고 떠나야 할 때,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그렇게 우리 삶의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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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무죄의 여름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추지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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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 책의 원제는 『베를린은 맑은가』입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파리를 불태우라는 작전 용어 ‘파리는 불타고있는가‘로부터 착안하였습니다. 침략전쟁을 시작한 나라가 패전하고 인과응보처럼 점거된 것을 의식하면서, 개인의 죄악을 반영해 보았을 때 마음은 맑다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또 제 모국인 일본은 패전의 날 하늘이 매우 맑았다고합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침략과 학살을 자행했던 나라임을기억하라는 뜻도 이 글에 담았습니다.

후카미도리 노와키

당, 나치는 ‘범죄자가 없는 아름다운 민족 공동체‘를 만들기위해 많은 사람을 박해의 대상으로 삼았다. 유대인은 물론이고슬라브인과 폴란드인, 치고이너(집시, 로마인을 가리키는 당시의 멸칭)에 공산당원, 병자와 장애인 등.

"지금 당장 알지 못해도 돼. 하지만 말이지, 아우구스테. 네가여기에 있어도 되는 것처럼 기젤라도 여기에 있어도 되는 거란다. 네가 재채기를 하고 싶을 때 재채기할 수 있는 것처럼 기젤라가 장미를 보고 싶을 때 장미를 봐도 되는 거야. 만약 앞으로 기젤라가 장미를 보고 싶어 하는데 많은 사람이 안 된다면서 ‘기젤라 견학 금지‘ 팻말을 세우더라도 아우구스테는 팻말을 뽑아내고 기젤라에게 장미를 보여주면 좋겠어. 약속할 수 있어?"

"하지만 나는 겁쟁이고 정의가 뭔지도 모르겠어. 그러니까 그사람들이 벌써 죽어서 복수하지 않아도 되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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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지음, 임진실 사진 / 돌베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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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학생에 대한 편견은 대개의 편견이 그러하듯잘 모름’에서 생겨나고, 편견은 ‘접촉 없음‘으로 강화된다.
어느 삼십대 남성은 나와 이야기를 하던 중 자신은 살면서특성화고 졸업생을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와마주보고 있던 나는 여상을 졸업했다. 그가 말하는 특성화고 졸업생이 바로 나였다. 대부분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은 전부 대졸자이고 특히 글 쓰는 일에 종사하면 대학을 나왔으리라 간주한다. 꼭 그렇지는 않다. 그동안 거리에서 장애인을 못 봤다면 장애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만한 여건이 아니라서 그렇듯이, 지금까지 성폭력 피해자를 못 봤다면 그런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사실을 말해도 들어주는 사회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듯, 특성화고 학생도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맥락에 따라자연스레 비가시화된다. 모든 청소년은 학교에 다니고 학생이란 곧 전부 수능을 치는 예비 수험생으로 여기는 식이다.

애들아, 너무 착해도 이 나라에서 살기 힘들다. 적당히 싸가지도부리고 개기기도 해야지 묵묵하게 일만 하면 호구로 보고 갈구기만 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때리거나 건드리면 너는 더 때려라.
이게 팩트다. 약한 모습 보이지 말고, 세상이 그래. 더 강해져라.

강석경 씨의 인터뷰 중 슬픔에 처한 사람과 관계 맺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가장 큰 공부였다. "슬픔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을 용서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슬픔의 일부"(론 마라스코·브라이언 셔프, 『슬픔의 위안』)라는 말 뜻이무엇인지 그는 긴 시간을 할애해 들려주었다. 자식을 잃고매일 돌아오는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내기까지, 세끼 식사를 차리고 세상에 복귀하기까지, 사람들이 모여 너나없이자식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 앉아 있기까지 2년 넘는 시간이걸렸다. 사람들은 그에게서 자식을 잃은 슬픔을 보려 했다.
자식 얘기를 피했고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그건 배려가 아닌 배제였다. 그는 자기 앞에서 아무도 자식 얘기를 하지 말라 요구하지 않는다. 자식을 키우는 희로애락을 말하는 것처럼 자식을 그리워하는 희로애락도 공평하게 말할 수 있기를, 느닷없는 눈물도 대화의 일부로 예사롭게 받아주기를바랄 뿐이다. 기쁨을 말하듯이 슬픔도 심상하게 말하게 해달라는, 눈물도 일종의 말이라는 그의 요청은 이 슬픔의 시대에 공동체가 익혀야 할 삶의 기술이 아닐까. 기쁨을 나누는 일은 배우지 않아도 사는 데 무리가 없지만, 슬픔을 나누는 일은 반드시 배워야만 하는 사람의 일이라는 것을 강석경씨를 만나면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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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니코 스타르노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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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행복하지 못햇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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