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고작 이 정도의 어른 - 누구나 한 뼘 부족하게 자란다
남형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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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니듯 출퇴근을 반복했고, 선생님 대하듯상사와 선배들을 대했고, 자유의지보다 규범화된세계관을 우선하며 지내왔다. ‘어떤 기자가 되고싶은가‘의 세계도 있었던 것 같은데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이래야 한다‘의 세계가 늘 이겼다. 그런나를 조직은 싫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살려뒀으니까. 그렇게 30대가 저물었다. 좋은 기자가 되지도못했고 즐겁게 살지도 못했다. 월급만 주룩주룩 받았다. 10년이 넘도록.

"천천히 걸으니까 좋다. 저런 나무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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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관통당한 몸 - 이라크에서 버마까지, 역사의 방관자이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
크리스티나 램 지음, 강경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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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역사책에서도, 도심의 전쟁 기념비에서도 이여성들의 이름을 찾지 못할 테지만, 내게는 그들이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가. 조금 더, 조금 더 끔찍한 이야기를 끝없이 찾아다니며 그들에게 어떤 괴물을 키우도록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가? 포위됐던 콩고 동부에서 막구출되어 비행기에 가득 태워진 벨기에 수녀들에게, 아마 실화는 아니겠지만, "여기에 강간당했고 영어 할 줄 아시는 분 계세요?"라고 외쳤다는 그 텔레비전 리포터와 우리는 정말 다를까?

저희가 얼마나 가난한지 아시겠죠. 하지만 저희가 바라는 건 그냥 돈이 아니에요. 부당한 일을 당한 건 바로 저희라고 인정받는 것이죠."

이브 엔슬러는 나와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저는오랫동안 성폭력을 연구했어요. 그런데 남자들은 다 어디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우리 문제가 아닙니다. 여성이 여성을 강간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건 남성들의 문제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기술과 통신 덕택에 나는 몰랐노라고 아무도 말할 수 없게 됐다. 이 드라마에 눈을 감는다면 공모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범죄의 책임은 가해자뿐 아니라 못본 척하는 사람들에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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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수첩의 비밀 - 도라 마르가 살았던 세계
브리지트 밴케문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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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페이지터너는 아니지만 계속 넘길 수 밖에 없는 힘을 가진 책입니다. 이 수첩이 우연히라도 그 가치를 아는 자의 손에 들어 간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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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수첩의 비밀 - 도라 마르가 살았던 세계
브리지트 밴케문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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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토는 피카소를 미치도록 숭배했다. 일기에서피카소를 "가난하게 옷 입어도 화려하고, 마치 구멍난 물탱크처럼 천재성을 사방으로 쏟아내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막스 자코브의 유해가 파리 이브리 묘지의 유대인 구역에 묻히고 며칠 뒤 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추도 행사를 마련했다. 레리스의 넓은 응접실에서 피카소가 그린 자코브의 초상화를 앞에 두고 피카소의 희곡을 처음으로 공개 낭독한 것이다. 피카소가 즉흥적으로 쓴 그 초현실주의적 희곡은 전쟁 동안의 궁핍굶주림, 추위에 관한 내용이었다. 제목은 꼬리 잡힌 욕망이지만꼬리도 머리도 없는 작품이었다. 피카소는 사흘 만에 자동기술로글을 써냈고, 아마 다시 읽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작품 자체보다 캐스팅이었다. 레리스가 뚱뚱한발‘ 역을 맡았고, 레몽 크노가 ‘양파‘, 시몬 드 보부아르가 사촌장 폴 사르트르가 ‘둥근 조각‘, 루이즈 레리스가 ‘두 마리 개 도라마르가 ‘기름진 고뇌‘ 역을 맡았다. 그리고 알베르 카뮈가 연출을담당했다. 관객으로는 피카소를 중심으로 라캉부부, 조르주 바타유. 장루이 바로와 마들렌 르노‘ 조르주 브라크 마리로르드노아유, 앙리 미쇼, 앙드레이 뒤부아와 그의 친구 뤼시앵 사블레 등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콕토는 참석하지 않았다. 화가 났던 걸까?
막스 자코브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이 추모행사를 거부했던 걸까?
도라는 클로드 시몽과 함께 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시몽은 거의무명의 젊은 작가였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 장래의 노벨상 수상자가 사르트르를 빼고도 두 명이나 있었던 셈이다.

마리로르 드 노아유가 친한 사람들에게 자주 하던 질문이 있다.
"당신은 몇 살에 지금의 당신이 되었죠?" 이 질문에 나는 도라가
"1951년!"이라고 대답했기를 바란다. 그렇게 내가 가진 수첩에의미가 부여되면 좋겠다. 도라는 피카소가 떠난 뒤 육 년을 살아냈다. 마흔네 살, 우울증에서 벗어났다. 균형을 잡아주는 세 기둥, 신과 라캉과 그림 덕분이었다. 물론 아슬아슬했지만, 그래도 그균형 덕분에 도라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남들 눈에 어떻게보이든 내 운명은 멋지다. 한때는 어떻게 보이든 내 운명이 몹시가혹하다고 말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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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팟캐스트를 통해 어학공부 어플을 알게 되어 심심풀이로 영어공부를 시작해 보았습니다. my computer your computer부터 시작하려니 시시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뭔가 끝장을 보고 싶어 해보았더니 한달도 되지 않아 마스터 트로피를 받아버렸습니다. (이는 결코 제 영어실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주입식교육 12년을 과정을 이수한 대상자라면 얼마든지 해낼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옆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는 남편을 보니 다른 언어공부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평소 배우고 싶거나 관심이 있던 언어는 없었기에 그저 많이 사용되는 언어라는 이유로 스페인어를 선택했습니다(그런 이유라면 중국어가 우선이었겠지만 시작도 전에 한자 앞에서 좌절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 스페인어.. 앱으로 혼자 공부하려니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기는 하지만 무척이나 재밌었습니다. 영어와 비슷해 외우기 어렵지도 않고 새로운 단어를 배워 한글떼는 아이처럼 보이는 사물마다 스페인어로 발음해보는 기분은 신선했지요. 하지만 결국 마의 구간을 만나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동사변형이 닥치고 만 것입니다. 이제는 그저 앱만으로는 안되겠다 싶어 책을 찾아 보던 중 하현작가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찌나 제 마음과 같은지… 큰 목표 없이 그저 호기심만으로 시작하고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하는 스페인어. 잘하면 좋고 못해도 할 수 없는 스페인어. 이렇게 배우는 수준으로 원서를 읽을 수도 유창한 회화를 할 수도 없겠지만 낯선 언어를 배우는 재미만으로 일상에 활력이 생겨 일석이조는 되니 어쨌든 제게는 이익입니다.
결국 스페인어 문법책은 더이상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너무 파고 들면 금방 지루해 질 것 같거든요. 제 스페인어공부의 목표는 그저 ‘가늘고 길게’이니 아직 동사변형은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작가님과는 다르게 저는 여행을 좋아해 언젠가는 스페인에 가서 단어의 나열로만 여행을 즐겨 보고 싶습니다. 우리도 외국인이 더듬거리고 한국말을 하면 문법이 틀리더라도 그저 귀엽게 봐주지 않나요? 스페인에서 더듬거리며 그들에게 귀여움을 받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Yo necesito una café라고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오늘도 반갑게 스페인어를 마주합니다.

제2외국어 배우기.
말하자면 내게 그건 외발자전거 타기나 마찬가지였다.
살면서 한 번쯤 흥미를 가져 볼 수는 있겠으나 결코 실천에 옮기지는 않을 일. 해서 나쁠 건 없겠지만 하지 않아도 크게 아쉬울 건 없는 일. 학창 시절 선택 교과로 슬렁슬렁 배웠던 일본어와 중국어를 제외하면 내 인생에 제2외국어 같은 건 없었다. 그럴 만도 하지. 꼬박 이십 년을 배운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제2외국어가 웬말인가.

일상이 단조로운 건 그렇다 쳐도 삶의 목표마저 이렇게한결같다니. "이러다 너무 평평한 인간이 될 것 같아요." 고민 상담을 가장한 푸념을 늘어놓았다.
"뭔가 새로운 걸 배워 보면 어때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면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을 것 같고……"
그 말이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듣고 보니 그랬다.
일주일에 한두 번 학원에 가서 뭔가를 배우는 건 의지박약형 인간이자 안전제일주의자인 나에게 아주 적합한일이었다. 여행처럼 목돈을 들일 필요도 없고 운동처럼몸을 움직일 필요도 없으니 이 얼마나 안전한 도전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앉다‘는 없고
‘앉히다‘만 있는, ‘화나다’는 없고 ‘화나게 하다‘만 있는이 이상한 언어의 체계가. 하지만 나는 이방인. 내 이해따위는 필요 없다. 스페인어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모든 걸 익숙한 모국어의 개념으로 치환하려는 태도는외국어 습득을 방해하는 커다란 걸림돌이다.

있지, 사실 나 스페인어를 사랑하지 않아. 그저 약간의흥미를 가지고 있을 뿐이야.
나도 안다. 사랑하는 일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런 글이 읽는 사람에게 어떤감동을 주는지. 하지만 또 안다. 그 마음은 결코 연기하거나 흉내낼 수 없는 것임을. 사랑의 모양은 너무도 고유해서 아무리 뛰어난 재주로도 모방할 수가 없다. 소묘와는 다르게.
루시는 그 반대편에 있다. 애틋함 없이도 어떤 일을 지속하는 사람의 마음. 의무, 책임, 흥미, 욕심. 애정이 아닌 단어로 설명되는 노력. 그런 것들이 만드는 이야기에는 또 다른 감동이 존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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