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수첩의 비밀 - 도라 마르가 살았던 세계
브리지트 밴케문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콕토는 피카소를 미치도록 숭배했다. 일기에서피카소를 "가난하게 옷 입어도 화려하고, 마치 구멍난 물탱크처럼 천재성을 사방으로 쏟아내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막스 자코브의 유해가 파리 이브리 묘지의 유대인 구역에 묻히고 며칠 뒤 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추도 행사를 마련했다. 레리스의 넓은 응접실에서 피카소가 그린 자코브의 초상화를 앞에 두고 피카소의 희곡을 처음으로 공개 낭독한 것이다. 피카소가 즉흥적으로 쓴 그 초현실주의적 희곡은 전쟁 동안의 궁핍굶주림, 추위에 관한 내용이었다. 제목은 꼬리 잡힌 욕망이지만꼬리도 머리도 없는 작품이었다. 피카소는 사흘 만에 자동기술로글을 써냈고, 아마 다시 읽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작품 자체보다 캐스팅이었다. 레리스가 뚱뚱한발‘ 역을 맡았고, 레몽 크노가 ‘양파‘, 시몬 드 보부아르가 사촌장 폴 사르트르가 ‘둥근 조각‘, 루이즈 레리스가 ‘두 마리 개 도라마르가 ‘기름진 고뇌‘ 역을 맡았다. 그리고 알베르 카뮈가 연출을담당했다. 관객으로는 피카소를 중심으로 라캉부부, 조르주 바타유. 장루이 바로와 마들렌 르노‘ 조르주 브라크 마리로르드노아유, 앙리 미쇼, 앙드레이 뒤부아와 그의 친구 뤼시앵 사블레 등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콕토는 참석하지 않았다. 화가 났던 걸까?
막스 자코브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이 추모행사를 거부했던 걸까?
도라는 클로드 시몽과 함께 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시몽은 거의무명의 젊은 작가였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 장래의 노벨상 수상자가 사르트르를 빼고도 두 명이나 있었던 셈이다.

마리로르 드 노아유가 친한 사람들에게 자주 하던 질문이 있다.
"당신은 몇 살에 지금의 당신이 되었죠?" 이 질문에 나는 도라가
"1951년!"이라고 대답했기를 바란다. 그렇게 내가 가진 수첩에의미가 부여되면 좋겠다. 도라는 피카소가 떠난 뒤 육 년을 살아냈다. 마흔네 살, 우울증에서 벗어났다. 균형을 잡아주는 세 기둥, 신과 라캉과 그림 덕분이었다. 물론 아슬아슬했지만, 그래도 그균형 덕분에 도라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남들 눈에 어떻게보이든 내 운명은 멋지다. 한때는 어떻게 보이든 내 운명이 몹시가혹하다고 말했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