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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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게도 위화 작가님이 오랜만에 펴내신 ‘원청‘의 서평단으로 뽑혀 크리스마스주말동안 울고 웃으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었습니다.

​중국소설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위화작가의 이야기라면 다르지요. 20여년전 처음 접한 그의 소설은 어린 저에게 충격이었습니다. 처음 읽어보는 이야기였으며 처음 접해보는 전개였습니다.

​먼저 위화의 소설은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무척 슬프기도 하지요.

그는 소설속의 인물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작가에 의해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그들은 그저 시대에 휩쓸려 다사다난한 인생을 겪게 됩니다. 주인공이라 해서 운명을 피해 큰 행운을 만난다거나 굉장한 성공을 거두지도 못합니다. 그들도 그것을 아는 지 대단한 희망을 바라기 보다 부지런히 현재를 살아내고 있을 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인물들에게 더욱 빠져들게 되는 것 아닐까요?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선한 인물들은 그들의 신념을 지키는 인생을 살고 악한 인간들은 극악을 치달아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선한 이들이 승리하는 것도 악한 인간들이 반성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린상푸의 여정을 따라 겪는 그의 인생과 그가 만나는 이들의 인생이야기가 뭉치고 흩어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게 되었고 결국에는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더불어 위화작가가 쓰는 이야기의 힘이야 알고 있었던 바이지만 번역가의 능력에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아름답게 읽혀 도대체 한자어로는 어떻게 쓰는지가 궁금할 지경이었으니까요. 솔직히 위화작가 외의 중국소설은 전혀 읽지 않는 제가 이제는 문현선 번역가님을 믿고 다른 책도 시도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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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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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기전부터 이미 내 안에도 사람을 낳을 소질이 준비되어 있다니.
심지어 대량으로 태어나기 전부터 몸속에 ‘낳음‘을 지니고 있다니. 근데 이게 책에만 적혀 있는 일이 아니라 내 배 속에서실제로, 정말로, 지금, 일어나는 일이다. 태어나기 전의 장차태어날 수 있는 것이 태어나기 전부터 몸속에 있다니, 쥐어뜯고 싶다, 박박 찢어버리고 싶다. 대체 이거 뭔데.

이를테면 AID로 태어난 사람들은 진실을 듣지 못한 채속아 살아왔다는 사실에 깊은 상처를 받는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숨김없이 털어놓았더라면 어땠을까. 아이에게도 기증자의개인 정보에 접근할 권리가 보장된다면 이 기술에는 찬성인가,
어떤가. 자신의 출생을 명확히 모르는 사람은 비단 AID에 한하지 않고도 많은데, 그 경우와 어디가 어떻게 다른가

이 사람들은 어쩜 이리 경솔하고 제멋대로일까 싶어요. 진심으로요. 그러게 그렇게 될 줄 뻔히 보이잖아요?
그거 알면서도 자기들이 좋아서 저질러놓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그리고 속으로 동정한답니다. 앞으로 고생고생, 허리게 일하면서 몇십 년이나 애들 길러야 하잖아요. 아프고, 입시치르고, 반항기 겪고, 취업 때문에 쩔쩔매고, 본인 인생에서 간신히 다 정리했다 싶었는데 그 사람들 또 똑같은 고생을 하나부터 다시 하잖아요. 정말 별난 사람들이랄까 사서 고생이랄까.
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딱히 결심했던 건 아니지만,
아이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지금은 생각해요."

"여자가 더는 아이를 낳지 않고, 아니면 출산 같은 게 여자 몸과 분리되는 기술이 나오면, 남녀가 만나 가정이니 뭐니 꾸렸던 게 인류의 어느 시기에 단순한 ‘유행이었다‘ 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언젠가는?"

"태어나서 잘됐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자신들 같은 인생을살게 하고 싶어서요컨대 자기들 멋대로 시작한 도박에서 이기려고 부모나 의사들은 부탁도 받지 않은 생명을 만들어요. 때로는 작은 몸을 자르고, 꿰매고, 관을 넣어 기계에 연결하고, 많은 피를 흘리게 하죠. 많은 아이들이 아픔만 느끼다가 죽어요.
그러면 부모를 동정하죠. 세상에, 얼마나 상심했을까. 부모들은눈물을 훔치며 슬픔을 이겨내려 애쓰고, 그래도 태어나줘서 기뻤다고, 고마웠다고 말해요. 진심으로요. 뭐가 고맙다는 거죠?
누구한테 하는 말이죠?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그저 고통 덩어리일 뿐이었던 그 아이는 태어났죠? 설마 부모에게 고맙다는 말을 시키려고? 선생님 실력은 굉장했다는 칭송을 듣게 하려고? 대체 무슨 권리로 그런 일을 해도 된다고 생각할까요? 고통만 느끼다가 죽을지도 모르는 아이를, 이런 세상에서 1초도못 버티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아이를, 날마다 죽음만 생각하며 살아갈지도 모르는 아이를, 어떻게 세상에 턱턱 내놓을 수있죠? 몰랐으니까? 그렇게 되기를 원한 게 아니었으니까? 설마자신이 도박에서 질 리는 없으니까? 인간은 원래 어리석은 존재니까? 이건, 대체 누구의 도박이죠? 뭘 걸고 하는 도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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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적으로 헉헉대며 먹고 있는 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맛있는 건 알겠다. 하지만 지금의내겐 지나치게 맛이 있다. 맛의 과잉이랄까. 싫지는 않지만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끈질기게 따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느낌……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호화로운 저녁식사는 한 끼로 충분하다.
그런데 소박한 아침 밥상은 다르다. 며칠이든기꺼이 같은 메뉴를 먹을 수 있다.
결국 그런 게 아닐까.
호화로운 건 사람을 질리게 하는 게 아닐까.

우린 지금 모두가 그런 ‘똑똑한 여자‘를 목표로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다. 일도 생활도 똑 부러지게 잘해내고 싶다며 다들 필사적이다. SNS를 보며, 그렇지 못한 나는 얼마나 못난 사람인지를 반성한다. 그렇게 모두가 조금이라도 나은삶을 목표로 매일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먹는다는 건 산다는 것이다. 사는 게 그렇게 복잡하고 힘든 일이어야 하는 걸까.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개뿐일까?
똑똑한 여자가 될 것인가, 한심한 여자가 될것인가?
아니, 그럴 리 없다고 나는 당당히 주장하고싶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음식의 미니멀리즘‘이다.

반찬이요?
만들 수야 있지만 만들고 싶지않은데요.

맛이란 무엇일까. 사실 맛은 스스로 정하면되는 것이다.
이게 맛있다, 저게 맛있다, 세상에는 온갖 맛정보가 넘쳐난다. 그러나 어쩌면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신비의 맛이 당신의 쓰레기통 안에 들어있을 수도 있다.
먹는 즐거움이란 실로 자유로울 수 있고 또 무한해질 수 있다.

자립이란 결국 내 힘으로 먹고 사는 일이다.
그리고 그 힘은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다.
그 힘을 내버려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모두 요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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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중에 - LATER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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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이므로 악을 불러들이기로 마음을 먹어야 악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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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 인생 후반전에 만난 피아노를 향한 세레나데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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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이런 세계도 존재했던 것이다. 목표가 없어도, 어딘가를 향하지 않더라도, 지금이 순간에 무작정 노력하는 그 자체로 즐거운 세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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