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김하나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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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개를 보면 슬프다. 포인핸드 같은 곳에서 입 양 가족을 기다리는 개들의 불안하고 처량한 눈빛을 볼 때도 당연히 그렇지만, 가족에게 사랑받는 행복한 개조 차도 잠깐 가게 앞에 묶여 혼자 남겨지면 출입문만 바라 보며 시선을 못 떼는데, 나는 그런 개의 뒤통수를 볼 때 도 슬퍼진다. 개는 왜 사람 따위를 이토록 사랑하는 걸 까. 개의 중심은 제 안에 있지 않고 자기가 바라보는 사람 안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We don‘t deserve dogs ‘라는 말처럼, 많은 경우 인간들은 개의 맹목적이고 순수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

인간과동물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 차이가 한쪽이 한쪽에게 일방적인 고통을 가하는 것을 정당화해주지 는 않는다. 이곳이 사자와 사슴이 같이 풀을 뜯는 에덴 동산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서는 결국 다른 생명을 취해야 하는 원리를 부정하는 것 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까지 잔인해질 이유는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행동이, 지식이, 방법이, 자세가, 애정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는 간단한 사실을 나는 몰랐다. 온몸에 개와 고양이의 털과 냄새가 배어 떨어지지 않아도, 생전 검은 옷 같은 거 마음대로 입지 못해도, 심한 털 알레르기에 항히스타민제를 먹어가며 고생을 해도, 온 팔과 손에 아이들이 할퀴고 문 자국이 생겨 지워지지 않아도, 아이 탓은절대 하지 않으며 그 모든 일들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들이 길러야 하는 것이 개, 고양이이며 그 마음이 바로사랑인 것을. 그 사람들은 그런 자세로 애들을 길러야한다는 걸 어디서 배우기라도 했을까? 당연히 아닐 거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좋아하면 알아갈 수밖에 없는 게 사랑이니까.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저 아끼고 사랑하니까. 사랑하면 관심을 갖게 되고 관심을 기울이다보면 알게 되니까. 그러다보면 그 입장에 서게 되고 무엇이 그를 위하는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방법이든 요령이는 태도는 다 터득하게되니까. 그런 거니까.

아이들을 기르지 말자고.

‘사지 말고 입양하지’뭐 그런 것조차 됐으니까

그냥 아예 기르지 말자고.

그게 그애들과 우리 자신을 위한 최선이라고,

너무 극단적이고도 단순한 발상 같지만 생각해보자. 당신은 혼자 사는 회사원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아홉 시간 남짓. 당신이 외로움의 해소를 위해 들인 아이는 당신이 없는 그 나머지 시간 동안 홀로 좁고 답답하고 무서운 공간을 지켜야 한다. 답답해진 아이가 짖으 니 옆집에선 항의가 들어온다. 당신이 있을 때 아이는짖지 않으니 당신 역시 ‘우리 애는 안 짖는다고 이상한말을 하는 견주들의 대열에 합류한다. 그러다 정해진 수대로 아이가 외로우니 아이의 친구를 만들어주자며나도 제대로 책임 못 지면서 또하나를 들여 둘을 만들 고, 그 둘 사이에서 또 새- 사이에서 또 새끼를 받아 분양을 하고, 자기는 그러지 못했으면서 사랑으로 우리 애를 길러달라고 이체이탈도 해보고…… 그렇게 생명의 수는 오늘도 늘어간다.
우리 그러지 말자. 할 수 없이 들였으면 하나로 만족하고 어쩌다 두 마리가 되었으면 그래도 새끼 같은 건 보지 말고 어쩔 수 없이 보았으면 분양한 후 제발 다시는기르지 말자. 제발 털 달린 생명을 이 땅에 더이상 태어나게 하지 말자. 자신의 외로움은 알아서 감당하고 신혼의 재미를 위해 강아지 들이지 말고, 대형견 한번 길러보고 싶은 욕망에 열여덟 평 아파트 살면서 말라뮤트 같은 애 들여가지고 무슨 에어컨 틀어주느라 전기세가 얼마가 나오느니 하며 되도 않는 무용담 같은 것 늘어놓지말고, 개, 고양이에 대한 꿈과 로망 같은 게 있다면 웬만하면 버리자. 생명이 누군가의 꿈이나 로망이 될 수는없다. 그렇지 않은가? 아이를 들이고 나서야 털 알레르기가 있는 줄 몰랐다는 무책임한 말 이제 그만하고, 그래서 고생고생을 하다 눈물 콧물 짜며 파양을 했으면 더는 기르지 말아야 하는데 이번에는 알레르기를 거의 유
발하지 않는 종이 있다며 또다른 애를 들였다가 또 문제가 생기고…… 제발 이제 우리 이런 일들 좀 그만하자.
마음은 안 그런데 방법을 몰라서, 지식과 정보는 쌓여도개념이 없어서, 동물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 당신이 동물 기르는 스킬을 업데이트해가는 동안 그 과정에서 실험과 연습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고통을 헤아린다면 이제 그만 기르자.

기르지 말고 돕자.

아이들과 우리 자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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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 단련 - 이슬아 산문집
이슬아 지음 / 헤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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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사이에는 어색한 간격이 벌어진다. 나는 그상태가 딱 좋다. 어색해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무엇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무엇 속에 둘러싸여 살아 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는 때마다 내 집을 둘러본다. 어째서인지 그 근거를 집에서 찾아야만 할 것 같다. 언젠가는나무가 있는 집에 살 수 있기를 소망하며, 작은 정원을 꿈꾸며, 지금의 월셋집을 청소하고 화분에 물을 준다.

고마워, 라고 말하고 싶지만 너무 졸려서 말이 나오지않는다. 내일은 하마한테 못 다한 얘기를 해야지. ‘길을 걷다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 중에 그댄 나에게 사랑을 건네준사람‘이니까 고마움도 죄책감도 말해야지. 내일은 새로운 우리가 되어야지. 탐이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금세 깊은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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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에서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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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메인주 한 귀퉁이에는 피비린내없이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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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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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낯선 무덤들 사이에서 그들의 주검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녀가 즐겨 공원묘지를 찾았던 이유는 이곳에서는 모두가 동등했기 때문이었다. 힘 있는 자나 약한자나, 가난한 자나 부자나, 사랑받는 자나 무시당하는 자나, 성공을 거둔 자나 실패한 자나, 그 사실은 영묘나 천사상이나 거대한 비석도 바꾸지 못했다. 모두 다 똑같이 죽었을 뿐이며 아무도 더 위대해질 수도 없고 위대해지려고하지도 않았다. 너무 위대하다는 것은 전혀 있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명예의 공원묘지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아. 명예의 공원묘지는 너무 크고 과도한 명예치레야. 사실은 모두가 함께 누워 있어야해, 유대인이든, 농부든, 베르크프리트호프에 묻혀 있는사람들까지도."
그들은 함께 누워 있어야 했다. 그리하여 우리가 죽음에있어서나 삶에 있어서나 동등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어야 했다. 차별과 선호, 분리로 얼룩졌던 삶이 끝나고 죽음이 모두를 똑같이 만들어주는 엄청난 것이라고 해서 죽음이 그 경악스러운 성격을 잃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등한 삶이 계속될 때 죽음은 그 경악스러운 성격을 잃는다.
나는 그렇게 살았던 영혼들이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 속으로 방랑하는 건지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영혼의 방랑에 대한 생각은 인간에게서 죽음에 대한공포를 덜어줄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평등의 진리에 대해 이해한 뒤라면 인간은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녀는 농부의 공원묘지에 있는 큰 참나무 밑 벤치에 앉아 그것을 내게 설명했다. 그러더니 웃었다. "나는 평등에 대해 말하는 거야. 내가 네게 말을 놓는 것처럼 너도 내게 말을 놓아야 해. 그리고 올가라고 불러."

그녀는 눈을 떴다. 눈길이 잠시 무언가를 찾다가 나를 발견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사랑으로, 기쁨으로 빛났다.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것이 나 때문이라는 것을, 그녀가 나를 그토록 사랑하고내가 온 것을 그토록 기뻐한다는 것을, 이 세상에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사랑하고 나 때문에 그렇게 기뻐한다는 것을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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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간힘
유병록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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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책을 읽다가 눈물을 참느라 머리가 아팠습니다. 이제 작가님은 슬픔을 덮어두고 (자주 꺼내어 보시긴 하지만) 옆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앞을 향해 안간힘을 쓰며 살고 계신듯 하여 다행입니다. 저도 힘을 좀 더 내보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위로가 멀리서 내게 다가오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그것이 다가와야 한다고 믿었나보다. 내 아픔이크니까, 나는 여기 주저앉아 있으니까, 여기서 울고있으니까, 위로가 알아서 나를 찾아 곁으로 와주길기다리고 있었나보다. 겉으로는 의연한 척, 괜찮아진척하며 속으로는 누가 나를 일으켜주길 바라고 있었나보다.
그런데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 을 보며, 어쩌면 위로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일지도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위로에게 다가가고 내가 위로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은 내가 슬픈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만큼 괜찮아지기를, 그래서 준비해둔 위로를 건넬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났다.
새삼 깨닫지만 위대한 예술은 나 같은 어쭙잖은이가의 편견을 가볍게 부서뜨리면서도, 따뜻하게 감싸 안을 만큼 품이 넓다.
위로가 필요하다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으러 가야 한다. 위로가 어디선가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위로는 주변 사람의 마음속에 있을수도 있고, 새로 만나게 될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책에서 마주칠 수도 있고, 영화관이나산책로에서 만날 수도 있겠다.
나는 이제 위로를 찾아서 한 발을 내딛는다.

나는 눈물을 참지 않기로 했다. 부끄러움은 내팽개치고 그저 소리 내어 크게 울기로 했다. 혼자 있는 누구와 함께 있는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울음은, 화산처럼 폭발하는 울음은, 마음에 담긴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한꺼번에 날려버린다. 아무래도 울음은무엇으로 대체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울음이 필요하다면, 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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