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낯선 무덤들 사이에서 그들의 주검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녀가 즐겨 공원묘지를 찾았던 이유는 이곳에서는 모두가 동등했기 때문이었다. 힘 있는 자나 약한자나, 가난한 자나 부자나, 사랑받는 자나 무시당하는 자나, 성공을 거둔 자나 실패한 자나, 그 사실은 영묘나 천사상이나 거대한 비석도 바꾸지 못했다. 모두 다 똑같이 죽었을 뿐이며 아무도 더 위대해질 수도 없고 위대해지려고하지도 않았다. 너무 위대하다는 것은 전혀 있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명예의 공원묘지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아. 명예의 공원묘지는 너무 크고 과도한 명예치레야. 사실은 모두가 함께 누워 있어야해, 유대인이든, 농부든, 베르크프리트호프에 묻혀 있는사람들까지도."
그들은 함께 누워 있어야 했다. 그리하여 우리가 죽음에있어서나 삶에 있어서나 동등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어야 했다. 차별과 선호, 분리로 얼룩졌던 삶이 끝나고 죽음이 모두를 똑같이 만들어주는 엄청난 것이라고 해서 죽음이 그 경악스러운 성격을 잃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등한 삶이 계속될 때 죽음은 그 경악스러운 성격을 잃는다.
나는 그렇게 살았던 영혼들이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 속으로 방랑하는 건지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영혼의 방랑에 대한 생각은 인간에게서 죽음에 대한공포를 덜어줄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평등의 진리에 대해 이해한 뒤라면 인간은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녀는 농부의 공원묘지에 있는 큰 참나무 밑 벤치에 앉아 그것을 내게 설명했다. 그러더니 웃었다. "나는 평등에 대해 말하는 거야. 내가 네게 말을 놓는 것처럼 너도 내게 말을 놓아야 해. 그리고 올가라고 불러."
그녀는 눈을 떴다. 눈길이 잠시 무언가를 찾다가 나를 발견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사랑으로, 기쁨으로 빛났다.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것이 나 때문이라는 것을, 그녀가 나를 그토록 사랑하고내가 온 것을 그토록 기뻐한다는 것을, 이 세상에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사랑하고 나 때문에 그렇게 기뻐한다는 것을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