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 - 가장 먼저 법적으로 안락사를 허용한 나라 네덜란드에서 전하는 완성된 삶에 관하여
마르셀 랑어데이크 지음, 유동익 옮김 / 꾸리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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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안락사라 하면 말기암환자들이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라 생각했는데 작가의 동생은 중독으로 인해 더 이상삶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선택한 방법이었습니다. 인생을 막 사는 사람을 두고 ‘죽을 날 받아 놓은 것 마냥왜 그렇게 사냐?˝고들 합니다. 하지만 여기 막상 죽을 날을 받아 놓은 사람은 더욱 성실하게 하루하루 애정을 가지고 살려 합니다. 비단 안락사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언제 이 생이 끝날지 모릅니다. 하루하루를 빼곡하게, 성실하게 사느라 힘들이지 않아도 그저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 만으로도 그 하루가 괜찮다고 느껴지지 않을까요...?

애도는 집합명사다.
애도는 명쾌한 것이 아니다. 애도는 싸워서는 안 되는 순간에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싸움을 거는 것이다. 더 슬로우 쇼 밴드의 "평범한 삶"을 들으며 잠시 목 놓아 울부짖는 것이다. 혹은 새와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지빠귀의 울음소리에 눈물을 흘리는것이다. "이봐, 정상적으로 행동해"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다.
애도는 나흘 연속 밤마다 열 시간을 잤어도 피곤한 것이다.
애도는 일해야 하는데도 의욕이 없는 것이다. 애도는 친구들을그리워하면서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애도는 증오, 분노, 고통, 슬픔, 젠장, 제기랄, 빌어먹을, 개자식이다.
애도는 밤늦은 시간에 전화벨이 울릴 때 여전히 소스라치게놀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다시는, 결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애도는 자식을, 동생을 잃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며, 그러니 그것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인생은 짧고 시계는 계속 째깍거리고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말도 안되기 때문이다.
애도는 계속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 삶이 꽤 아름답다는 것을다시 인식하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것, 삶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들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애도는 계속해서, 계속,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다 가끔 가만히 있는 것이다.
내가 그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깨닫기 위해서다.
그에게 바로 그 말을 하기 위해서다.
그가 그 말을 더는 들을 수 없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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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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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작가의 글은 레몬을 넣은 청량음료 같습니다. 가벼운 듯 하면서도 그 안에 사회적인 문제까지 녹여내는 그녀의 솜씨는 날로 진화하는 모습입니다. 그녀의 글 안에 있는 사람들은 늘 선하고 귀엽기까지 하구요.시원한 강가나 휴가지에서 읽으면 더욱 좋았을 듯 합니다.
요즘 여성작가의 글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가족안에서 연대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더 친근하게 와닿았습니다.
매 장마다 읽혀지는 심시선의 글을 보니 정세랑작가의 산문집도 기다려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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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1
이수정 외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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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피해자가 되었다가 가해자가 되었다가 하는 나의 과거에 부끄러웠지만 결국 이 사회는 나아지고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위로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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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의 맛 문학동네 청소년 48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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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등장하는 소녀들처럼 저에게도 중학교 때 어울려 다니던 세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 소속되어 있다는 다행감을 느낄 때도 있고 가끔은 나만 빼고 그 아이들끼리 더 다정해 보이는 소외감을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것 아닌 일로 상처받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친구에게 상처를 준 일도 있었지요. 그래서 이 소설속에 나오는 여학생들의 시시한 (나름대로 심각한) 그 고민들이 모두 공감이 되었습니다. 친구에게 상처받거나 상처를 줄 때면 제일 예쁜 편지지에 꾹꾹 눌러쓴 손편지를 서로의 서랍속에 몰래 넣어 두고 점심시간이면 다시 깔깔대며 매점을 들락거리던 중학교 시절의 그 친구들이 생각나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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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 2018년 공쿠르상 수상작
니콜라 마티외 지음, 이현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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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처럼 물처럼 흘러가는 앙토니와 하신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번역의 매끄러움이 흡족했던 소설이었습니다. 번역이라는 작업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책을 읽을 때 매끄럽지 못한 문장으로 브레이크가 걸리는 일이 종종 있었기에 이렇게 긴 소설의 부드러운 문체는 소설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번역가의 이력을 보니 시를 전공하셨더군요 (왠지 역시! 라며 고개를 끄덕였다는..) 처음 보는 단어인데도 너무 이뻐서 저장까지 해두었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에 엑상프로방스에서 쓰신 옮긴이의 말까지 맘에 들어 지난 여름 여행했던 엑상프로방스의 여운이 살아나 마치 그곳의 햇빛에 놓여 있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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