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저 당연히 숨을 쉬며 내 몸속에 들어오는 공기에 대하여 아무 생각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 공기에 대해 예민해지고 나쁜 공기를 차단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좋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준비하기에 이르렀지요. 먹는 것 역시 그저 맛있는 음식의 완성을 위해서만 생각했을 뿐 그것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생각하는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밥상앞에서 가족간의 안부, 친구들과의 친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입으로 들어가고 있는 음식에 대해서는 “맛있네, 짜네, 싱겁네”이상의 말을 나누는 일은 드무니까요. 하지만 이제 우리가 까다롭게 미세먼지 수치를 알려주는 어플을 사용하면서 까지 공기에 대해 걱정하는 것처럼 우리가 먹는 음식도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를 곰곰이 생각해야할 때가 왔습니다. 어쩌면 너무 늦은 것일지도요. 식재료를 사고 음식을 만들고 식탁에서 음식을 나누며 할 수 있는 많은 생각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을 통하여 그동안의 무지와 의식적인 외면들을 깨닫게 됩니다.
SF장르를 즐겨 읽는 편이 아닙니다. 복잡한 수치나 어려운 기계이름을 따라가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이전에 읽은 김초엽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을 읽고 SF도 이렇게 따듯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번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따듯하다 못해 뭉클해 눈물이 맺혀 버렸네요. 우리의 생활이 기계를 통해 발전(?)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미래에는 여전히 인간이 있을 것이며 다른 생명들이 함께 할 것이기에 이 소설이 더욱 울컥해졌습니다. 기계를 통해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때 우리의 감정이 상하는 일, 다른 동물들을 다치게 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한 해 1만여 마리 정도의 동물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을 감았다. 인간도 살기 비좁은 땅이라는 이유로 동물들이 사라져야 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생태계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인간은 없다. 모두가 입을 모아 동물의 생존권을 지켜야 한다고말한다. 하지만 그중 대부분의 인간들이 여전히 개 공장에서 태어나 펫숍으로 팔려 온 강아지를 구매했고 쓰레기통을 뒤지는고양이를 발로 찼다. 털이 뭉친 노견은 너무 못생겼다 느꼈으며 갓 태어나 젖도 떼지 못한 개만이 가족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고양이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 없이 집에 들였다가 털이 너무 많이 빠지거나 아이가 생겼다는 이유로 유기했고 같은 케이지 안에 넣어 서로 죽이는 핸스터를 징그럽다는 눈으로 바라보았으며 수온과 염분을 맞추지 못해 떼죽음당한 열대어를 변기통에 흘려보냈다. 새를 위해 새장을 하늘이 보이는 베란다에 놓았고 그해에 유행했던 동물들은 반짝 개체수를 늘렸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가축이 된 짐승과 인간과 친한 몇몇의 동물들 빼고 모든 동물들은 몇 세기 안에 사라질 것이다.소리 소문 없이.
"한 번 외출하기 위해 남들보다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준비를 한다고 나갈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의지나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끝내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어렵거든요. 도움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길들이 많으니까요. 누구는 쉽게 수술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그 수술은 누군가에게 불가능과 같은 비용이거든요. 그리고 또 그 사람은 우리와 같은 온전한 두 다리를 갖고 싶은 게 아니에요. 다리는 형체죠. 진정으로 가지고 싶은 건 자유로움이에요. 가고자 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요. 자유를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한 게아니라 아주 잘 만들어진, 오르지 못하고 넘지 못하는 것이 없는바퀴만 있으면 돼요. 문명이 계단을 없앨 수 없다면 계단을 오르는 바퀴를 만들면 되잖아요. 기술은 그러기 위해 발전하는 거니까요. 나약한 자를 보조하는 게 아니라, 이미 강한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연재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마지막 문장까지 무사히 내뱉었다."인류 발전의 가장 큰 발명이 됐던 바퀴도, 다시 한 번 모양을바꿀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바퀴가 고대 인류를 아주 먼 곳까지빠르게 데려다줬다면 현 인류에게도 그렇게 해줄 거라고 믿어요."
늘 경쾌하고 아름다운 사노요코의 글과 산뜻하지만 진중한 다니카와 슌타로의 연작소설집입니다. 두근거리는 마음(못), 안타까운 마음(안심하고 이 곳에 있다), 초연한 마음(도시코의 묘)을 거쳐 따듯한 마음이 되는 글들이 얇은 책에 한가득 담겨 있습니다. 책 사이 사노요코의 그림도 무척이나 매력적이라 그녀의 원화전이 마련되면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기계처럼 인간의 몸도 세월이 흐르면 피로를 느낀다. 몸이 지치면 마음도 지친다. 그걸 그냥 지쳤다라고 하면 좋을 텐데 살고 싶지않다. 따위의 말을 뱉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러면 기분이 그말에 매이고 만다. 그러니 나는 어쩌면 실제로 느끼는 기분보다도, 말이 되어버린 기분에 휘둘려 괴로워했던 게 아닐까. 기계 같은 존재가 되기 싫어서, 단순한 피로를 살고 싶지 않다는 말 따위로 우쭐대며 불러댄 것인지도 모른다.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재미있다는 소문을 듣고 읽기 시작했지만 왜 이렇게 읽기가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전후 오키나와의 힘든 시대상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눈으로 읽으면서도 머리 속으로는 그런 일본인들이 괴롭히던 조선의 모습이 떠올라 착잡했습니다. ‘그렇군요. 당신들도 다른 나라 사람이 당신들의 땅을 침범하고 당신들을 괴롭히면 거세게 항거하는 사람들이었군요’ 하는 생각과 ‘ 그렇게 같은 사람들이 우리에게는 왜 그랬나요? 이런 책에는 공감하면서 왜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않나요?‘ 라고 큰소리로 묻고 싶어졌습다. 아직 책을 끝까지 읽지 않아서 이 소설의 진가를 몰라본 제가 어리석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책은 더 이상 읽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