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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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요? 좋아하는 일도 벌이가 되면 힘들어질까요? 얼마전 아는 분이 말씀하시길 ‘요즘 사람들은 쓸데 없는 것을 사고 즐기느라 쓸데 없는 일을 한다’고 하셨습니다. 아주 틀린 말 같지는 않아요.
저에게 직장은 또는 직업은 직장밖에서 또는 직업의 역할 밖에서 즐겁게 지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루틴으로 하는 취미생활이 있습니다. 주 40시간의 노동을 통하여 주 10시간의 소소한 기쁨과 가끔의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살짝은 버틸 수 있는 명분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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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고독
강형 지음 / 난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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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 둘만 있는 자리니까 알려줄게. 너 수정 요정일 때 들은 풍월이 많다던데, 위대한 마법사에 대해서는 들어본 일 없니?" 한나가 고개를 젓자 마거릿이 말을 이었다.
"그분은 모래 알갱이만큼 작은 씨앗으로 수많은 꽃을 피우고 아름드리나무를 만드는 분이지. 갓난아기를 노인으로 만들기도 하고, 푸른 하늘을 붉게도 만들고 검은 하늘로 만들기도 해. 사람들이 시간이라고 부르는 분이야. 시간만큼위대한 마법사는 없지. 그 위대한 마법사의 일에 나 같은조무래기 마법사가 개입할 길은 없어. 그저 기다릴밖에."
"그 긴 시간을 어떻게 기다려요?"
"다행히 위대한 마법사는 걸음이 빠르단다. 지켜보는 이가 있으면 그 앞에서는 조심조심 천천히 걷지만, 보지 않으면 어느새 저만큼 가 있는 분이지. 그러니까 신경쓰지 않으면 시간은 금방 가는 거야. 지금도 막 가잖아, 이십육 년이길어 보이는 건 네가 아직 어리기 때문이야. 걱정 마, 시간은 겅중겅중 뛰어가니까. 어떤 때는 날아가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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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
요조.임경선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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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더욱 깊게 느끼는 공허함이라고 하는 이 허무의 실체가 사실은 늙어가는 나와 늙을 수 없는나 사이의 갭gap일지도 모르겠다는 것. 조금이라도 더 잘늙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앞만 보고 가던 우리 둘이 이교환일기’라는 단어를 불로不老의 영역에서 주워든 것같은 기분이 들어요.

나에게 멋지게 나이들어가는 일‘은그저……원래 멋졌던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게 바로 멋지게 나이들어가는 일인데,

우리가 있을 때 잘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당연히있을 거라고 간과하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우리는 상대의 존재에 너무 익숙해지다보니 당연히 그 자리에 계속있을 거라고 보는 거야. 나는 그렇기 때문에 가까운 사 이일수록 때로는 서로에게 낯설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하나로 똘똘 뭉치는 것’ 이상으로 ‘각자의 개체로 흩어질 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그러면 더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 성숙해지고, 서로가 더 잘 보이게 되는 것 같아. 가족과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기혼여성 스스로에게도 엄마나 아내라는 ‘역할‘ 연기에서 벗어나 게 하는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은 정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아니면 나라는 사람이 유독 그걸 더 필요로 하는 걸까?

여태 해왔던 자신의 일을 돌연 그만두고다른 것에 도전하는 것만 용기가 아니라 여태 해오던 일을 앞으로도 가능한 오래, 변함없이 지속하기 위해자신의 일상을 재조정하는 것도 정말 큰 결단의 태도인 것 같아요.
말하자면 자신의 현실적인 한계를직시하는 용기인 것이죠.

행복의 나라는 알고 보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임경선에게는 임경선의 행복의 나라가 있고, 신수진에게는 신수진의 행복의 나라가 있는 것 같아요.
언니, 부디 임경선의 행복의 나라로 잘 가요.
나도 그렇게 할게요.
서로의 여행길이 무사하고 안전한지 수시로 곁에서
‘지켜보면서 우리 각자의 여행 잘해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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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마음산책 짧은 소설
백수린 지음, 주정아 그림 / 마음산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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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는 사람들을 숨 쉴 틈 없이몰아붙이고 끊임없이 비참하게 만들며 타인에게 잔인해지도록 종용하지만, 이런 세계에 살더라도 그가 아내에게 주고 싶은 것은 오직 사랑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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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예능 - 많이 웃었지만, 그만큼 울고 싶었다 아무튼 시리즈 23
복길 지음 / 코난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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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낮, 인천에서 뚝섬역까지 기나 긴 여정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가벼운 책한권을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열차는 한산하여 자리에 앉을 수 있엇고 한참만에 신도림에 도착하여 2호선으로 갈아타고 긴긴 여정의 2/3를 시작하였습니다. 그 시간동안 이 책은 정말 큰 위안과 재미를 주었습니다.
저역시도 사랑해 마지않는 예능을 저처럼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해석하며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새로웠습니다. 뒤쪽으로 갈수록 페미니즘의 성격이 드러나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그저 재미를 위해 만든 방송이라도 여성과 남성이 모두 재밌게 보여야 하고 어느 쪽이 반대 쪽을 비하하며 웃기려 노력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이 동의하게 됩니다. 오히려 그 점을 이제야 깨달은 제가 부끄럽기도 하고요.
아무튼 시리즈는 매번 제가 사용하지 않던 뇌의 일부분을 각성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열차안에서도 너무 몰입하여 읽은 나머지 구의역까지 가버려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까지 했지만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나는 주변이 아닌 자기 앞길만을 챙기는 남성 예능인이 위대한 인물로 추앙되는 것을 저지할 것이다. 혐오스럽고 둔감한 발언에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다. 오직 남성 동료만을는 인물에게 더는 ‘하느님’이나 ‘국민 MC’따위의 찬사를 허용하진 않을 것이다. 꼰대를 자처하는 아버지를 웃는 얼굴로 대하지 않을 것이며, 자기만 유쾌한 채 건네는 성적인 농담에 웃지 않을 것이다. 심각한 얼굴로 다가와 고민을 해결해주겠다는 제안에 응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남성의 얼굴과 목소리를 한 한국 방송의 모습이 우리의 얼굴과 목소리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불평할 것이다.
제대로 수평을 잡으려면 기울어진 쪽에 더 무거운 추를 달아야 한다. 여성의 목소리가 방송의 여러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많다. 그것이 당연해지는 세상이 될 때까지 남성들의 목소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감시를 당해야 한다. 그럼에도 변화가없다면 압력 또한 높여가야 한다.
나는 이제야 겨우 그런 힘의 연대가 생겼다고믿는다. 그 연대에 꾸준한 힘을 보태고 싶다. 공명심같은 것을 느끼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TV를 끄거나무시하거나 포기하는 대신, 죽기 직전까지도 한국방송의 가장 열렬한 시청자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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