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이 일이 즐겁지 않다는 당신에게

나는 지금 당신과 내가 같은 마음이리라 생각하면서 적는거야. 그러니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다했던 내 일, 내 작업, 내 직장, 내 노동이 더이상 즐겁지 않을 수 있다고말하기 위해서. 그 느낌은 무엇보다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겠지?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과 태도에 날카로워지고 상처받았어. 화가 나고 슬프고 억울해하다가 더 시간이 지나면서무력해졌을 거야. 더이상 상처조차 패지 않는 단단한 체념.
하지만 새해를 이런 기분으로 맞을 수는 없어서 나는 한동안 혼자서 지내봤어. 무리하게 여러 사람들과 만나거나 그들의 인정과 관심을 갈구하지 않고 최소한의 사람, 최소한의일, 최소한의 여행과 최소한의 생각으로, 창공을 날아 이동하는 장거리 여행자 같은 새들이 아니라 아파트 화단 어딘가에서 마주친, 아주 짧게 날아 먹이를 구하고 날갯짓을 하고금세 내려앉는 새들처럼, 무언가를 많이 얻고 멀리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야. 우리는 그렇게 최소의 방법으로 의외의나를 구해낼 수 있지. 다행히 생각들이 조금씩 바뀌었어. 그러니까 내가 이 일에서 완전히 마음이 떠났다기보다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버거웠다는 것이고 이 일을 이제 하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이 일을 건강하게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가깝다고. 물론 당신은 정말 이 일이 즐겁지 않을 수도 있어.
그렇다면 당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떠나야겠지. 하지만 그렇게 결론 내리기 전에 세밀하게 마음을 조정해보는 시간을 갖길. 우리가 조용히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동안만은 다른 어떤 방해도 없이 오직 당신 자신만이 있기를 바랄게. 우리에게 또다시 주어진 일 년이라는 시간은 누구도아닌 우리만의 차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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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붕대 감기 : 소설, 향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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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평가하지 마, 절대로, 머릿결이 많이상하셨네요, 피곤해 보이시네요, 여기 목뒤에 뭐가나셨어요, 피부가 안 좋으시네요, 이런 말 절대 하지 마. 손님들이 자기 상태를 모를 것 같니? 다 아는데 좀 나아지게 하려고, 기분이 조금이라도 좋아지려고 미용실에 오는 거잖아. 그런데 머리하러 와서까지 그런 말을 들어야겠니? 그렇게 무신경할거면 이 일 하지 마, 아예.

- 그래서 부끄러웠니? 소속될 수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마음이 반반이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너는 그렇게 심한 말을 하진 않았네.
그, 도덕 코르셋이라는 것 때문에?
- 지금도 부끄러워?
- 모르겠어요.
그냥 아무래도 지금은 기분이 이상하네요, 지현은 겨우 중얼거렸다.
- 어딘가에 속하기 위해서 일부러 악의를 품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어.

운동을 해. 하루에 30분씩은 꼭 햇빛을 보고, 윤슬은 그렇게 말하려다 말았다. 진경은 그렇게 하지않을 테니까. 이런 단순한 정답은 말해도 말해도안 들릴 테니까. 윤슬 역시, 지금 진경과 마찬가지로 무슨 말도 와닿지 않을 만큼 힘겹던 시기가 있었다. 마흔넷, 마흔다섯, 지금 진경이 지나가고 있는 그 나이가 딱 그랬다.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싫었다. 자신도 싫었거니와 그 싫은 자신을 조금이라도 견디며 살려면 영양제를 먹고 운동을 하고 밝고좋은 것들을 챙기기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나이

너는 젊었을 때 나이든 사람들 보기 좋았니? 나는 아냐, 싫었어. 스무살 때는 사람이 서른 살 넘어도 살아 있다는 게 이상하더라. 서른 살 때는 마흔 살인 사람들은 대체어떻게 사는 걸까 생각했어. 그 칙칙함, 꾸물꾸물한 울분을 왜 우리가 떠받쳐줘야 하는 건가 싶었지. 나이 든 선배들이 똑바르고 훌륭하면 그렇지못한 내가 미워서 그 사람들을 질투했고, 서투르면나잇값도 못 하고 저렇게 서툴다고 흉을 봤어. 그냥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들이 싫었어.
지금 젊은 사람들은 안 그렇겠니? 나는 더 이상 작은 글씨도 못 보겠고, 어린애들이 하는 말도 못 알아듣겠어. 깨달았으면 알아서 빠져줘야지. 억지를쓰면서까지 자리를 지키긴 싫다, 효령아.

너는 가끔 사람들의 눈앞에서 문을 꽝꽝 소리 나게 닫아버리잖아.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 사람들이따르지 않기 때문에 말이야. 그럴 때마다 말하고싶었어.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좀 기다려줄 순없는 거니? 모두가 애써서 살고 있잖아. 너와 똑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변하지 못한다고 해서그 사람들의 삶이 전부 다 잘못된 거야? 너는 그사람들처럼, 나처럼 될까 봐 두려운 거지. 왜 걱정하는 거니, 너는 자유롭고, 우리처럼 되지 않을 텐데. 너는 너의 삶을 잘 살 거고 나는 너의 삶을 응원할 거고 우린 그저 다른 선택을 했을 뿐인데.
참 이상해.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관계가 끝났을 텐데, 이상하게 세연이 너한테는 모질게 대하지 못하겠더라. 이해하고 싶었어, 너의 그 단호함을. 너의 편협함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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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 수짱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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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에서 정혜윤 작가는 잘 살았다고 느낀 하루는 나답게 살았던 하루라 하였습니다. 눈치보지 않고 욕심내지 않고 온전히 내 일과 내 감정에 집중하여 살아낸 날에는 밥도 잘먹고 잠도 잘오겠지요.
얼마전 모두 삭제했던 SNS를 다시 설치하고서는 욕심과 질투로 가득 찬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내가 시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시간속으로 끌려 다니는 기분... 이제 다시 모두 지우고 나만의 시간을 살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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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리나
닉 드르나소 지음, 박산호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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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누군가와 다퉜을 때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야. 말하지 않는 것을 미리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관객이 우리에게는 없어. 스스로 사실을 말하던지 아니면 너가 그 사실을 알기위해 노력해야해”
정말 그렇더라구요. 어떤 사건의 내막을 알기 위해서, 아니면 상대의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내 감정에 치우친 대로 해석하고 의견을 말하다가는 상대방의 원망을 살 수도 있고 스스로 후회를 할 수도 있지요. 요즘 매일 뉴스에 나오는 말많은 사건들도 그대로 믿어버리기에는 너무 자극적이고 일차원적 입니다. 그저 자신들의 기호에 맞게 해석하고 전파하는 그들만을 믿을 것이 아니라 나의 단단한 신념과 통찰력을 통해 다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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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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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작가의 신간이라 해서 무작정 읽었더니 이전에 읽었던 책의 개정판이었습니다. 이전에 읽을 때보다도 더 빠르고 쉽게 읽혔지만 시원한 감상은 그대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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