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취향은커녕 최근까지도 우리는 예술의 존재 이유조차 설명하지못하고 있다. 예술은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에 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연계의 혹독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비효율성과 낭비를 없애야 한다. 그런데 예술은 기본적인 의식주와 관련 없는 부분에 시간과 노력, 자원을 소비한다.
그럼에도 지구상의 어느 문화에나 예술이 존재하며, 그 형태는 실로 다양하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드러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술 이론가들은 예술이 이토록 널리 퍼진 것이 인류가 자연선택을 극복했기 때문이라고 믿지만, 사실 예술은 짝을 유혹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다윈주의에 부합한다. 예술은 생존의 압박과는 거의 무관하며 여가 시간에 나・오는 부산물이다. 인간이 더는 포식자를 피해 도망 다니고 먹을 것을 찾아헤매지 않게 되면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도구라고 알려진 대뇌를 이용해 상상력을 펼치고 탐구하며 깨어 있는 동안에도 꿈을 꿀 수 있게되었고 신의 생각을 나눠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예술은 인간의 자유를 상징하고, 진화 전쟁에서 인간이 승리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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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마이라 칼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마이라 칼만 지음, 진은영 옮김 / 윌북아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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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것을 가졌다가 기진맥진하고
낙담할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이 차오를 때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누구든 어떤 날에든 그럴 수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고 나면 다음 순간이 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리고…

꼭 버티세요

You may be exhausted from holding things
and be disheartened. And even weep if
you are very emotional. Which could be
anyone on any day. With good reason.
But then there is the next moment
and the next day and
hold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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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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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흥미진진해하던 나는 강사가 구명정에서의식수 공급을 언급하는 순간 마음이 서늘해졌다. 구명정에는 다양한 비상 물품이 구비되어 있고 그중 하나가 눈금 컵이었다. 눈금 컵은 식수를 정확히 분배하는 데 필요했다. 위험이란 사건의 물리적 상황뿐 아니라 인간의 감정적 문제를 함께 발생시킨다는 점을 그제야 실감했다.

오래전 죽은 고래의 흔적과 사라진 활황의 기세, 작살을 든 많은 유럽인이 19세기 중반 증기선을 타고 이곳으로 왔고 1961년 남극 조약이 발효되기까지 남극해에서 고래 180만 마리가 사라졌다. 180만 마리는 떠올리는것만으로도 아득해지는 살상의 숫자다. 하지만 중요한건 이제 우리가 더 이상 남극해의 고래를 그런 대상으로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기와 가죽과 기름을 얻기 위한 획득물에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하는 생명체로 바라보게 된 변화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작살과 총을 내려놓고 생명에 대한 경이와 사랑을 택한 과정은 인간종이 이루는 이런 마음의 변화가 진보와 발전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혹시 불편해하면 어떡해요, 운동하는데……."
다가가고 싶지만 얼마큼 다가가야 할지 몰라 주저하는 성격은 남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배우 김수현을 닮은 LB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불편해하긴요,
다들 환영할 거예요" 하며 내가 남극에서 들은 가장 잊을수 없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환영받지 못하면 어때요, 그것도 배워가는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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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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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들어보니, 나리향은 세상이 사납게 굴어도 제가 택할수 있는 일에는 싱그러운 사람이었더이다. 금성은 나리향 같은 이의 생기로 융성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해요. 여차하면 고이기 쉬운 죽음의 기운을 푸성귀로 쓱쓱 닦아내던 이였을 거예요. 오래 복을 누렸어야 했는데, 어떤 더러운 도랑에 누워 썩을 자가………… 그러니 나리향의 생을 기리기 위해 우리라도 제대로 갈무리해줘야지. 택한 상대와 묻어주는 일은 가벼운 일이 아니야. 중한 일이야."

한 사람으로서의 자은은 하지 않을 일을, 관직에 있는 자은이라면 망설임 없이 할 것이었다. 거인의 손가락 중 하나이기에 어딘가 구름 속에 있는 머리가 시키는 대로 행했을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더 큰 힘에 종속되어버렸다. 그 힘을 끌어 쓸수 있는 대신 본연의 모습과는 멀어지고 있었다.

"이 일을 거두어 다른 이에게 맡길까?"
"아닙니다!"
대답이 급하게 나왔다.
"일의 처음을 알지 못하는 자에게 맡기시면 엉뚱한 자를 베고 끝이 났다 아뢸 것이옵니다. 제게 그대로 맡겨주시면 베어 마땅한 자를 찾아내 베겠습니다."
"네가 베지 못할까 물은 것이 아니다."
자은은 왕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 고개를 들었다.
"흰 매를 굳이 웅덩이 같은 곳에 보낼 필요가 있을까 싶어 물은 것이지."
고고한 일만을 맡을 생각은 없었다. 자은은 허리에 찬 검을내려다보곤 고개를 저었다.
"매의 깃털은 진창에 닿아도 쉬이 젖지 않더이다. 이대로맡겨주시지요."

"혼자 깨어 있으면, 잠의 옷자락 아래 기어들지 못하면.....
쫓기는 마음이 들지 않나? 그러니 비슷하게 눈이 벌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밤을 새우는 거지. 잊을 수 있으니까, 쫓기고 있다는 걸."
"무엇에 쫓기나?"
"지난날의 과오에 쫓기는 자가 많을 테고, 오지 않은 날들에 쫓기는 자도 더러 있을 테지. 어느 쪽인지만 명확히 알아도 덜 쫓길 텐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긍휼히 여기게. 쫓기다 사로잡힌 자들을."
"자네는 어떻게 그 속내를 아나?"
"어른 없는 어린아이가 먹고살려면 밤의 심부름꾼이 될 때가 있으니 아네. 밤 심부름꾼이 살아남으려면 사람의 무늬를알아봐야 하고, 어느 바다 어느 땅에 가도 반복되는 무늬가 있다네 "

"지금의 신라에서는 모두가 모두를 덩어리로 보지. 구려인은 구려인, 백제인은 백제인, 말갈인은 말갈인. 덩어리들끼리는 또 결코 하나로 뭉쳐지지 않네. 만약 내가 전쟁에서 사로잡혀, 항복하여 신라에 복속되었더라면 나 역시 나일 수 없었을거야. 감시받는 덩어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겠지."

무도함이, 잔인함이 가까이 도사리고 있다 해서 늘 짚어낼수 있는가? 자은은 점점 끔찍한 것들일수록 빛깔도 냄새도 없어 경계하기 어려운 게 아닐까 여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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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의 기억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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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많은 책이지만 읽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책이었습니다.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의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재미있게 읽은 편도 아니지만 작가의 생각을 깊이 들여다 본 듯한 기분입니다.

저 멀리 또 다른 삶과 세계가 있다는 상상, 멀고 거친 풍경이 암시하는 다른 삶에 대한 생각은나의 모든 삶을 정의하고 항상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쉬지 않고 일한다. 이상하다. 마치 뭔가 증명해야 할 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가 머릿속에 담고 있는 소설을 좋아하고, 그것들을 써야 한다. 사람들이 그 소설에서 내가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영혼의 게으름을 피하세요.

모든 순간을 담은 그림 한 점! 그림을 순서대로 배열하면 하루, 일 년, 인생의 그림이 있는이야기가 된다. 인생은 일련의 그림으로 구성된다. 사람은 그림 뒤에 오는 그림을 궁금해한다. 그다음 그림이 궁금하기 때문에 죽고 싶지 않다. 우리가 죽으면 아름다운 그림은 끝나고 어둠이 시작된다. 내 생각에 모든 그림은 아름답다, 왜냐하면 항상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고전은 생트뵈브나T. S. 엘리엇과는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셸던이 그 이야기를 꺼내서 기뻤다. "고전은 죽어가는 언어처럼 물론 보호해야 할 것이지요. 하지만 박물관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살아 숨 쉬어야 합니다."라고 나는 말했다. 셸던은 고전을, 잊혀진 텍스트를 그 ‘보편성‘(생트뵈브, T.S.엘리엇)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1. 고전은 우리에게 인간이 되는 다른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Different ways of being human, 즉 ‘인간이되는 다양한 방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2. 다른 아름다움-스타일을 위해.(그는 Possibility of a new type ofbeauty, 즉 ‘새로운 유형의 아름다움의 가능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전에 대한 이 공리주의적 근거는・・・・・・ 그렇다. 이해할 수 있고 T.S. 엘리엇식의 ‘보편성‘ 수사학보다는 낫다. 하지만 여전히 ‘공리주의자!‘다. 나는 우리가 고전을그 유용성 때문이 아니라 시를 위해, 우리가 오래된 것들의 연속이라는 느낌을 위해 읽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쓴 것들을 ‘우리는 왜고전을 읽는가‘라는 글을 위한 메모・・・・・・ 라고 생각해야겠다.

나는 종종 죽고 싶고, 이 힘든 일에서 벗어나고 싶다. 아니면 예전에 그렇게 바랐었다고 말해야 할까.

매일 아침, 전날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소설의 세계는 얼마나 섬세한가! 작가의 확고한 자신감이 요구된다.…………. 믿지 않더라도 믿어야 한다. 상상력이 작동하려면 작가가 자기 세계를 믿는 것이 필수다.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소설을 썼다. 일부몰지각한 사람이………… 소설에 이런 많은 역사 지식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지식을 지루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전혀 반응하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일부 독자들이 옳을 수도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유 없이 화를 내는 독자들을 이해하는 것이 내 일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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