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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최근에 ‘무한도전’중 한 편을 다시 보았습니다. 가수들과 가요제를 준비하며 서로의 애장품을 꺼내 나누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그 중 ‘장기하와 얼굴들’은 자신들의 콘서트를 평생 무료로 볼 수 있는 티켓을 내 놓았지요. 우습게도 제비뽑기로 그들이 그 티켓을 도로 가져가고 말았습니다. 그 때 다른 사람이 그 상품을 가져갔었다면 지금 어땠을까요? 물론 서로 웃고 넘기는 에피소드였지만 말입니다. 1여년 전 ‘장기하와 얼굴들’은 해체하였습니다. 당시에 그들은 그럴 일은 전혀 없다는 듯이 그런 제안을 하였던 것이겠죠. 미래는 커녕 한치앞도 내다 보지 못하는 것이 지구상 모든 동물의 능력이니까요.(식물들은 알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몇개월전에 펑펑 울면서 읽었던 ‘밝은 밤’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만큼은 그 등장인물들을 또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 동안 읽은 많은 책 중 여러 번 읽은 책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와 ‘키친’뿐이네요.)처음 읽을 때는 삼천과 새비의 앞날을 걱정하며 서둘러 읽었는데 그들의 운명을 알고 읽은 지금은 그들의 마음을 더 깊이 헤아리며 읽게 되어 수시로 울컥해졌고, 처음 읽을 때 눈물을 펑펑 흘리던 명옥할머니의 편지에서는 담담한 마음이었습니다. 의외로 기억하지 못했던 부분(봄이를 두고 떠나는 장면)에서 또 엉엉 울어버렸지만 말입니다.
소설속 인물들은 책을 펼 때마다 똑같은 운명을 살고 있겠지요. 매 선택의 순간마다 같은 선택을 할 것이고 같은 세월을 보내고 있겠지요.
뜬금 없이 ‘무한도전’이야기로 시작을 하였지만 과거의 예능을 다시 보며 현재 그들이 시간을 예측하지 못한 채 웃고 즐기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책 속의 고정된 삶에서 안정을 느꼈습니다.
아마 시간이 흐르면 다시 이 책을 찾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실망하고 스스로에게 속상해할 때 이 책을 펼치면 제가 알고 있는 삼천과 새비, 영옥과 희자는 제가 알고 있는 모습으로 그 반복되는 삶을 보여주고 저는 또 다른 눈물과 감동을 얻게 되겠지요.
우리는 둥글고 푸른 배를 타고 컴컴한 바다를 떠돌다 대부분 백 년도 되지않아 떠나야 한다. 그래서 어디로 가나.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우주의나이에 비한다면, 아니, 그보다 훨씬 짧은 지구의 나이에 비한다고 하더라도우리의 삶은 너무도 찰나가 아닐까. 찰나에 불과한 삶이 왜 때로는 이렇게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참나무로, 기러기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인간이었던 걸까. 원자폭탄으로 그 많은 사람을 찢어 죽이고자 한 마음과 그 마음을 실행으로 옮긴 힘은 모두 인간에게서 나왔다. 나는 그들과 같은 인간이다. 별의 먼지로 만들어진 인간이 빚어내는 고통에 대해, 별의 먼지가 어떻게 배열되었기에 인간 존재가 되었는지에 대해 가만히 생각했다. 언젠가 별이었을, 그리고 언젠가는 초신성의 파편이었을 나의 몸을 만져보면서. 모든 것이 새삼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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