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도 복수는 나쁜 거라고, 그렇게 얘기하고싶은 거죠? 그럼 복수 대신에 문제를 해결해줄 뭔가가 있어야죠. 완전히 만능인 제도는 아니더라도적어도 위안이 되는 그런 거……. 나를, 내 소중한사람을 지킬 수 없는 세상에서, 올바르게 살아가는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죠?
이런 거. 나는 이제까지 신호등을 잘 지키면서파란불이면 건너고 빨간불이면 멈춰 서는, 그렇게살아온 사람이라고 쳐요. 그런데 어느 날 차가 갑자기 빨간불에 쌩 달려와서 나를 쳤어요. 나는 망가지게 됐어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해요, 세상엔 그런 일도 벌어지는 거라고, 그럼 질서를 안 지킨 저 차를 혼내줘요!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이 말해요. 처음이니까봐줍시다, 이러니까 저러니까 사정 감안해줍시다.
그러고 나서 이만하면 됐지요? 그렇게. 완전 무너진 나는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처음부터 나는 이런 일을 겪어도 되는 사람처럼 취급하는 거예요.
기분이 어떨 것 같아요?
나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배워서 안 한 거예요.
그런데 누군가 그런 잘못된 일을 나에게, 아니면내 사람들에게 했어요. 화가 나고 무섭고 슬퍼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 돼! 라고 나에게 가르쳐줬던 사람이 내 편을 들어줄 줄 알았더니,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아, 그랬어? 다음부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할게. 멱살 잡고 끌고 가서 혼낼 줄 알았더니아프지도 않게 꿀밤 한 대 콩 때리고는 자, 이제 됐지? 마치 별일도 아니었다는 듯이. 그 누구도 아니고 바로 나한테 질서를 지키면서 살아가라고 가르친 세상이.
그럼 나는 도대체 어느 세상에 속해야 하죠? 이전과 똑같이 빨간불 파란불 잘 지키는 세상이 진짜옳은 세상이라고 더이상 믿을 수가 없는데? 배신당한 기분이 들고 내가 이제까지 다 지키면서 살았던게 바보 같고, 나 너무 잘못 살고 있었네? 그런 기분이 들 것 같은데. 그렇다고 엉망진창인 사람들의대열에 합류하라고요? 그런 역겨운 광경을 보면서원래 세상은 그런 거야, 냉혹한 거고, 다 한 번씩겪는 일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혼돈을 질서로 여기면서 살아야 한다고요? 그럴 바에야 새 이상향을세우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