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어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이전에 김형석교수님의 책을 접한 적이 있었으나 저와는 맞지 않는 듯하여 즈도중에 접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젊은이들의 질문에 어른으로서 답해주시는 내용과 표지의 아이처럼 맑게 웃으시는 교수님에게 반해 읽게 되었지요. 모든 답변이 정답일 수는 없지만 그 가르침을 바탕으로 산다면 행복할 때는 더 기쁘게, 슬플때는 덜 슬프게 인생을 만들 수 있겠다 싶습니다. 종교인은 아니지만 하루 중 잠시동안이라도 명상을 하듯이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한다면 시간이 흐른 뒤 선생님의 미소를 닮을 수 있을까요?

"학생들이 졸업하면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합니다. 나도 이제 연세대학교 교수에서 졸업하게 됐으니까 졸업생으로서 사회에 나가 열심히 일해보겠습니다."
나 자신이 살아보니까 90세까지는 늙는 게 아니에요. 90세까지는누구나 똑같이 일할 수 있어요. 우리 철학과에 정석해 교수가 있었는데, 그분이 92세인가 93세쯤되었을 때예요. 내가 그분을 모시고 어딘가 가고 있었어요. 차 안에서심심하시니까 한참 가다가 나보고 이렇게 물어보셨어요. "가만있자, 김 교수가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됐더라?" "76세입니다." 그랬더니 아무 말씀도 없이 한참 있다가 혼자 하신 말씀이 뭔지아세요? "좋은 나이올시다." 그 이야기에 뭐가 깔려있는고 하니 "나도 76세 때쯤에는 정말 좋았는데, 그 나이가 다 지나갔구나." 하는 후회가 약간 섞여있는 거예요.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이다음에 내가 90세가 넘으면 그런 후회를 하지않도록 인생을 3단계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경험했으니까 드리는 말씀인데, ‘정신은 언제부터 늙는가?‘ 생각해 보면, 사람의 정신력은 좀처럼 늙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50대쯤 되면 기억력이 약화돼요. 그래서 깜빡깜빡 잊어버린다고 얘기하는데, 그건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 나이쯤 되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해요. 기억력이 멎으니까 그 대신 사고력이 올라가는 거예요. 사고력은 기억력보다 소중해요. 그래서 사람은 60세가 넘으면서큰일을 하게 되는 거예요. 나이가 들어서 리더가 되는 것은 기억력은멈춰지더라도 사고력, 창조력이 확장되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내가 경험했으니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데, 노력하고 잘 준비하면 신체가 늙는다고 해서 정신력까지 늙는 것은 아니에요. 나의 정신력은 내가 더 많이 키울 수 있다고 보는 거예요. 의사나 과학자들 가운데 인생을 길게 보는 사람들에 의하면, 뇌의 기능은 좀처럼 늙지 않는다고 해요. 과학적 실험도 그런 걸 증명하고 있다고 하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는 그 사람의 자유를 소중히 여긴다는전제 조건이 있어요. 상대방의 자유를 사랑해야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거거든요.
사랑의 나무는 조심스럽게 키워가는 거예요. 사랑은 결혼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결혼은 사랑의 출발에 불과하거든요.
직책의 상하 관계는 엄존해야 하지만, 인격의 평등 관계는 더욱 소중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았으면 해요. 그것이 직장생활에서의행복의 길이에요.
감정은 풍부하게 유지하되, 나이 들수록 감정 조절은 잘해야 해요. 자식과 싸운다거나 심지어 손주들하고 싸우는 건 감정 조절이 안 돼서 그런 거예요. 젊었을 때에는 이성과 감정이 균형을 이룹니다. 그런데 나이 들면이성 기능이 약해지고 감정은 그대로 남아있으니까, 감정 조절을 잘하지 못하게 돼요.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화를 내고 충격을 받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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