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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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상처를 받은많은 제 상처가 깊어지는 것 따윈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에게 상처 주기가 더 쉽다. 더 이상 보호해야 할 자가 없으니까, 다칠 걱정 따윈 하지 않고 맘껏 칼을 휘두를 수는 것이다.

불행에 대한 예감은 실현되고야 만다. 사람들이 불안해하면서 불행을 자꾸 떠올리면 불행이 옳거니, 여기가 내 자리구나 하면서 냉큼 달려드니까.

해에겐 해라는 이름이 있고 달에겐 달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반짝이는 저 많은 별들은 다 그냥 별이니, 어쩜 나와 비슷하다. 저마다 이름이 있고 나이가 있는데 내겐 그런 것이 없으니. 나는 반짝이는 별들 중 가장 밝은 별 하나를 오랫동안 쳐다봤다. 그것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서 여러 가지 이름을 생각해봤지만 딱히 믿에 드는 게 없었다. 그냥 별이라는 이름이 가장 어울리는 것 깁았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바꿔 먹었다. 저 별은 그냥 별로 두고다른 별에게 모조리 이름을 붙여주기로, 그럼 저 별만 특별해거다. 세사 사람에겐 모두 이름이 있는데 내게만 이름이 없는상한 게 아니라 특별한 거다.

걱정 마. 나는 아무에게도 붙잡히지 않아. 아무도 나를 붙잡지 않아. 왜냐면,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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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어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이전에 김형석교수님의 책을 접한 적이 있었으나 저와는 맞지 않는 듯하여 즈도중에 접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젊은이들의 질문에 어른으로서 답해주시는 내용과 표지의 아이처럼 맑게 웃으시는 교수님에게 반해 읽게 되었지요. 모든 답변이 정답일 수는 없지만 그 가르침을 바탕으로 산다면 행복할 때는 더 기쁘게, 슬플때는 덜 슬프게 인생을 만들 수 있겠다 싶습니다. 종교인은 아니지만 하루 중 잠시동안이라도 명상을 하듯이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한다면 시간이 흐른 뒤 선생님의 미소를 닮을 수 있을까요?

"학생들이 졸업하면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합니다. 나도 이제 연세대학교 교수에서 졸업하게 됐으니까 졸업생으로서 사회에 나가 열심히 일해보겠습니다."

나 자신이 살아보니까 90세까지는 늙는 게 아니에요. 90세까지는누구나 똑같이 일할 수 있어요.
우리 철학과에 정석해 교수가 있었는데, 그분이 92세인가 93세쯤되었을 때예요. 내가 그분을 모시고 어딘가 가고 있었어요. 차 안에서심심하시니까 한참 가다가 나보고 이렇게 물어보셨어요.
"가만있자, 김 교수가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됐더라?"
"76세입니다."
그랬더니 아무 말씀도 없이 한참 있다가 혼자 하신 말씀이 뭔지아세요?
"좋은 나이올시다."
그 이야기에 뭐가 깔려있는고 하니 "나도 76세 때쯤에는 정말 좋았는데, 그 나이가 다 지나갔구나." 하는 후회가 약간 섞여있는 거예요.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이다음에 내가 90세가 넘으면 그런 후회를 하지않도록 인생을 3단계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경험했으니까 드리는 말씀인데, ‘정신은 언제부터 늙는가?‘ 생각해 보면, 사람의 정신력은 좀처럼 늙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50대쯤 되면 기억력이 약화돼요. 그래서 깜빡깜빡 잊어버린다고 얘기하는데, 그건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 나이쯤 되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해요. 기억력이 멎으니까 그 대신 사고력이 올라가는 거예요.
사고력은 기억력보다 소중해요. 그래서 사람은 60세가 넘으면서큰일을 하게 되는 거예요. 나이가 들어서 리더가 되는 것은 기억력은멈춰지더라도 사고력, 창조력이 확장되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내가 경험했으니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데, 노력하고 잘 준비하면 신체가 늙는다고 해서 정신력까지 늙는 것은 아니에요. 나의 정신력은 내가 더 많이 키울 수 있다고 보는 거예요. 의사나 과학자들 가운데 인생을 길게 보는 사람들에 의하면, 뇌의 기능은 좀처럼 늙지 않는다고 해요. 과학적 실험도 그런 걸 증명하고 있다고 하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는 그 사람의 자유를 소중히 여긴다는전제 조건이 있어요. 상대방의 자유를 사랑해야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거거든요.

사랑의 나무는 조심스럽게 키워가는 거예요. 사랑은 결혼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결혼은 사랑의 출발에 불과하거든요.

직책의 상하 관계는 엄존해야 하지만, 인격의 평등 관계는 더욱 소중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았으면 해요. 그것이 직장생활에서의행복의 길이에요.

감정은 풍부하게 유지하되, 나이 들수록 감정 조절은 잘해야 해요. 자식과 싸운다거나 심지어 손주들하고 싸우는 건 감정 조절이 안 돼서 그런 거예요.
젊었을 때에는 이성과 감정이 균형을 이룹니다. 그런데 나이 들면이성 기능이 약해지고 감정은 그대로 남아있으니까, 감정 조절을 잘하지 못하게 돼요.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화를 내고 충격을 받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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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키키 키린의 편지 - 삶을 긍정하는 유연한 어른의 말 키키 키린의 말과 편지
NHK <클로즈업 현대+>·<시루신> 제작부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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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지마 게이지 씨께
한 사람, 한 사람 다르게 태어나니
당연히 차별은 있을 수밖에 없죠.
따돌림은 차이에서 생겨나니까요.
나도 누군가를 따돌렸고
또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없애겠다는 건
끝이 없는 여정일 테죠.

2016년 8월 5일
키키 키린

추신:자, 우리 모두로봇 인간이 된다면,
그건 지루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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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생각하지 않아 시마자키 시리즈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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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그스테이크에는 달걀프라이가 곁들여 나온다. 그러나 햄버그스테이크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맛있고, 달걀프라이 또한 단독으로 하나의 훌륭한 요리다. 조합하면 보다 풍성해지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상관없다. 나는 햄버그스테이크여도 좋고, 달걀프라이여도 좋다.
하지만 내가 혹시 파슬리는 아닐까 생각하면 좀 싫다. 아니, 무지 싫다.

여자애들은 스스로를 일인칭으로 부르며 혀 짧은 소리를 낼 때의 눈빛이 다르다. 어느 쪽 눈빛이 남자에게 긍정적인지 알 수 있을 즈음에는 나는 이미 완전히 아저씨가 되어 있을 테고, 그 눈빛을 읽어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서 이제 예선통과 기준을 넘어서는 기량을 익혔다 싶은데, 나이와 체중이 참가규정을 벗어나버린 셈이다. 그러면 코치 말고는 다른 길이 없고, 그래서 아저씨들이란 예외 없이 설교를 좋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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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 - 연암 박지원이 가족과 벗에게 보낸 편지 참 우리 고전 6
박지원 지음, 박희병 옮김 / 돌베개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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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에 보낸 쇠고기 장볶이는 잘 받아서 조석간에 반찬으로 하니? 왜한 번도 좋은지 어떤지 말이 없니? 무람없다, 무람없어. 난 그게 포첩(浦貼)이나 장조림 따위의 반찬보다 나은 것 같더라. 고추장은 내 손으로 담근 것이다. 맛이 좋은지 어떤지 자세히 말해 주면 앞으로도 계속 두 물건을 인편에 보낼지 말지 결정하겠다.

복날 이후 더위가 더욱 심한데 어찌 지내나? 오늘 아침 시원한 때를이용해 꼭 가서 볼까 했는데 해가 이미 중천에 걸렸구만, 저녁에 가면 밥먹을 곳이 없으니 일단 여기 그대로 앉아 있다가 내일 새벽 경우(景禹)*와함께 가겠네. 아침밥은 줄 수 있나? 이 때문에 편지하네. 이만 줄이네. 읽어봐 주게.

나는 별 탈 없이 늙고 있다. 아이 또한 잘 지낸다니 다행이다.

「오례통고』의 첫 책함(函)은 대략 점검해 보니 정말 좋은 책이더구나. 뇌아(兒)가 이 책을 얻자 춤을 출 듯이 기뻐했다고 하나 책을 싸 놓고서 펼쳐 보지 않는 건 어째서냐? 비록 한 번 섭렵하더라도 자세히 궁구하지 않는다면 수박 겉핥기나 후추 통째로 삼키기와 뭐가 다르겠니? 유생(柳生)의 무리에게 자랑할 건 없으니 유(柳)는 깊은 이치를 알려고 하는사람이 아니요 진중한 기상이 적으니 단지 책을 빌어 박식함을 자랑하길좋아할 뿐이다. 모름지기 한중락(韓會樂)*의 무리와 참구(參究)해 가며 읽고, 글 뜻이 잘 통하지 않는 곳은 네 외삼촌께 여쭤봐 실효를 다하도록 함이 옳다.

일상 속의 연암은 대단히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어떤 때는 아버지로서 근엄하고 자상한가 하면 어떤 때는 자식에게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는 그런 약한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때는 소심한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어떤 때는 호방한 성격을 보여주기도 하며, 목민관으로서 백성을 걱정하는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사익을 위해 공(公)을 훼손할 때도 없지 않고, 어떤 때는 무료한 나머지 기보(基譜)나 보며 소일하는그런 헐렁한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가 하면 어떤 때는 고상하고단아하기 그지없는 선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때는 엄숙한가하면 어떤 때는 유머러스하다.
연암이 보여주는 이 모든 얼굴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대를 벗어날정도의 큰 흠이나 위선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연암은 우리를 ‘배신‘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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