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고향 부자집이 왜 망했는지를 알려주는 이야기같았습니다. 당장 손에 쥐어지는 금은보화에 눈이 멀어 주위사람들이 멀어지는 것도, 자기 밭이 썪고 있는 줄도 모르다가 어느 날 눈을 들어 보니 자신의 손에도 주위에도 남은 것이 없음을 알아 차렸다고나 할까요? 사피엔스들은 다른 동물들을 멸종으로 몰아가다가 결국엔 자신들도 살 수 없는 지경의 지구를 만들어 놓고 이제와서 다른 별로 내빼려는 것 같습니다.
그 신념이란 다름이 아니라, 바로 나 같은 작가들이어렵사리 획득한 명성과 부를 훌륭한 사회 사업이나 학생들이회에 안전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면, 혹은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말대로, 지역사회의 분위기가 그릇된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데도 호통을 치지 않는다면 그 명성이나 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단호한 생각이었다.
나는 그의 비탄에 잠긴 얼굴에서 시선을 돌리다가 문득 그가 펜스터마허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는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아니었다. 그의 마음은 살인자의 부모가 있는 그 농장에 가 있었다. 그들의 감정이 그의 것이었다. 그것이 그가 작품을 쓰는 비결인 모양이다. 그가 어떤 사람에 대해 글을 쓸 때면 그는 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등장 인물의 입장 속에서 살고, 그들과 똑같은고통을 느끼며 그들의 정신적 혼란을 똑같이 겪었다. 이 즐거운크리스마스에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펜스터마허를 잊고 있었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그를 소설가이게끔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에 누군가 읽다가 두고 간 책을 보고 그자리에서 서서 읽어버렸습니다. 세상사람들이 신데렐라 이야기만 들어 억울하게 된 새엄마 이야기이지요. 좀 억지스러운 면도 있기는 하지만 못말리는 수다쟁이 신데렐라가 결혼해버려 새엄마와 언니들도 행복해졌다는 해피엔딩입니다.
너무 가벼운 이야기라고 할 수 도 있고, 잡지에 연재된 글을 모아 책을 내었으니 성의없다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이 나오자 마자 읽게 되는 것이 바로 그의 힘이 아닐까요? 그리고 이렇게 티셔츠를 모아서 술술 읽히는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요? 겨우 190페이지에 그림이 반정도인 책이지만 하루키만의 경쾌한 에세이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함께 실린 티셔츠도 모두 무척이나 이쁘구요.일본출간 즈음에 맞추어 유니클로에서 하루키의 책을 주제로 한 기념티셔츠를 판매하였지요. 직구까지 해서 사려고 장바구니에 한껏 담아두었지만 결국 구입하지는 못했습니다. 하루키는 좋아하지만 유니클로는 도저히 정이 안가네요. 대신 유니클로에서 발행되는 잡지에 수록된 하루키의 인터뷰는 즐겁게 읽었습니다. https://www.uniqlo.com/kr/ko/lifewear-magazine/haruki-murak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