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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덩! - 완전한 휴식 속으로
우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평점 :
3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이면 워터파크에 꼭 가야할 정도로 물을 좋아하면서도 수영을 배우지 못했는데 (수영도 못하며 워터파크를 즐기다니! 이렇게나 물을 좋아합니다.) 결혼하며 이사온 동네에 스포츠센터가 있어 들락거리다 어느날 큰 결심을 하고 수영강습을 시작했습니다. 정말 수영장의 물만큼 많은 물을 먹은 후에야겨우 물에 뜰 수 있었지만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 베스트를 꼽으라면 수영이 1,2위를 타툴 듯 합니다. 이 전보다 더욱 더 물을 좋아하게 되었고 물을 다룰 수있는 기분도 들어 수영장이 더욱 즐거워졌습니다. 저의 수영예찬론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수영을 배우게 되었으니 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하였지요.
수영에 관한 시원한 그림이 가득하고 인생에 비유된 수영 이야기를 글로 읽으니 코로나로 인해 1년 이상 수영을 못하게 된 몸이 더욱 더 물을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의 말처럼 수영은 운동이면서도 휴식이고, 생존이면서도 여유가 되는 몇 안되는 움직임인 듯 합니다. 대체로 수영은 환하고 넓고 따듯한 곳에서 이루어지니 몸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추었습니다. 누구에게 ˝달리기를 하고 왔어˝ 나 ˝자전거를 타고 왔어˝라는 말을 들으면 ˝힘들었겠다˝ 라는 대꾸가 나오겠지만 ˝수영하고 왔어˝라 하면 ˝좋았겠다.˝ 라는 말이 나오지 않나요?
쓰다보니, 저는 수영 예찬론자가 아닌 수영숭배론자에 가까워 보입니다.
동네수영장뿐아니라, 호텔수영장, 제주의 바다, 니스의 바다까지 모두 그리워집니다. 마음껏 수영을 할 수 있을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책속의 그림을 보며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구구단도 배우고 관계대명사도 배웠다. 교통 규칙도 배우고 공중도덕도 배웠다. 그러나 휴식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는 배웠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 쉬는 것이 필요하다는 건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 는 것은 배웠지만 왜,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배우지 못했으니 잘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휴식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어렵더라도 자꾸 배워야 한다. 휴식은 배운 만큼 늘고, 배운 만큼 쉬어진다. 배운 만큼 편하고, 배운 만큼 가능하다. 휴식도 배워야 누릴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배워가면 된다.
휴식의 해답은 ‘현재‘에 있다. 몸과 마음과 정신을 현재에 두는 것이다. 이를테면 침대에 누워 지난날의 실수를 곱씹지 않는 것,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밀린 설거짓거리를 생각하지 않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내일의 고난을 상상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직 오늘에 충실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몰입하고 즐기는 것이다. 몸은여기 있는데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가 있으면 오롯이 쉴 수 없다. 언제나휴식은 현재 시제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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