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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가 많은 편지 ㅣ 총총 시리즈
슬릭.이랑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이랑님의 글이야 잡지에서도 책에서도 가끔 읽어 보았기에 좋음을 알고 시작했지만 예상치 못한 슬릭님의 글들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사실 슬릭이라는 가수조차 몰랐지만 이렇게 작가 슬릭을 먼저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모순없는 삶을 위해 비건인이 되고 페미니스트가 되었다는 슬릭님의 태도는 정말 멋지고 존경스럽습니다. 자신의 생활 태도가 주변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닌 본인이 정하여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 본받고 싶어졌습니다.
이랑작가님은 자꾸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였지만 삶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예술을 선택한 이들의 마음은 반짝이는 윤슬같아 읽는 내내 아름다웠습니다.
서울은 해가 갈수록 인간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해가는 것 같기도, 인간도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울하고 슬플 때 작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역시일단 웃고 다시 슬퍼하는 일뿐인 것 같아 이렇게 편지를시작합니다.
준이치의 투병 소식을 SNS에 알렸더니 "준이치 아프지 마! 빨리 건강해져!!" 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어요. 그 댓글들이 고마운 동시에 준이치는 이미 건강하지 않은 삶이 시작됐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프지 마! 건강해져!"라고 말해준 사람들이 건강하지 않은준이치도 물론 좋아해줄 테지만 이미 준이치는 건강하지않고,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앞으로 더 건강하지 않은모습을 보게 될 거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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