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차별 - 그러나 고유한 삶들의 행성
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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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읽은 키키키린의 편지가 생긱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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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지마 게이지 씨께
한 사람, 한 사람 다르게 태어나니
당연히 차별은 있을 수밖에 없죠.
따돌림은 차이에서 생겨나니까요.
나도 누군가를 따돌렸고
또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없애겠다는 건
끝이 없는 여정일 테죠.

2016년 8월 5일
키키 키린

추신:자, 우리 모두로봇 인간이 된다면,
그건 지루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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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익숙한, 틱낫한 스님이 전파한 단어 인터빙inter-being의 변주를 여울과의 대화에서 마주해 반가웠다. 영어로 휴먼빙human being이라 일컫는 인간이 실은 상호의존적으로존재하고 있음을 설파하는 영어 신조어다. 서로 안에 얽혀존재하는 인간, 인터빙. 생명의 순환을 통찰하는 오래된 시선들이 서로 맞닿아 있음을 새삼 알았다.

이민은 출신 국가의 경제력이 친정 부모의 능력처럼 작동한다. 가난한 나라에서 결혼하러오면 "돈 벌러 왔다"라는 소리를 듣고, 부자 나라에서 오면 글로벌 가족이라고 불린다. ‘다문화 가정‘은 ‘무시‘를 허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둘 다 지위 하락을 경험한다. 그리고 결승점이 아닌 출발점이다.

유년을 보낸 공간, 청소년기 삶의 터전른 한 사람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공간이 곧 각자의 세계이고 그 속에 마음을 이루는 관계가 얽힌다. 지금 한국에서 이주민 2세, 3세가 자라고 있다.
왜 정체성 질문을 받지 않는 다수가 타인의 소수자성, 이방인의 시간을 염두에 두어야 할까? 함께 살고 있어서다. 그들은 주류 곁에 있고 다름이 드러날 때마다 느닷없이 정체성을묻는 말을 듣는다.
"어디서 왔어요?"
20년 전 귀화한 방글라데시계 한국인, 베트남계 한국인, 미국계 한국인도 수시로 질문을 받는데 그 속뜻은 ‘왜 여기 있어요?‘일 것이다. 질문하는 그대는 왜 거기 있는가? 고양이는고양이를 선택해 태어나지 않았다. 자작나무도 인간도 그들이선택한 게 아니다. 태어난 곳도 마찬가지다. 다만 인간은 잘살고자 의지를 북돋워 이주를 감행한다. 한국 경제는 이미 이주민 없이는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에 다다랐다. 함께 잘 살아야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누구나 다름을 안고 살아간다. 그 다름이 초라함의 길목이 되지 않도록 마음으로 연결되는 관계가 두루 스며들길... 그래서 우리의 다름이 결코 위험해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취약함을 보살피는 일상의 태도가 쌓이고 쌓여 정성을 기울인 사람까지 살리는 일이 일어날 때, 서구 전통에서는 이를
‘은총‘이라 부르고 극동 문화에서는 ‘복 받았다‘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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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반짝이는 계절
장류진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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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교환학생 시절을 회상하며 떠난 핀란드 여행기. 작가님의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은 좋아하지만 그저 작가님의 여행굳즈 같은 이번 에세이는 제 취향이 아니라 아쉬웠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바로 여기 이곳에, 이 드넓은 지구 위에서도바로 이 특정한 위치에 존재할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시간이조금만 지나도 저곳은 녹아버리고 말 거라는 사실을. 그래서 지금만이 이곳에 이렇게 발을 디디고 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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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재난의 시대 - 우리는 왜 공공의료를 외치는가
나백주.정형준.제갈현숙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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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공공의료라는 유토피아를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현실을 마주하며 마음까지 돌보아 준다는 ‘인술’은 바라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그저 의료인은 양심으로 환자는 믿음으로 이루어 질수 있는 ‘의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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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온다 리쿠 지음, 이지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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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리쿠 작가님의 이번 소설은 스프링처럼 한계를 두지 않고 뛰어 오르며 봄처럼 화사한 발레리나 ‘하루’의 이야기 입니다. 읽는 동안 어릴 적 ‘스바루’라는 만화책을 읽으며 눈물흐리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전작인 ’꿀벌과 천둥‘의 피아니스트들처럼 자기안에 갇혀있는 감정을 몸으로 표현해내는 발레리나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써주어 머리속으로 혼자만의 영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기초도 다져지지 않은 아이들이다. 참된 의미의 자유로운 춤 같은 건 도저히 출 수 없을 게 뻔하다. 하지만 매일같이 엄격하게 기초를 주입당하다 보면 그것에 얽매여 다른 동작을 할 수 없게 되고, 자신을 해방시키지 못하게 된다. 초청 강사가 말한 ‘자유롭게‘는 자신을 해방시켜라, 형식에서 벗어날 용기를 가져라, 하는 의미의 ‘자유롭게‘인 것이다.

노력할 수 았다는 것 자체가 재능이라는 생각이 절절하게 든다.

물론 라이브 무대를 보는 행운, 같은 공기를 마시며 지금 여기서이 사람이 춤추는 모습을 목격하는 기적은 아무리 멋진 영상이 남아 있다 해도 결코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은 충분히 안다.

무대란 근사한 만찬 같은 거잖아? 전부 한 번뿐이야. 매일 저녁 같은 메뉴라도 매번 다르지. 요리 자체는 먹고 나면 없어져. 아, 맛있었정말 훌륭한 만찬이었어, 하고 손님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이야. 하지만 레시피는 남아 셰프는 자신이 만든 레시피라면 기억하는 법이거든. 레시피를 보면 다른 사람들도 재현할 수 있고. 그래도 남지는 않아.

난 말이야, 지금까지 쭉 궁금했어. 어째서 우리는 발레를 보는 걸까. 왜 발레를 보고 싶어하는 걸까. 그러다 <어새슨>을 보면서 처음으로 ‘아아, 나 대신 춤춰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건 내가 발레를 했기 때문이 아니야. 무용수가 아니라도,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환경 속에 있는 사람이라도, 무대 위의 무용수들은 그 모든관객을 대신해 춤추고 있는 거야. 원래 무대 예술이란 게 다 그럴지도 모르지. 연기자나 음악가, 무용수는 무대 위에서 관객을 대신해살아주고 있어. 모두가 무대 위에서 다시 사는 자신을 봐. 무대 위의예술가와 함께 인생을 다시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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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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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들이 카라치 집안에 대해서 가진, 또 우리 같은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전염된 두려움, 뿌리 깊은 원한,증오와 맹목적인 순종이 뒤섞인 미묘한 감정이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 감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때 릴라가 내 손을잡은 것은 나 혼자 마지막 계단까지 올라갈 용기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만이 아니라 사실은 그녀도 내 손을 잡음으로써 계속해서 나아갈 힘을 얻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설마 그런 걸까? 릴라는 부모님이 벌로 내 중학교 진학을 취소하게 하려고 나를 꼬드긴 걸까? 아니면 정말로 내가 중학교에 가지 못할까봐 그렇게 서둘러서 나를 다시 데려온 걸까? 세월이 흘러 오늘에 와서야 나는생각해본다. 사실 릴라는 때에 따라서 이 두 가지를 모두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린 시절 체룰로가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던 아름다움은 피어나지 못했단다. 그 아름다움이 모두 얼굴과 가슴, 허벅지와 궁둥이로 가버렸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름다움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그런 곳들로 말이야."

그들과의 이질감 때문에 생긴불행한 소외감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느낀 것은 오라치오가에있는 레스토랑으로 가던 바로 그 길에서였다. 나는 이 아이들과 함께 자랐고, 이들의 행동은내게도 자연스러웠다. 그들의거친 언어는 내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6년 동안 매일같이 이들이 전혀 모르는 길을 걸어왔다. 학생들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모든 과정을 훌륭히 따라가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땐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조금도 사용할 수 없었다.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자제해야 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는 학교에서의 내 모습을 잠시 접어두어야 했다. 기껏해야 나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해서 내 주장을 관철시킬필요가 있을 때만 그런 모습을 잠깐 내비칠 뿐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세계 안에 머무른다는것은 어머니와 똑같아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내가 어머니와 같아진다면 내 곁에 안토니오 말고 누가 남겠는가.

결국 릴라마저도 내 어머니의 세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해내야만 한다. 이제는 복종만할 수는 없다.

"너 천민이 뭔지 아니?"
"네, 선생님."
천민이 무엇인지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 모두가 천민이었다. 음식과 와인을 둘러싼 다툼,더 빨리 음식을 제공받고 더 나은 서비스를 해달라고 벌이는 싸움, 웨이터들이 분주히 오가는 더러운 바닥, 시간이 갈수록수위가 높아지는 저속한 건배사야말로 비천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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