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기출 변형 가족 - 결연 후원으로 만난 두 남자의 대환장 가족 체험기
이회 지음 / 이르비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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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완벽한 사랑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그래도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이 절대적이라고는 하지만 부모도 자식을 키우며 어느정도의 대가는 기대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내가 배아파 너를 낳았으니 나도 너에게 ‘효도’라는 걸 좀 기대하게 되고, 내가 너를 학교와 학원에 보냈으니 너는 우수한 성적표로 보답해야 한다는 기대정도는 가지고 있을 듯합니다. 그 와중에 자식이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해도 포기하거나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끊어내지는 못하니 그저 서로를 참고 버티는 수밖에 없겠지요.
타인의 경우는 어떤가요? 서로 주고 받는 것이 공평하지 않고 항상 한쪽만 손해를 보는 관계라면 어서 빨리 ‘손절’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 이화작가님은 타인이었던 한 소년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조건없이 베풀며 그 소년이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더라도 독립적인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누군가를 돕는 다는 것이 그저 자신의 치장을 위한 공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도움을 받는 사람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될 때 더욱 값어치 있게 된다는 것은 몰랐던 것도 아닌데 새삼 깨닫게 됩니다.


PS…저는 이화 작가님을 saint. Lee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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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진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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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유일신이라기 보다는 여러 신이 우리의 여러 운명을 둘러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신이 우리의 운명을 주관한다고도 생각합니다. 다만 시련이나 불행을 통해 인간을 시험에 들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신의 시험에서 빠져 나오는 인간의 순수한 능력이야말로 행운과 기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그 순수한 능력은 개인의 수련일수도 있지만 서로의 연대가 아닐까요? 그러한 연대에 이름붙이기 위해 종교라는 것을 만들어 모여 서로 다독이고 응원하며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을 텐데 예로부터 인간은 선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서 종교라는 이름으로 약한 자들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구별하고 휩쓸리지 않기 위해 가장 작은 연대인 가족, 친구가 필요한 듯 합니다.

"네가 엄마를 믿는 마음과 엄마가 믿는 신을 믿을 수 없는 마음은 양립한다고 생각해. 사람은 때로 복잡한 신앙심을 지니는 법 아닐까?"

"그래, 신이 너무 모여들면 전쟁이 일어나."
"어려운 일이네요."
"맞아, 어려워. 사후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야말로 천국과 연옥이 있어. 물론 지옥도."

"그래, 벽이야. 신앙심이 도달한 끝에 있는 것은 높이 세워 진 벽이었어."
….
"어째서 사는 것이 이렇게 괴로운가, 왜 이렇게 힘든 일을 겪는가. 인간은 불합리함을 벽을 향해 한탄하며 거기서 신을 느낄 수밖에 없어."

"신만이 아신다니 뭐야 그게? 좋은 일은 신의 가호, 나쁜 일 은 신의 시련. 무사안일한 태도도 적당히 좀 해. 우리가 얼마 나 괴로워하는지 보고도 못 본 척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제에."
"하긴 그러네••••·. 신이란 너무 가혹해." 미치오가 조금 자란 스포츠머리를 겸연쩍게 긁으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아크릴판 너머에 있는 미치오의 웃는 얼굴을 불투명 유리창 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후광처럼 비추고 있었다.
"그래도•••·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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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스페이스타임 머신 - 소설과 에세이와 사진이 뒤엉켜 만든 신개념 혼합 우주
김중혁 지음 / 진풍경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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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책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에 가는 일은 드물고 그저 책 자체를 구경하기 위해 갑니다. 곱게 누워 있는 책표지를 구경하며 여느 미술관에 간 듯한 기분을 내고는 합니다. 책의 내용을 잘 모를 때도 책 표지가 마음에 들면 읽기를 시도해 보기도 하지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계셔서 반갑습니다!
중간중간의 단편역시 취향저격입니다.

예술이란 그런 건가 봐. 내가마음껏 상상한 세계를 있는 힘껏, 그럴 듯하게 그려내면,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 그 세계를 보고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전자책으로 소설을 읽기 전에, 과정이 하나 더 필요해. 폰트를 정해야 하거든. 기본 폰트로 읽으면 되지 않냐고? 절대 그렇게는 못 하지. 전자책 보는 재미의 절반이 폰트를 내 맘대로 할 수있다는 건데, 어떻게 그걸 포기해?

나는 육필 원고를 볼 때마다 작가가 가려다가 가지 않은 길을 떠올려봐. 썼다가 지운 문장을 되살리고, 그 문장들이 가려고 했던 세계를 상상해. 예술이란 건 수많은 우주를 만들어낸 다음 그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거고, 선택받지 못한 우주는지워지는 게 아니라 예술가의 머릿속에서 또는 다른 우주가 탄생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공간에서 영원히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한번은 두부에게 물었다 "너는 어쩌면 그렇게 부드럽게 단단할 수가 있어?" 두부가 대답했다. "비지를 좀 빼봤지." 내가 다시 물었다. "나도 내 삶에서 비지(busy)를 빼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한가함을 즐기다 보면 누구나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해질 수 있어."
두부와 대화하는 건 언제나 즐겁다. 강렬한 자극은 없지만 마음이 폭신폭신하고 여유 있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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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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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미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려워진 가정형편때문에 이탈리아의 피에틀라 달바로 보내져 석공견습생으로서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 곳에서 우연히 ‘우주적 쌍둥이’인 비올라 오르시니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되지만 그들의 세계에는 운명의 바람이 불어-마치 트라몬타나, 시로코, 리베치오, 포닌테, 미스트랄처럼 다양한- 많은 사건을 겪게 되고 이리저리 휩쓸리게 됩니다.
이야기 자체로도 무척이나 웅장하고 아름다운데다가 위트있는 표현들이 벽톨책을 쉽게 읽혀지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모든 인물들이 개성있고 살아 있는 듯하여 몰입감이 대단했습니다. 오랜만에 책을 읽고 싶어 일찍 일어나고 싶어질 지경이었네요.
읽는 내내 피에트라 달바의 전경과 미모와 비올라의 우정에 빠졌고 한동안은 헤어나오지 못할 듯 합니다.

일 프란체제. 사람들은 내게 그보다 더 고약한 별명도 붙여줬지만, 난 그 별명이 늘 증오스러웠다. 나의 모든 기쁨, 나의 모든 비극은 이탈리아에서부터 온다. 아름다움이 늘 궁지에 몰리는 땅에서 내가 왔다. 아름다움이 잠깐만이라도 눈을붙여 봐라. 추함이 가차 없이 그 목을 따리라. 여기에서는 천재들이 잡초처럼 돋아난다. 한쪽에서 살인을 저지르듯 다른쪽에서는 노래하고, 한쪽에서 사기를 치듯 다른 쪽에서는 그림을 그리고, 지나가던 개는 성당 담벼락에 오줌을 갈긴다.

우리는 이탈리아어로 말하고 이탈리아 음식을 먹었다. 우리는 이탈리아인으로서 사고했는데, 그러니까 툭하면 죽음을 들먹이는 과장된 언사를 사용하고, 걸핏하면 눈물을 펑펑 쏟고,
말을 하면서 두 손을 가만히 놔두는 법이 거의 없었다. 우리는 소금을 건네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저주를 뱉었다. 우리가족은 법석을 떠는 서커스단 같았고, 우리는 그걸 자랑스러워했다.

이 세계는 이미 죽었다. 나의 복수는 20세기의 것, 나의 복수는 현대적이리라. 나는 나를 내몰았던 사람들의 식탁에 함께 앉으리라. 나는 그들과 동등한자가 되리라. 가능하다면, 그들을 넘어서리라. 나의 복수는그들을 살해하는 데 있지 않으리라. 그것은 그들에게 미소를짓는 데, 오늘 그들이 내게 보여 줬던 내려다보는 듯한 너그러운 미소를 짓는 데 있으리라.

‘저 애는 너무 작고 저토록 연약한데, 어떻게 곰을 품고 있을 수 있겠어? ’나는 비올라를 잘 알았고, 나는 그 애가 곰 여러 마리, 동물원 전체, 서커스단과 그 천막까지, 그리고화약고도, 여러 대의 비행기도, 넓은 바다와 산도 전부 다 품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비올라는 우리의 삶을 만드는 조물주였고, 손가락 한 번 튕기거나 미소 한 번 짓는 것으로우리의 삶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였다.

「아니야, 미모, 나는 네게 한계가 없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어. 위로도 아래로도, 큰 걸로도 작은 걸로도 모든 경계는 만들어 낸 거야. 그 점을 이해한 사람들은 그걸, 그런 경계를 만들어 낸 사람들을 몹시 불편하게 하고, 나아가 그걸 믿는 사람들은 더욱더 불편하게 만들기 마련이야. 그러니까 거의 모두가 불편해진다고 할 수 있어. 마을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알아. 내 가족조차 나를 이상하게 여기는 것도알고 난 상관 안 해. 모두가 네게 반대하면 네가 올바른 길에들어선 것임을 알게 될 거야.」

나는 우뚝 선 여자다, 당신들이 일으킨 화염 한가운데에
나는우뚝 선 여자다, 내가 보이는가, 당신들의 화형대, 처형대에 올라간 내가 당신들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내가
나는 우뚝 선 여자다. 당신들의 야유가 쏟아질 때 울리라고 생각했는가, 연기처럼 자욱하게 피어나는/ 당신들의 비겁함, 당신들의 화형대, 처형대, 당신들의 지목하는 손가락./놀랍지 않은가 /춤추고 로켓을 발명하고 당신들을 돌보고 싶은욕구가 / 그런데도 나를 불태우려나, 나를 십자가에 못 박으려나 /검은 고양이와 구속복, 찢긴 나, 당신들은 내가 미쳤다고, 조금은 마녀 같다고, 혹은 그 둘 다라고 말하리라 / 나는 사과를 깨물었다,나는 계속 그걸 깨물 테다 각오하라 / 나는 우뚝 선 여자다, 나는무릎 꿇지 않는다./나는 당신들이 일으킨 전쟁 한복판에 우뚝 선 여자다 / 나는 당신들 주위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때 당신들이 부르는 여자다/하지만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자마자 당신들이 불태울 여자이며 혹시라도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내가 보게 될까봐 / 당신들은 나를 재로 만들어 사방에 뿌려 버리리라, 아니, 당신들의 불은 뜨겁지 않고 아무것도 태우지 못하니 당신들은 그저 그런다고 생각할 뿐 / 나는 우뚝 선 여자다, 나는 당신들만큼이나 귀하다./아직 태어나지 않은 네게, 상처를 받는 것이 / 예기치 못한 일이 닥쳐 무너졌다 다시 일어서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는 네게/그들은 포기하라고, 잠자라고, 누우라고 요구할 텐데 / 네 입을다물게 하고 널 구슬리고 네 무장을 해제하려고 들 텐데 / 나는 우리보다 앞섰던 다른 많은 여자들처럼 우뚝 선 여자다/나는 우뚝선 여자다, 그리고 너 역시 그러리라.

악이 지나가도 모른 척 눈감았다. 나중에 가서야 징징거리며 자신들은 아무 짓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그 모든 사람들보다 내가 더 낫다면, 그건 바로내가 징징거리지 않았다는 것, 그 어떤 변명도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엠마누엘레는 그저 엠마누엘레가 아니었다. 엠마누엘레는 하나의 관념이었다. 조금은 나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어긋남, 비정상이랄까. 혹은 아직 도래한 적 없는 정상성의 표현, 다른 세상을 알리는 선구자로서, 그 세상에서는 엠마누엘레와 같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그들이 저지르는나쁜 짓이라고는 지나치게 열렬하게 상대방을 끌어안는 것뿐이다. 그리고 하나의 관념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들은 엠마누엘레를 죽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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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최재천의 희망 수업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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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희망을 주는 수업이 아니라 ‘이렇게 해야 우리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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