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 띵 시리즈 9
윤이나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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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일년에 스무봉지 정도의 라면을 먹는 정도로 셈이 되니까요. 하지만 주변에서 모두 칭찬받을 정도로 라면을 잘 끓이는 편이고 라면을 먹는 그 순간만큼은 최선과 진심을 다합니다. 우선 배고프니 먹을 게 없는 상태에서는 라면을 먹지 않습니다. 정말로 라면이 먹고 싶을 때 라면을 먹지요. 딱 1인분만큼의 냄비에 물을 끓이고 물이 끓는 동안 계란을 준비합니다. 계란은 노른자와 흰자를 완벽하게 분리해 흰자에는 파를 넣어 풀어 라면에 넣고 노른자는 터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라면냄비 가운데로 모셔줍니다. 간단하게 먹으라고 만들어진 라면에 온갖 번잡스러운 과정을 거쳐 맛있게 라면을 먹는 것이 유난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라면을 먹는 그 시간을 누군가에게 보였을 때 왠지 한심하거나 불쌍하게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지요. 작은 한끼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나를 아끼는 마음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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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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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님이라면 새로운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쓰실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실제하는 사건을 소재로 이야기를 쓰신 걸까요? 읽는 내내 그저 정유정 버전의 ‘꼬꼬무’를 보는 듯 했습니다. 차라리 실재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쓰여진 소설이라면 작가의 惡에 대한 이야기중 손꼽힐 만하였을 텐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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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기타 사건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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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의 현대물은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시대물은 영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몇번을 읽어보려 했지만 어려운 단어가 너무 많이 나와 완독이 어려웠지요. 하지만 얼마전 ‘눈물점’을 재도전 한 것을 시작으로 에도시대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장편이라 하기에는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옴니버스식의 짧은 사건들이 담겨 있어 읽기가 수월했습니다.그리고 제가 에도전문가가 되지는 않을 바에야 어려운 단어는 그냥 건너 뛰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음을 알게 되니 이야기가 더욱 재밌어졌지요. 게다가 등장하는 사건들은 무시무시하기도 섬뜩하기도 하지만 그 인물들은 어찌나 다정한지 같이 차한잔 하며 이야기 나누는 기분입니다.그리하여 새로 시작하는 미미여사의 시리즈를 놓칠 수 없었지요. 이전 시리즈는 방안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라 정적이었다면 이번에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귀여운 기타군이 있어 더욱 활기차게 느껴집니다. 이번에 등장하는 기타도, 마쓰바 마님도 무척이나 다정하니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싶어지고요.
특히 이번에는 번역자님이 뒤편에 간략하게 에도시대에 대해 설명해 주신 부분이 무척이나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미리 보았다면 더 좋았을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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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린 가이드
김정연 지음 / 코난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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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중국집, 경양식집에 대한 리뷰책을 연달아 읽은 후 그 기세를 몰아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어리석었죠. 이 책이 음식점리뷰집이라 생각했다는 걸요. 하지만 제가 제일 귀여워 마지않는 장항준 감독님의 말을 따르자면 아무 정보 없이 읽은 책이 제일 재미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이세린의 직업세계도 흥미로웠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젊은이의, 직장인의 삶에 동감이 되고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특히 비빔밥편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며 직업인으로서의 자신감과 생활인으로서의 연민을 동시에 가지며 철학적으로 사색하는 이세린의 방식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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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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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무가 아닌 사명으로 일어나기
2. 호기심이 아닌 궁금증을 가지고 질문하기
3. 천천히 걸으며 생각하기
4. 거리를 두고 어슬렁 거리며 보기
5. 깊이 듣기
6. 평범한 현재를 즐기기(충분하다=완벽하다)
7. 주변에 공감을 가지기
8. 옳음을 위해 싸우기
9. 선한 마음으로 행동하기
10. 자신의 감각으로 아름다움을 누리기
11. 반복되는 매일을 즐기기
12. 현재의 나를 다스리기
13. 나이드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기
14. 죽음을 두려워 않기

마르쿠스는 골치 아픈 사람에게서 영향력을 빼앗으라고 제안한다.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자격을 빼앗을 것. 다른 사람은 나를해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나를 해칠 수 없기 때문"이다. 옳은 말씀이다. 왜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쓰는 걸까? 생각은 당연히 내 머리가 아니라 그들의 머릿속에서일어나는 일인데.

어쩌면 정말로 소크라테스는 일종의 지혜,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아는 지혜를 지녔는지도 몰랐다. 소크라테스에게 가장 최악의 무지는 지식의 가면을 쓴 무지였다. 편협하고 수상쩍은 지식보다는폭넓고 솔직한 무지가 더 나았다.

에피쿠로스는 정치적 유대가자족의 가능성을 낮춰 결국 행복을 외부에 위탁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에피쿠로스의 모토는 라테 비오사스Lathe Biosas, 즉 숨어사는 삶‘이었다. 세상에서 물러난 사람들은 늘 의심받는다. 우리는 은둔자에게서 위협을 느끼는 만큼 그를 조롱한다.

죽음에 관해서 에피쿠로스는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고 말한다.
물론 죽어가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은 그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 고통에는 본질적으로 끝이 있다. 그 고통은 평생 지속되지 않는다. 고통이 가라앉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다. 어느 쪽이든 두려워할 것은 없다.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규정했다.
우리는 존재의 차원에서,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긍정 정서positiveaffect의 차원에서 쾌락을 떠올린다. 반면 에피쿠로스는 결핍과 부재의 측면에서 쾌락을 규정했다. 그리스인은 이러한 상태를 아타락시아staraxia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를 만족으로 이끄는 것은 어떤 것의 존재가 아니라 바로 불안의 부재다. 쾌락은 고통의 반대말이 아니라 고통의 부재를 뜻한다. 에피쿠로스는 향락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평정平靜주의자였다.

충분히 좋음은 안주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변명도 아니다. 충분히 좋음은 자기 앞에 나타난 모든 것에 깊이 감사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완벽함도 좋음의 적이지만, 좋음도 충분히 좋음의적이다.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충분히 좋음의 신념을 따르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충분히‘가 떨어져 나가고, 그저 좋음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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