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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했지만 불행하지는 않아
박경훈 지음 / 좋은땅 / 2022년 3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나는 휴먼’이라는 책에서 휴먼이 교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을 읽으며 저의 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께서는 한쪽 다리가 불편하신 영어선생님이셨습니다. 바로 이 책의 저자 박경훈 선생님이시지요.
선생님께서는 늘 유쾌하셨고 유머러스한 분으로 재미있는 수업을 이끌어 주시고 아침마다 방송하는 ‘오성식의 굿모닝팝스’를 소개해 주시며 매주 한 곡씩 익히는 ‘싱어롱팝스’를 통해 영어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비록 저는 아침형 인간이 못되어 대신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통해 팝송을 배웠지만 당시엔 팝송가사로 꼼꼼히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방법이었지요.
선생님과의 추억 중 가장 생각나는 일은 수학여행입니다. 여행중 설악산의 비룡폭포에 올라가는 코스가 있었는데 그 곳에서 반별로 사진을 찍게 되었지요. 우리반은 선생님께서 늦게 올라오셔서 학생들이 기다리게 되었는데 그 시간동안 선생님을 어떻게 환영할지를 의논했습니다. 처음에는 박수를 쳐드리자고 했지만 그건 선생님의 불편한 다리를 가리키는 것 같아 그냥 빨리 오시라고 타박비슷한 말을 하기로 했는데 선생님께서 땀을 뻘뻘 흘리시며 올라 오셨을 때는 정말 너무 기뻤습니다. 어린 소녀들은 혹시라도 선생님께서 도중에 못올라 오셔서 우리반만 선생님 없는 사진을 찍게 될까 걱정했거든요. 책에서 어릴 적 선생님의 비룡폭포 에피소드를 읽고 그 때 생각이 나서 울컥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때도 올라오시며 옛생각이 나셨겠지요.
졸업 후에도 가끔 선생님 소식을 찾아 보곤 했습니다. 신문에서 선생님께서 자랑하시던 여동생분의 부음을 보고 속상해 하실 선생님을 생각했지요. 인터넷에서 송도 국제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 되셨다는 기사도 보았고요. 그리고 이제 이렇게 멋진 책도 내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른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평소 선생님께서는 늘 유쾌한 이야기나 본인 자랑(?)을 재밌게 이야기해 주셔서 학생들도 선생님께서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아직도 선생님의 유머와 트레이드 마크같은 표정을 기억합니다. 선생님의 훌륭한 모습 뒤에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숨어 있었고 그 열매를 고스란히 받은 학생으로서 이제서야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