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동안 깨달음을 얻고자 수행에 매진한 결과,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다 믿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게 제가 얻은 초능력입니다.
겉으로 영리하고 그럴듯해 보이는데 집착하느라 현재에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잊고 사는 것입니다.
손바닥만 한 거울에비친 얼굴을 비판적으로 쳐다보고 있자니, 제 안에서 어떤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거참 이상하군. 내 얼굴이 원래보다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걸." 진짜로 그랬습니다. 이것이이른바 내면의 아름다움이었을까요? 지난 7년 동안 저는 간소하고 단순하게 살았고, 개미 한 마리도 해치지 않으려고조심했습니다. 제 양심을 짓누를 말이나 행동을 삼갔습니다. 명상 수행에 집중한 덕분에 전보다 주변을 잘 알아차리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리고 인간의 고유하고 아름다운 특징, 즉 너그러움과 공감, 인내와 연민 등을 끌어내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런 시간이 이제 제 얼굴에서보이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먼저 주먹을 세게 쥐었다가 힘을 빼고 활짝 폈니다. 이 동작을 사전 암시처럼 자주 해보길 바랍니다. 저는강연이나 명상 도중에 이 동작을 자주 합니다. 제가 전달하려는 핵심을 직관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동작이지만 우리가 유난히 집착하는 것을 내려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보여줍니다. 물건이나 감정, 신념 등 대상은 상관없습니다. 여러분도 주먹을 세게 쥐었다가 다시 손바닥을활짝 펴보길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이 손을 조금 덜 세게 쥐고 더 활짝 편 상태로살 수 있길 바랍니다. 조금 덜 통제하고 더 신뢰하길 바랍니다. 뭐든 다 알아야 한다는 압박을 조금 덜 느끼고, 삶을 있는 그대로 더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그래야 우리 모두에게훨씬 더 좋은 세상이 되니까요.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돌아가지 않는 일을 끊임없이 걱정하면서 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 자신을 원래보다 더 작고 초라하게 만들 필요 또한 없지요.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목을 옥죄며 살 것입니까, 아니면 넓은 마음으로 인생을 포용하며 살 것입니까? 자, 쥐고 있던 주먹을 펼쳐보길 바랍니다.
남자가 흰색 소형 승합차를 몰고 가면서 내뱉은 말은 제게 놀라운 해방감을 선사했습니다.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들었을 때 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게되었습니다. 남들의 시선에 유난히 민감했던 제가 이젠 날카로운 모욕 앞에서도 차분히 제 안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목소리는 대답했습니다. ‘별일 아니야’라고요. 얼마나 다행스럽습니까! 그 순간, 제가남들이 감탄할 만한 성과를 이루거나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주고 싶어 안달하는 삶에서 마침내 벗어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문득 예전에 태국의 스승님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항상 가질 수는 없지만 여러분이 필요한 것은 항상 가질 수 있습니다." 정말로 그랬습니다. 참으로 이상하게도 제가 욕구를 채우려는 집착을 버릴때마다 그 욕구가 더 쉽게 충족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질병에 분노하진 않습니다. 신이나 운명에도분노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장수를 약속받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인간은 나무에 매달린 잎사귀와 같습니다. 대부분의 잎은 시들어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버티지만, 일부는 여전히 파릇파릇한 초록빛일 때 떨어지지요.
다른 누군가가 아는지 모르는지는중요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만은 알 테니까요. 우리는 늘자기 자신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행동과 기억은 우리가 앉아 있는 목욕물과도 같습니다. 그깨끗함은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피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그런 감정이 곧 우리 자신이라고 믿지 않길 바랍니다. 그것이 내면을 전부 차지하고 물들이게 두지 말길 바랍니다. 그런다면 분노나 억울함도, 시기와 미움도 더는 우리를 해치지 못하고 곧 후회할 일을 저지르게 하지도 못합니다.
왜 우리 문화권에서는 죽음과 싸우고, 죽음에 저항하고, 죽음을 부정하는 것을 영웅적이라고 묘사할까요? 죽음은 왜늘 무찔러야 할 적이나 모욕으로, 실패로 그려질까요? 저는죽음을 삶의 반대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탄생의 반대에 더 가깝지요. 증명할 순 없지만, 저는 늘 죽음 저편에 뭔가가 있다는 확신을 느껴왔습니다. 때로는 뭔가경이로운 모험이 저를 기다린다는 느낌마저 들지요. 숨을 거둘 날이 오면, 그날이 언제든 저더러 싸우라 하지말아주세요. 오히려 제가 다 내려놓을 수 있도록 어떻게든도와주길 바랍니다. 제 곁을 지키며 다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세요. 우리가 감사해야 할 것들을 다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때가 됐을 때 제가 늘 원했던 끝이 어떤 것인지 기억할 수 있도록 당신의 열린 손바닥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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