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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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는 선생들의 말이 우습다고 생각했다. 우스운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노력하는 사람을 비웃었으 니까. 학생에게는 노력하라고 말해놓고, 어른끼리 있을 때 는 노력을 하찮고 안타까운 짓으로 만들었으니까. 우연히 들은 그들의 말은 일화를 계속 간섭했다. 노력하는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노력은 비굴한 안간힘이 니까. 한편으로는 그들의 생각이 편견이며 거짓이라는 것 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1등을 놓칠 수 없었다. 1등을 갈구하는 자신이 좌절을 두려워하는 겁쟁이처럼 느껴졌다.
일화는 노력하면서 노력하는 자신을 비웃었다. 1등을 놓치 지 않으면서 1등을 놓치지 않으려는 자신을 경멸했다. 어른 이 되면 잘 살고 싶었지만 어른이 될수록 불행해질 것 같았 다. 자기는 노력하는 인간이니까. 결국 오태수 같은 애들이 치고 올라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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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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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그건 됐다. 소설 생각은 접어두자. 슬슬오늘밤의 경기가 시작될 참이다. 자, 팀이 이기기를 빌어보자. 그리고 동시에 (남몰래) 지는 것에 대비해보자.

지금까지 내 인생에는 아마 대개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 중요한 분기점이 몇 곳 있었다. 오른쪽이나 왼쪽,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오른쪽을 선택하거나 왼쪽을 선택했다(한쪽을 택하는 명백한 이유가 존재한 적도 있지만, 그런 게 전혀 보이지않았던 경우가 오히려 많았는지도 모른다. 또한 항상스스로 선택해온 것도 아니다. 저쪽에서 나를 선택한적도 몇 번 있었다). 그렇게 나는 지금 여기 있다. 여기이렇게, 일인칭 단수의 나로서 실재한다. 만약 한 번이라도 다른 방향을 선택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아마 여기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거울에 비친 사람은 대체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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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네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하필 그 순간 내가 아래층에 내려가 널 만나게 됐어. 그 덕분에지금 우리는 이렇게 이 방에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지.
하지만 그날 내가 아래층에 내려가지 않았을 수도 있고, 내려갔더라도 네가 그냥 갔을 수도 있지. 그 상황은 지금 우리 세계에선 일어나지 않은 일이야. 하지만그렇다고 해서 없는 일은 아니야. 지금 여기의 우리가선택하지 않은 삶들이 어딘가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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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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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항상 이렇게 일찍 와?" 그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네가 오기를 혼자서 기다리는 게 무엇보다 즐겁거든." 너는 말했다.
"기다리는 게?"
"응."
"나랑 만나는 것 자체보다?"
너는 생긋 웃는다. 하지만 질문에 대답하진 않는다. 그저 이렇게 말할 뿐이다. "이렇게 기다리는 동안은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슨 일을 할지, 가능성이 무한히 열려 있잖아, 안그래?"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상대를 만나고 나면 그 무한의 가능성은 불가피하게 오직 하나뿐인 현실로 치환된다. 너는 그게 괴로운 것이리라. 네가 하려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훗날 고야스 씨는 자신이 왜 일상적으로 스커트를 입는지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첫째로는, 이렇게 스커트를 입고 있으면, 네, 왠지 내가 아름다운 시의 몇 행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랍니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이런 얘깁니다. 티없이 순수한 사랑을 한번 맛본 사람은 말하자면 마음의 일부가 뜨거운 빛에 노출 된 셈입니다. 타버렸다고 봐도 되겠지요. 더욱이 그 사랑이 어떤 이유로 도중에 뚝 끊겨버린 경우라면요. 그런 사랑은 본인 에게 둘도 없는 행복인 동시에, 어찌 보면 성가신 저주이기도 합니다. 제가 말하려는 바를 이해하시겠습니까?"
"알 것 같습니다. "
"여기서는 나이 차이도, 시간의 시련도, 성적 경험의 유무도 대단한 요건이 되지 않습니다. 나 자신에게 백 퍼센트인가 아 닌가, 중요한 건 그뿐입니다. 당신이 열여섯에서 열일곱 살 때 상대에게 품었던 사랑은 실로 순수했으며 백 퍼센트의 마음이 었지요. 그래요, 당신은 인생의 아주 이른 단계에서 최고의 상대를 만났던 겁니다. 만나버렸다. 라고 해야 할까요."

"오. 맞아요. 내 생일이 정말 수요일이었네요. 확실해요." 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수요일인 게 당연하다. 옐로 서브마린 소년의 계산이 틀렸을 리 없다. 확인까지 할 것도 없다. 그러나 요즘은 자기 생일이 무슨 요일이었는지 구글에서 점색하면 누구나 십 초도 안 되어 간단히 알 수 있 다. 소년은 그것을 단 일 초 만에 알아맞힐 수 있다지만, 서부극의 결투도 아닌데 십 초와 일 초 사이에 얼마나 실리적인 차 이가 있을까? 나는 소년을 위해, 그 사실을 조금 쓸쓸하게 여겼다. 이 세상은 날로 편리한, 그리고 비로맨틱한 장소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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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무튼, 당근마켓 - 우리는 그렇게 만날 수도 있다 아무튼 시리즈 59
이훤 지음 / 위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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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고 하니까 생각난 건데요. 어느날 갑자기 아주 멀리 떠나야 한다면요. 저는 트렁크 하나에 다 들어갈 수 있을 만큼만 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속옷,가디건, 치마, 반바지, 셔츠 하나씩만 있으면 되지 않나 싶어요. 집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을 주기적으로 비우려고 하는 것도 그래서예요. 마음이 허할 때마다 구매로 푼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요즘은 물욕이생기면, 스스로에게 말해줘요. ‘지금 있는 것만으로 충분해, 이거면 됐어‘ 하고 마음의 방향을 틀어요. 그럴때 좋아요. 현재에 대해서도 조금 더 확신하게 되고요.
생활이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 좋아요. 작아지면서에서 검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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