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렇게 일찍 와?" 그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네가 오기를 혼자서 기다리는 게 무엇보다 즐겁거든." 너는 말했다. "기다리는 게?" "응." "나랑 만나는 것 자체보다?" 너는 생긋 웃는다. 하지만 질문에 대답하진 않는다. 그저 이렇게 말할 뿐이다. "이렇게 기다리는 동안은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슨 일을 할지, 가능성이 무한히 열려 있잖아, 안그래?"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상대를 만나고 나면 그 무한의 가능성은 불가피하게 오직 하나뿐인 현실로 치환된다. 너는 그게 괴로운 것이리라. 네가 하려는 말을 이해할 수 있다.
훗날 고야스 씨는 자신이 왜 일상적으로 스커트를 입는지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첫째로는, 이렇게 스커트를 입고 있으면, 네, 왠지 내가 아름다운 시의 몇 행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랍니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이런 얘깁니다. 티없이 순수한 사랑을 한번 맛본 사람은 말하자면 마음의 일부가 뜨거운 빛에 노출 된 셈입니다. 타버렸다고 봐도 되겠지요. 더욱이 그 사랑이 어떤 이유로 도중에 뚝 끊겨버린 경우라면요. 그런 사랑은 본인 에게 둘도 없는 행복인 동시에, 어찌 보면 성가신 저주이기도 합니다. 제가 말하려는 바를 이해하시겠습니까?" "알 것 같습니다. " "여기서는 나이 차이도, 시간의 시련도, 성적 경험의 유무도 대단한 요건이 되지 않습니다. 나 자신에게 백 퍼센트인가 아 닌가, 중요한 건 그뿐입니다. 당신이 열여섯에서 열일곱 살 때 상대에게 품었던 사랑은 실로 순수했으며 백 퍼센트의 마음이 었지요. 그래요, 당신은 인생의 아주 이른 단계에서 최고의 상대를 만났던 겁니다. 만나버렸다. 라고 해야 할까요."
"오. 맞아요. 내 생일이 정말 수요일이었네요. 확실해요." 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수요일인 게 당연하다. 옐로 서브마린 소년의 계산이 틀렸을 리 없다. 확인까지 할 것도 없다. 그러나 요즘은 자기 생일이 무슨 요일이었는지 구글에서 점색하면 누구나 십 초도 안 되어 간단히 알 수 있 다. 소년은 그것을 단 일 초 만에 알아맞힐 수 있다지만, 서부극의 결투도 아닌데 십 초와 일 초 사이에 얼마나 실리적인 차 이가 있을까? 나는 소년을 위해, 그 사실을 조금 쓸쓸하게 여겼다. 이 세상은 날로 편리한, 그리고 비로맨틱한 장소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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