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맥주를 평소보다 조금 더한 양을 마신 후 술주정대신 이 책을 큰소리내어 읽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그 모든 언어로 칭찬하고, 욕하고, 저주하는 일을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껏 이런 화자가 있었던가요?(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읽어 본 책에는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 태아라는 화자는 듣고 있는 것을 전달하는 것 만으로도 독자를 그가 거꾸로 서있는 자궁속으로 데려갑니다. 게다가 그의 화법은 우아하고 비유는 아름다워 나를 꼼짝도 못하게 하였지요. 이언매큐언...그는 천재임이 분명합니다!!!
저는 이야기가 풍성한 책을 좋아합니다.하지만 이 책은 이야기를 따라가기 보다는 생각을 흐르게 하는 책인 듯 합니다.80년대에 겨우 엄마말 잘 듣는 것이 제일 중한 일이었던 제가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삶이 라는 것이 남이 만들어 놓은 저수지에서 흐느적 거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파도를 이기고 넓은 바다로 나가려고 하는것인지 혼란스럽습니다. ( 책을 읽는 내내 트루먼쇼가 생각났습니다)
마지막 글을 읽다가 약속 시간에 늦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읽어서는 안되는 글이었는데 너무 서둘러 읽어 버렸습니다. 무언가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이제 계절이 바뀐 문밖에서 그들의 새로운 삶을 찾아가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