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 지음 / 헤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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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귀여운 아가씨를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그 작은 몸에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주변인들마저 아껴주는 마음이 들었다니 놀랍습니다. 만약 제가 부모가 되었다면 복희씨같은 엄마가 될 수 있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무자식이 서로를 위해 다행이다 싶습니다. SNS를 하지 않지만 (북플을 뺀) 요즘 매일 슬아씨의 인스타를 드나들며 스토커가 되어 버렸습니다. 또 기다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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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곳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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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던 모든 곳에 이야기가 있었다는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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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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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죽음은 죽은 자와 산 자들 사이에 명료한 선을 긋는 사건이에요,라고 다언은 진지하게 말했다. 죽은 자는지 나머지는 이쪽, 이런 식으로, 위대하든 초라하든 한인간의 죽음은 죽은 그 사람과 나머지 전인류 사이에 무섭도록 단호한 선을 긋는다는 점에선 마찬가지라고, 탄생이 나 좀 끼워달라는 식의 본의 아닌 비굴한 합류라면 죽음은 너희들이 나가라는 위력적인 배제라고, 그래서 모든걸 돌이킬 수 없도록 단절시키는 죽음이야말로 모든 지속을 출발시키는 탄생보다 공평무사하고 숭고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다언은 책을 읽듯이 담담하게 말했다. 오래 다져진 땅 같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죽음에 대한 다언의관념은 곱씹고 또 곱씹어 어떤 날도 들어가지 않는, 그래서 오히려 노인들의 그것보다 더 무섭고 더 죽음에 가까운 듯 보였다.
죽음은 우리를 잡동사니 허섭스레기로 만들어요. 순식간에 나머지 존재로 만들어버려요.

언니, 이 모두가 신의 섭리다, 망루가 불타고 배가 침몰해도, 이 모두가 신의 섭리다,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있어야 신을 믿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말할 수 없어요. 섭리가 아니라 무지예요! 이 모두가 신의 무지다, 그렇게 말해야 해요! 모르는 건 신이다, 그렇게………

[작가의 말]
사람이 평범하게 태어나, 평화롭게 살다, 평온하게 죽 을 수 없다는 걸,
그게 당연하다는 걸 아는데,
저는 그게 가장 두렵고,
두렵지만, 두려워도삶의 실상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삶의 반대는 평(平)인 것인가,
그래서 나는 평하지 못한 삶의 두려움을 쓰고 있는 것 일까,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현실 속 수많은 불평(不平)한 삶들은 이야기가 되고,
사에 대한 두려움과 삶으로 인한 고통 들은 의미를 띠게 되는 것일까,
모든 생명은 각자 의미심장하게 굴곡지고,
그 유일무이한 무늬가 우리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것일까,
삶이 결코 평범하지도, 평화롭지도, 평온할 수도 없다는 사실은,
늘 당연하면서 놀랍고,
이상하면서 또 궁금하고,
두려우면서 매혹적이어서,
우리는 자꾸 삶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것일까, 생각합니다.

평범하게 태어나, 평화롭게 살다, 평온하게 죽는,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그 불가능한 생을 생각하면,
그러나 그 불가능함과는 별개로,
모든 사람과 모든 생명이평범하고 평화롭고 평온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디 단 한번만이라도이 세상에 어떤 생명 하나가,
그게 날파리 한마리라 하더라도,
평범하게 태어나, 평화롭게 살다, 평온하게 죽은 적이있기를,
단 한번이라도
한번만은 그 불가능한 삶이 존재했기를 기도하게 되는 이 마음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 불가능한 갈망 때문에,
이 갈망이 거대한 화폭의 틀처럼평하지 못한 삶의 다채로운 풍경들을 단단히 잡아주고,
팽팽히 당겨주기 때문에,
낱낱의 삶, 낱낱의 이야기 들은 모래처럼덧없이 흩어지지 않고 살아남는 것일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당신의 삶이 평하기를,
덜 아프기를, 조금 더 견딜 만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당신의 평하지 못한 삶의 복판에,
아프고 무섭고 견디기 힘든 삶 한가운데,
곱고 단단하게 심어놓으면 어떨까,
그러면 그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한그루 이야기가 될까,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당신을 상상합니다.
사랑보다 어려운,

2019년 4월권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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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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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이름만을 보고 샀는데 영국식 유머와 낯선 영국요리 이름덕에 읽는 재미는 크게 없었습니다. 일러스트 보다는 줄리언 반스가 직접 망친(?)요리 사진이 함께 수록되어 있었으면 더 재미있을 듯 합니다. 요리책의 모양과 전혀 다른 음식이 되었다는 그 비교 사진이 있으면 왠지 줄리언 반스라는 석학의 이미지가 좀 더 유머러스해졌을텐데 아쉽습니다.
그런데 요리책이라는 것....다른 나라에서도 역시 불친절 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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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마치 황미나 작가의 만화를 읽고 있는 듯한 감상이 들었습니다.

우리에게 생긴 문제의 근본 원인은 대부분 도시에 있다는 것을, 아직 너와 같은 아이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개체수에는 한계가 있는데, 내놓으라는 양은 자꾸만 늘어나, 홀림목은 저토록 끝 간 데 없이 우거져 있어서 자연이 키워 주기라도 하지만, 은각마의 눈은 두 개뿐이란 말이야. 살아 있는 은각마한테서 눈을 뽑아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눈을 얻 기 위해 일부러 죽여서는 당연히 안 되는 일인데, 도시 사람들은 그 당연한 이치를 모르는 척하더구나. 자연사한 은각마한테서 나온 눈을 즉시 가공한 은각안이기에 귀중품으로 취급되어 극히 일부의 도시 사람들에게로 가서 목걸이가 되는 것인데, 처음 시작은 그랬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도시 사람들이 자꾸만 개체 수를 늘리라고 요구했지. 그러니아직 어린 은각마들까지 무리하게 번식을 시키고, 늙지 않고 그 숨이 다하지 않은 은각마의 죽음을 앞당기고, 심지어 살아 있는 은각마한테서 눈을 적출하는 잔인한 짓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것조차 내 어머니 시절부터 있어 왔던 일이지. 최근에는 무슨 연구를 한다며, 잡종 교배인지 품종 개량 인지를 해 본다고 살아 있는 은각마 한 쌍을 도시로 실어 가기까지 했단다. 나중에 비라이가 가져온 소식에 따르면, 최대한 고원 지대의 날씨와 온도에 맞춘 실험실이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환경이 다른 데다, 계속해서 씨를하는 실험에 시달린 끝에 암수 한 쌍이 차례로 죽어 갔다고하지.
그런 식으로 뭔가를 개조하겠다느니 알아보겠다느니 하면서 열매나 씨앗이나 동물들을 거둬 가는 일이 한두 번으로 그치지 않아서 우리는 안 그래도 점점 불안했고 언제 한번 대표들을 뽑아 도시에 파견이라도 해 보자,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고 가능한 한 우리 것을 덜 빼앗기는 방향으로 타진해 보자고 의견이 나왔어. 이미 우리 것 아니고우리조차 자연에서 빌린 것을 다른 이들이 취하는 일인데어떻게 막겠느냐고 어른들은 말씀하셨지만, 젊은 사람들은그렇기 때문에 더욱 저들이 그러지 못하도록 강경하게 나가자는 입장이었지. 그들이 하는 대로 놔두었다가 초원조의 영혼이 우리를 영영 떠나가 버리면 그땐 어쩌겠느냐고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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