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마치 황미나 작가의 만화를 읽고 있는 듯한 감상이 들었습니다.

우리에게 생긴 문제의 근본 원인은 대부분 도시에 있다는 것을, 아직 너와 같은 아이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개체수에는 한계가 있는데, 내놓으라는 양은 자꾸만 늘어나, 홀림목은 저토록 끝 간 데 없이 우거져 있어서 자연이 키워 주기라도 하지만, 은각마의 눈은 두 개뿐이란 말이야. 살아 있는 은각마한테서 눈을 뽑아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눈을 얻 기 위해 일부러 죽여서는 당연히 안 되는 일인데, 도시 사람들은 그 당연한 이치를 모르는 척하더구나. 자연사한 은각마한테서 나온 눈을 즉시 가공한 은각안이기에 귀중품으로 취급되어 극히 일부의 도시 사람들에게로 가서 목걸이가 되는 것인데, 처음 시작은 그랬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도시 사람들이 자꾸만 개체 수를 늘리라고 요구했지. 그러니아직 어린 은각마들까지 무리하게 번식을 시키고, 늙지 않고 그 숨이 다하지 않은 은각마의 죽음을 앞당기고, 심지어 살아 있는 은각마한테서 눈을 적출하는 잔인한 짓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것조차 내 어머니 시절부터 있어 왔던 일이지. 최근에는 무슨 연구를 한다며, 잡종 교배인지 품종 개량 인지를 해 본다고 살아 있는 은각마 한 쌍을 도시로 실어 가기까지 했단다. 나중에 비라이가 가져온 소식에 따르면, 최대한 고원 지대의 날씨와 온도에 맞춘 실험실이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환경이 다른 데다, 계속해서 씨를하는 실험에 시달린 끝에 암수 한 쌍이 차례로 죽어 갔다고하지.
그런 식으로 뭔가를 개조하겠다느니 알아보겠다느니 하면서 열매나 씨앗이나 동물들을 거둬 가는 일이 한두 번으로 그치지 않아서 우리는 안 그래도 점점 불안했고 언제 한번 대표들을 뽑아 도시에 파견이라도 해 보자,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고 가능한 한 우리 것을 덜 빼앗기는 방향으로 타진해 보자고 의견이 나왔어. 이미 우리 것 아니고우리조차 자연에서 빌린 것을 다른 이들이 취하는 일인데어떻게 막겠느냐고 어른들은 말씀하셨지만, 젊은 사람들은그렇기 때문에 더욱 저들이 그러지 못하도록 강경하게 나가자는 입장이었지. 그들이 하는 대로 놔두었다가 초원조의 영혼이 우리를 영영 떠나가 버리면 그땐 어쩌겠느냐고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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