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랑님에 꽂혀서 노래도 듣고 책도 읽고 팟캐스트도 찾아서 듣고 있습니다. 최근 보험설계사 자격증까지 취득하셨으나 미가동 상태라는 말을 듣고 분개하셨는데 세상에 사람에게 그런 말을 쓴다는 것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조금 웃기도 하였습니다. 어째서 예술가에게는 돈얘기가 터부시되는 걸까요? 윤여정 배우님도 연기가 제일 잘될때는 돈이 필요할 때라고 하셨는데 말이에요. 김영하작가님도 돈을 받지 않으면 글을 쓰지 않는다 하셨고요. 다들 돈벌기 위해 기를 쓰면서 예술가에게는 그런말 하면 안된다는 듯이 말하고 그들이 애써 만든 결과물은 어떻게 해서든지 공짜로 누리려는 심보는 뭐지요? 사실 저는 월급이며 보너스가 따박따박 나오고 빨간날도 다 쉬고 1년에 쓸수 있는 휴가가 25개나 되는 회사에 출퇴근하며 일하지만 늘 미가동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회사에 대한 애정도 없기에 그저 주 40시간을 아무 생각없이(이 지점을 남들이 보면 참 성실해 보이기도 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돈벌어 나머지 시간을 즐겁게 보낼 궁리만을 하지요. 주 128시간의 미가동을 위해 40시간의 가동시간을 버틴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에 눈뜨고 있는 모든 시간을 가동시키며 살고 있는 이랑님과 예술인들을 응원합니다!!!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때’를 읽고 나니 이 소설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이미 10여년전에 일본에서 쓰여진 소설임에도 대한민국의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시 10여년 후에도 이 세상이 이모양일까봐 너무 두렵습니다.
만약 우리 부부의 아이도 아들이었다면 그런 끔찍한 일은당하지 않았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직후그건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딸을 가진부모가 겁을 집어먹은 채 살아야 하는 이 세상이야말로 너무이상한 것이다.복수가 허무한 행위라는 것은 도모자키를 죽이면서 충분히 깨달았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나가미네는 남은 놈을 그냥 놔둘 수 없다. 그것은 에마에 대한 배신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괴롭혔던 짐승들에게 제재를 가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죄를 심판할 권리가 자신에게 없다는 것은 안다. 그것은법원의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법원은 범죄자를 제대로 심판할 수 있나?그런 일은 해주지 않을 것이다. 신문이나 TV 등의 정보로재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사건에 대해 어떤 판결이 내려지는지를 나가미네는 조금은 알고 있다. 그 지식으로 보건대법원은 범죄자를 제대로 심판하지 않는다.오히려 법원은 범죄자를 구원해준다. 죄를 저지른 인간에게 갱생할 기회를 주고 그 인간을 증오하는 사람들의 눈에 닿지 않는 곳에 숨긴다.그게 형벌일까? 게다가 그 기간이 놀랍도록 짧다. 한 사람위 일생을 빼앗았는데 범인의 인생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니.
이랑님의 노래인 ‘좋은 소식 나쁜 소식’에는 ‘이 지구는 하나님이 아닌 사탄이 만들었다네’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이 지구는 하나님이 만들었으나 인간만은 사탄이 만든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구의 나이로 치면 한치앞의 시간이란 몇백년일 수도 있을텐데 찰라를 스쳐 지나가는 인간들이 지구를 엉망으로 만들어 다른 동물에게 까지 해를 입히고 그들을 위협하고 있으니까요. 저역시 그 일부에 기여했으니 반성합니다.
이 모든 것을 일으킨 주역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멸종이 무엇인지아무런 감이 없다. 어느 날 내 집은 물론, 동네 아니 도시 전체가홀라당 날아가 버린 경험을 과연 우리 중 몇이나 했겠는가? 아직생존한 전쟁 세대 몇 분 정도나 있을까. 사실 그조차 딱 맞는 경험도아니다. 세상이 파괴되는 것도 모자라, 아무리 다니고 다녀도 사람 한명 보지 못한다는 것. 아무리 목이 터져라 불러도 아무도 대답하지않고, 지독하게 절대적인 고독함에 치를 떨다 쓸쓸히 마감하는 것.이것이 멸종이다.
간혹 나는 산 채로 묻힌다. 나는 수만 마리의 나와함께 땅속에 있다. 나는 썩는다. 나는 아주 천천히병든 땅이 된다.내가 묻힌 땅. 내 피로 물든 강. 나를 스친 사람들.나를 먹는 당신들.모두 아프게 될 것이다. 내가 이렇게나, 아프기때문이다. 나는 고통의 조각이기 때문이다.고통이 돌고 돈다. 당신에게서 나에게로, 나에게서 당신에게로.
당신은 마치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처럼 나를 짓밟는다.세상에 가장 더러운 단어들로 나를 부르며 나를때린다.그리고 깨끗하고 포근한 스웨터가 당신의 피부를감싼다.섬세하고 귀한 내 피부가 당신의 가방이 되고,고소하고 부드러운 내 살이 당신의 식탁에 오른다.그래서인가,당신은 내가 생명이라는 것을 잊은 듯하다.당신은 내가 생명이라는 것을 잊은 듯하다.
나는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아직도 잘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그리고 이렇게 죽고 싶지도 않아요. 내 생의 어느장면에도 기쁨, 자유, 희망은 없어요. 부디 어느생에서라도 다시는 만나지 않길 바라요.
출판사의 거창한 광고문구는 ‘한국 미스터리 사상 전무후무한 반전’이었으나 이걸 반전이라고 해야 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꽁꽁 감추어 놓았던 사실을 막바지에서야 ‘이건 몰랐을 것이다!’라며 꺼내 놓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눈치채지 못했습니다마는 전무후무한 반전이라기는 좀 아쉽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의 목적인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임에는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