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나서서 나를 구분 짓는 것이, 내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기에 그들에게 속할 수도 있다고 믿는 것이, 내게 호의적인 태도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차라리 경찰을 정비소로 유인했으면 좋았을걸. 집에 와서 딸에게 체포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보단 그게 낫지. 하지만 일터에서 그런 일을 겪었다면 더 수치스러웠으려나. 그런데 앞이 안 보이는 아버지가 나오는 옛날이야기가 있거든. 그 아버지에겐 딸이 필요한데••••••.
정신이 또렷하던 시절의 어머니는, 우리 가문의 여자들은 말로 옛이야기를 되살려 낼 수 있다고, 목소리로 조상을 불러낼 수 있다고 경고한 적이 있었다.
「넌 여자잖아. 실패해서 집에 돌아와도 괜찮아. 돈 많은 한국 남자랑 결혼하기 전에 임신하지만 않으면 되거든. 그렇지만 나는 다르지. 내가 실패하면 엄마 마음이 얼마나 처참하겠어?」
「비극을 기다리며 두려움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어. 날짜를 기록해 두는 건 나한테 경고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재앙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사실 앞에서,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서지.」
「한국사가 이어지는 동안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모두가 강력한 외세에 공물로 바쳐졌어요. 중국과 몽골, 최근에는 서양에.」
「그림 형제의 책처럼 글로 적힌 동화들은 교육받은 남자들이 민속 문화를, 국가적 정체성을 만들고 선별하기 위해 쓴 거예요. 하지만 훨씬 더 오래된 자료들에 똑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데, 그중 상당수는 여성이 이야기한 거예요. 여자들은 대부분 문맹이고요. 이런 이야기는 들판에서, 부엌에서, 난롯가에서 탄생했어요. 말하는 사람에 맞게 가공되기는 했지만. 그렇게 마을의 경계를 넘고 세대를 따라 전해졌어요.」
「나요? 스웨덴에서 아시아인 여자로 사는 게 어떤 건지 아냐고요? 남자가 있을 때는 어떻고 없을 때는 어떤지, 그게 백인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지 아냐고? 아이고, 난 존나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있잖아요, 나도 알고 있어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우리 오빠라든가 어쩌면 오스카르보다도 편하게 지낸다는 걸. 하지만 여기에 있다 보면 고향의 인종 차별을 그리워하게 된다니까요. 휴가에서 얻은 기념품 애인이라든가 메일로 주문한 신부로 오해받는 것보다는 의사나 회계사로 오해받는 게 낫잖아요.
아시아인 남자와 같이 있으면 쉽게 폭발한다. 서로의 분노를 메아리처럼 반복하게 되니까. 부모의 헛짓거리를 반복하고 그들의 조져 버린 관계를 재현할까 봐, 사랑보다는 승인과 성취를 쫓는 아이들을 키울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으니까.
「글쎄요, 고아가 서양에서 자라는 게 행운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서양 사람들뿐인 건 아니라서. 이런 동화는 절망에 빠진 생모를 달래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친척들의 죄책감을 달래는 역할도 해요.
입양이 아기 엄마와 그의 미래, 지금도 아등바등 겨우 먹여 살리고 있는 다른 자식들을 위한 최선이라며 그를 설득한 친척들 말이에요.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외국 입양 기관과 거래하는 사람들이 휘두르는 설득의 무기랍니다. 입양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사람들조차 이런 환상을 꿈꿔요.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서양에서 자란 한국 고아의 발라드. 아이는 정체성, 언어, 고향에 살 권리를 빼앗겼지만 그런 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니까요. 합당한 아기를 받아 마땅한 백인 부부의 품에 안기는 장면은, 동화의 해피 엔딩치고는 졸렬하지만 그들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그러나 결말을 누리는 건 아이를 잃는 〈그들의〉 이야기일 뿐이에요.
새로운 가족 안에서, 그리고 청년 시절 내내 눈에 띄는 외국인으로 살아야 할 사람에게는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에요.」
저마다의 디아스포라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누가 가장 이국적이고, 희귀하고, 외로울까?
2등급으로 강등되었다면, 아래에 꼭 3등급과 4등급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외국인과 새로 온 이민자들을 괴롭히는 일보다 더 미국적인 게 있을까?
「생물학적 전략이야. 아기는 귀여우니까 잡아먹지 않고 돌봐 주잖아. 부모가 늙고 처량해지는 것도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지.」
「신라시대 방언에서 〈에미〉는 〈어머니〉, 〈에밀레〉는 〈어머니 때문에〉라는 뜻이에요.」
「그럼 종소리로 고발하는 거군요! 죽은 아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어요!」
왜 몇몇 문화의 신화와 전설만 고전 문학의 기초로 인정하고 떠받들어야 하는 거지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것을 쟁취하는 여자보다 강한 게 있을까?
「어쨌든, 무엇보다도 스웨덴인은 인종 이야기를 꺼려요. 입양 부모 중에는 이런 식인 사람들도 있어요. 〈내겐 네 인종이 보이지 않아. 넌 그저 내 아이일 뿐이니 내가 너를 위해 조성한 이 환경에서 네가 눈에 띄는지 어떤지 알 필요는 없어. 우리 주변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말아라.〉 이런 문화에서 소외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불안과 우울감은 더 파괴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것, 심지어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걸 엘사도 잘 알겠지요.
우리 모두는 서로서로 달라요. 필요도, 상실과 갈망도 다르다고요. 피난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가족은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며, 사랑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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