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그의 대담한 결단이 적당한 자리와 우리의 자잘하고 소소한 일들이 적당한 자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내가 종종 활용이라는 개념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나머지 초점에서 너무 빗나갈 때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필요한 걸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다면 뭐 하러 새로사야하지 하고 스스로 말하곤 했다. 이미 있는 걸 다시 이용하는 편이 더 좋지 않나? 그럼, 당연하지. 버리는 것보다는이미 존재하는 것에 새 생명을 주는 편이 언제나 좋지. 하지만 때때로 진짜 가치 있는 건 시간일 때가 있다. 내가 집 안에서 꼭 맞는 한 쌍의 볼트와 너트를 찾아 헤맨 날은 시간을잘못 쓴 경우다. 그날 나는 철물점에 가서 100개들이 나사한 상자를 사 와 내 시간을 다른 더 좋은 일들을 하는 데 써야 했다.
고속도로를 따라 세비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후안루와 벨레냐의 리듬이 나의 리듬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육체가 결정하는 리듬, 육체의 본성과 상태에 따라 결정되는 리듬. 정신이 아니라 육체가 리듬을 결정한다. 누군가의 꿈이나 의도가 아니라 누군가가 가진 근육의 탄성과 힘,칼슘 밀도에 따른 뼈의 강도, 피부의 탄력과 같은 것이 결정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리듬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며, 삶의 매 순간 다른 걸 요구한다. 정신은 제안만 할 뿐 결심하는 건 육체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점차 쇠퇴하기만하는 육체, 움직이려는 충동을 따라가지 못하는 육체를 가지고 살아가는 건 힘든 일이다. 늙는다는 건 그래서 어렵다.
그는 우리가 아이들을 교육할 때 ‘작은 미덕‘이 아니라 ‘큰 미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절약 정신이 아니라 ‘관대함‘과 ‘돈에 관한 무관심‘을, 신중함이 아니라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와 용기‘를 가르쳐야 한다고, 또한 교활함이 아니라 ‘솔직함과 진실에 대한 사랑‘을, 외교술이 아니라 ‘이웃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성공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존재와 앎에 대한 열망‘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스스로필요한 무언가를 짓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자율성을획득하게 해 줄 뿐 아니라 세상에 대한 이해를 얻게 해 준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는 계속해서 우리 안에 쌓인다. 엔조마리의 의자의 경우를 봐도 의자 제작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있는 건 다층적이다. 신체적인 능력,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대한 새로운 지식. 배를 묶어 두었던 밧줄이 풀렸을 때처럼우리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미지의 세계였던 곳은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이 된다. 나무판자 한 장을 다루며자르고 사포질하고 거기에 구멍을 뚫는 일을 통해 우리는다른 나무판자들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그 항해에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두려움은 잊게 되고, 그 길에 남는 건 순수한기쁨이다. 우리 삶을 지탱하는 것-그것이 의자이든, 미치광이 돈키호테의 혜안이든, 발코니에서 키운 토마토든에대한 의식적인 개입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우리를 하나로만든다. 세상이 우리에게 더해지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의 제작자가 되거나 우리가 먹는 모든 먹거리의 생산자가 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모든 걸 직접 하려고 한다면 기본적인 욕구만을 충족시키는 데 우리 삶이 묶이고 말 것이다. 누군가에겐 그런 삶의 방식도 가능하고 바람직한 삶의 방식이 될 수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내 생각에는 딱 한 가지만 자기 손으로 직접 해 보는 것으로충분하다. 우리가 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던 일 중 딱 한 가지.냅킨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도 그 훌륭한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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