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지음, 황유원 옮김 / 읻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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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읽기 어려워하는 장르의 문학은 ‘시’다.
학창 시절 작가에 대해 알고 시가 뜻하는 의미를 공부하고 단어 하나 하나를 설명듣던 수업 방식에 익숙해진 탓인지 지금도 시를 읽고 느끼기보다는 단어들을 해체한다.
특히 함축적인 의미를 둔 단어들과 난해한 문장들이 가득한 시는 읽기 전부터 두려워지기도 한다.

다른 나라의 언어로 쓰인 시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수고로움이야 #은유작가 님의 #우리는순수한것을생각했다 는 인터뷰 산문집을 읽으며 새삼 느꼈지만 언감생심 번역시는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그래도 시집 #패터슨 에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2017년에 개봉한 짐 무사시 감독의 동명의 영화의 영향이 크다할 수 있다.

우리가 많이 봐온 페이퍼백의 시집이 아닌 고급 양장본의 시집은 외형적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먼저 들게 한다.
지은이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는 평생 소아과 및 일반내과 개업의로 일하며 시,소설, 번역 등의 활동을 병행했다고 한다.
패터슨은 5권의 서사시로 1946년부터 1958년까지 13년에 걸쳐 출간된 시인의 대표작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완역됐다.

나는 시를 쓰고 싶었다.
당신이 이해할 수 있는 시를.
만일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시가 내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하지만 당신은 몹시 애써야 한다—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1월의 아침 January Morning >에서

그런 의미에서 <패터슨>은 작가가 세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시집이다.
호기롭게 시작한 시 읽기는 자연 환경을 묘사로 패터슨시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한다.
“패터슨은 퍼세이익 폭포 아래 계곡에 누워 있다
폭포가 흘러보낸 물로 등의 윤곽을 이룬 채. 그는
오른쪽으로 누워 있다. 자신의 꿈들을 채우는
천둥 같은 물소리를 곁에 머리에 두고서!”

1권은 퍼세이익 폭포와 패터슨 시의 역사와 사건을 이야기한다면 2권은 패터슨 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요일 공원의 일상을 보여준다.
특히 2권의 어떤 구절은 클라우스 앞으로 데려가 그의 연설을 듣는 기분이 들게한다.
3권은 1902년 2월 8일 화재로 파괴된 댄포스 공립 도서관과 패터슨시를 강타했던 자연재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4권은 핵무기의 위험성과 현대 문명의 암울함을 패터슨 시의 도시 상황과 역사에 비추어 쓰고 있다.
7년의 시간이 흘러 쓴 5권은 4권의 암울함을 상쇄하려는 듯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춤은 안다, 박자에 맞춰
대위법적으로,
사티로스처럼 추는 춤, 그 비극적 발놀림


시는 자연 묘사에서 그치지 않고 패터슨의 퍼세이익 폭포에서 일어난 사건을 인용하기도 하고 폭포에서 다이빙했던 남자의 이야기를 실기도 한다.
시는 신문 기사를 인용하는 것은 물론 주고 받은 편지는 물론 자신의 인터뷰를 인용해 쓰여지기도 한다.
우리가 평상시에 읽던 시의 형식에서 한참 멀어진 듯한 산문형식의 글에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시인이 도시에 대한 서사시를 쓰는 방식으로는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싶지도 하다.

패터슨 시는 시인이 사는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도시다.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그가 얼마나 패터슨시에 대해 세세히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지 어떤 르포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또한 시가 얼마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문학인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것 물론 아마도 평생 가볼 수 없는 도시 패터슨의 곳곳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우리의 언어와는 너무도 다른 구조의 언어로 된 시를 번역한 번역가님의 수고에 감사드리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영화 패터슨도 꼭 보고 싶다.

<본 도서는 읻다출판사 서포터즈 넘나리2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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