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그런 날 맞춤인 곳이 바로 카페 도도입니다.“역에서부터 이어지는 언덕길 끝, 옆으로 들어간 골목에 그 가게의 간판이 나와 있습니다. 간판 너머로 아담한 정원이 있는 오두막 같은 단독주택이 나타납니다.그곳이 바로 카페 도도입니다.”멸종된 도도새 그림이 있는 도도 카페는 사연이 있는 듯한 주인 소로리가 운영하는 1인 전용 카페로 밤에만 열리는 도시의 숲속 카페입니다.어린 시절 유치원 선생님이 엄마에게 웃으면서 건넨 “가호는 성격이 급한 것 같아요.”라는 말때문에 오랫동안 자신을 가둬두고 살았던 가호는 새로온 후배의 꼼꼼함을 좋은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합니다.얼마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가즈키는 아직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건네는 지인들의 위로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속상하기만 합니다.딩크족으로 사는 유나는 어릴 적 이웃에 살며 친동생처럼 지낸 아즈사가 인사차 본가에 들른다는 소식에 본가로 갑니다.아즈사의 아이를 보고 아이가 없는 유나에게 엄마가 생각없이 건네는 말은 큰 상처가 됩니다.아카리는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없고 낮은 자존감때문에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한다는 피해의식이 심합니다.전편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는 코로나 팬더믹 시대를 사는 다섯 명의 여성들이 직장 생활과 가정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 우연히 카페 도도에 들러 소로리가 만든 음식을 먹고 위로를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후속작에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손님들이 카페에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을 풀어가는 방식의 소설입니다.거기다 전편에 등장했던 디자이너 무쓰코가 슬럼프를 무사히 넘기고 활기찬 모습으로 등장해 반갑습니다.주인인 소로리는 손님들에게 충고를 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습니다.그저 손님에게 꼭 필요한 음식을 제공하고 손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엉뚱한 선물을 건넬 뿐입니다.자신의 문제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고 해결 방법 또한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지만 용기가 없어 문제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도도 카페에 가서 자신에게 맞춤인 음식을 먹고 기운을 차린 후 스스로 문제를 짚어내고 해결책 또한 자신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는 주인공들을 보며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됩니다.전편을 먼저 읽으면 더 좋고 후편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는 도도 카페는 마지막 등장인물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연극의 커튼콜을 볼 때 느낄 수 있는 벅찬 감정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그리고 모든 문제의 시작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본인이라는 정답을 얻어 갑니다.일본에서는 3편도 곧 출간된다니 얼른 번역되길 고대합니다.<도서는 더퀘스트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있고 자유롭게 느낌을 적었습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픽 시즌 2가 출간되기 시작했다.이번 달엔 강화길 작가의 이야기로 골랐다.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함께 다녔고, 대학도 같은 곳을 졸업했던 ‘나’와 ‘용희’는 10년 동안 연락이 끊어졌지만 친구들을 통해 ‘용희’의 소식을 계속 듣고 살았다.그런 ‘용희’가 새벽에 ‘나’의 집을 찾아왔다.촌구석에 살았던 나와 용희는 글램록 밴드 ‘영희’를 함께 좋아했다.용희는 ‘영희’를 보러 홍대 앞 클럽을 두 번이나 다녀왔고 ’영희‘의 모든 앨범을 갖고 있었지만 ’나‘는 인터넷 팬 클럽에 가입한 일이 전부였다.그리고 열아홉 살 겨울, 나는 용희와 ‘영희’의 공연을 보러 갔고 그 곳에서 모든 진실을 알게 된다.꿈인 듯 찾아온 친구와 함께 하며 지난 시절을 되짚어 가는 ‘나’의 모습이 과거의 어느 시점을 그리워하는 나를 보는 기분이다.친구와 함께 좋아했던 존재가 있었고 작은 오해로 어긋나 버린 나와 용희의 관계가 청춘을 지나온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할머니, 왜 우세요?”하루는 웨렌이 할머니에게 물었어요.“왜냐하면...... 이제 더는 숲이 노래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웨렌의 장난감 로켓이 거센 바람이 불어 숲으로 날아가 버렸어요.로켓을 찾아 들어간 숲에서 난생처음 보는 동물을 발견했는데 그 동물은 피리를 불려고 애쓰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어요.워렌의 기척에 깜작 놀란 동물은 수풀 사이로 번개처럼 사라졌어요. 그 뒤 웨렌은 자꾸만 숲에서 만났던 동물이 떠오르고 밤마다 꿈에서 그 동물을 보았어요,어느 날엔 동물은 늘 불던 피리를 삼키고 용으로 바뀌어 입에서 불을 뿜었어요,잠에서 깼을 때 침대는 개미로 덮여 있었고 여왕개미가 그 동물에 대해 알려 주지요. 그 동물은 위대한 신 “판”인데 더 이상 피리를 불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어요.그리고 판이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계절의 리듬이 깨지고 자연은 걷잡을 수 없이 망가져 버린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어요. 작가의 다른 작품 <표범이 말했다>는 위대한 숲의 현자인 검은 표범 ‘소피아’의 입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이야기는 숲과 자연의 신인 ‘판’을 통해 인간들에게 기후 위기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신화 속의 ‘판’은 산과 들에서 자유롭게 살아가지만 변덕이 심한 탓에 화를 잘 낸다고 합니다.종잡을 수 없는 자연을 닮은 ‘판’은 인간들이 더 이상 ‘판’의 노래를 부르지 않고 자연을 돌보지 않은 까닭에 심술을 부리기도 합니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도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가 돼버렸습니다.봄과 가을은 온지 모르게 지나가고 여름은 폭염과 폭우로 모두를 힘들게 하고 겨울은 매년 새로운 최저 기온을 갱신합니다. 동글동글 순한 그림 속 이야기는 우리에게 경고를 날리고 자연을 소중함을 잊지 말라고 ‘판’의 노래를 통해 알리고 있습니다.한 번도 들은 적도 불러본 적도 없는 노래는 ‘판’을 잊지 말라고 소월하게 대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합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즐길 수 있는 시리즈답게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판’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습니다.사실 자연을 망치는 주범은 아이가 아닌 어른들의 욕심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판”의 노래를 기억해야 할 주체는 바로 우리 어른입니다. <본 도서는 웅진주니어에서 선물받은 도서입니다.>
모두 3편의 중단편이 실린 첫 소설집을 낸 작가는 2022년에 문윤성SF문학상 장편 부분에 대상을 수상했다.SF문학상을 받은 작가답게 실린 이야기는 모두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다.타임머신이 등장하고 투시를 할 수 있는 초능력 소녀의 이야기와 세상을 구하는 강아지와 늑대인간이 나온다. <당기는 빛>속에 등장하는 타임머신은 육체가 과거나 미래의 어느 지점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아닌 미래의 뇌를 현재 이식해 미래를 현재로 가져오는 방식의 타임머신이다.‘나’는 타임머신을 직접 경험하지만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친구의 조문을 가게 되고 연구원이 쓰던 컴퓨터의 시차 때문에 친구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내부 유령>속 ‘나’는 초심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외국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살고 나온다.출소 후 투시력을 군사 목적으로 활용하고 싶어하는 정부의 일을 하게 되고 비밀 연구소에서 투시력이 있다는 초능력 소녀 영이를 관리하게 된다. <좋아하길 잘했어> 오랫동안 좋아하는 ‘수현’에게 고백하지도 못하고 친구의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스스로 현실도피 중이다.어느 날 수현은 우주 종말을 막을 방법은 개의 사랑을 우주에 가득 채우는 것이라고 말하며 강아지 복실이가 우주의 종말을 막을 것이라 믿으며 복실의 경호원인 늑대인간 은랑과 함께 살기 시작한다. 소설을 꽤나 어렵게 시간을 들여서 읽었다.잠깐 행간의 의미를 놓친 게 아닌가 싶어 다시 되돌아가 읽기를 여러 번 했다.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세 편의 이야기는 모두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한줌은 남아 있을 인간성, 인간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당기는 빛’ 속의 ‘나’는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고 지낸 대학 때 동아리 친구의 죽음을 타임머신의 열아홉 시간의 시차 때문에 막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안 순간 친구를 찾아 시위대 속으로 뛰어 들고 ‘내부 유령’ 속 ‘나’는 아무 상관없는 소녀의 자유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미로 같은 복도를 걷고 ‘좋아하길 잘했어‘속의 ’나‘ 역시 믿지 못하면서도 복실을 위해 싸운다. 소설은 결론을 짓지 않고 끝난다.과연 친구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지 영이는 무사히 자유를 얻을 수 있을지 개들의 사랑으로 우주의 종말을 막을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안 될지도 모르는 일을 누군가를 위해 힘쓰고 그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꼭 해피앤딩이 아니여도 그걸로 됐지 싶다. <본 도서는 래빗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권정생 작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알게 된 작가로 아이들보다는 내가 더 좋아하는 동화 작가다.얼마전엔 <길벗어린이>출판사에서 그림책 강아지똥에서 빠진 부분을 모두 살린 <동화 강아지똥>을 읽었기에 평생을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실천한 삶을 산 작가의 이야기가 더 반갑다.1937년 일본 도쿄 시부야구에서 태어나 2007년 일흔의 나이로 소천하기까지 정지아 작가가 동화같은 아름다운 글로 작가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국민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이지만 누구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셨고 가장 낮은 곳에서 마지막까지 사랑을 실천한 삶이 슬프고도 아름답다.오랜 기간 병마에 시달리면서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살았던 작가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지 감히 짐작할 수는 없지만 그가 늘 꿈꾸던 세상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감히 짐작할 수 있었다.작가가 평생 소원하던 세상이 영원히 오지 않을지라도 그의 깊고 순한 마음만은 오래 기억하고 싶다.“하느님! 이 골목에 아이들의 웃음이 가득 차게 해 주세요. 고통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해 주세요. 싸우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해 주세요. 한민족이 남북으로 나위어 싸우지 않게 해 주세요.” (p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