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리뷰어클럽 이벤트에 당첨되어 북로드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일본 서점 직원들이 뽑은 ’가장 팔고 싶은 책‘ 1위!>라는 문구의 띠지를 보고 너무나 읽고 싶었던 책이다.작가 ’요시무라 아키라‘는 일본 기록문학의 거장으로 그의 소설 <관동대지진>을 통해 그 당시 조선인 학살의 참극 알렸다고 하니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작가다.에도 시대, 다른 마을과는 고립된 가난한 어촌 마을의 열일곱 가구 주민들은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그들만으로 생활 방식과 전통을 고수하며 목숨을 연명한다.9살 이사쿠는 아버지가 3년 계약으로 마을을 떠나 고용하인으로 일하러 가자 어린 동생 셋을 어머니와 함께 건사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간다.단풍이 마을을 물들일 무렵이면 마을 사람 전체가 참여하여 뱃님을 위한 의식을 거행하는데 마을 앞바다의 암초에 배가 좌초되어 부서지기를 기원하는 의식이다.거기서 그치지 않고 겨울이 되고 날씨가 궂은날이면 폭풍우 지는 바다를 지나는 배를 유인하기 위해 해변에서 밤새 소금을 만들기 위한 불을 지핀다.이사쿠도 집안을 대표해 소금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게 되고 어느 날 쌀을 실은 배가 암초에 걸려 좌초되자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에 젖는다.촌장의 지휘로 일사불란하게 배에 실린 화물은 마을로 옮겨지고 배도 해체해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게 한다.뱃님이 내린 쌀로 마을 사람들은 숨통을 트이게 되지만 척박한 환경에 사는 그들은 쌀을 아끼고 아껴 생활한다.그리고 다음 해에 또 뱃님이 마을에 찾아오고 배 안에는 붉은 옷차림의 죽은 자들만 잔뜩 실려있자 마을 사람들은 진귀한 붉은 옷을 모두 벗기고 배는 시체와 함께 먼바다로 보낸다.옷감은 마을 사람들이 공평하게 나누어 갖지만 얼마 후 마을엔 생각지도 못한 무지 무시한 재앙이 밀어닥친다.절해고도의 가난한 섬마을의 9살 이사쿠가 몇 년에 걸쳐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도와 가족을 돌보는 과정은 눈물겹도록 짠하다.난파된 배의 물건을 취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배가 좌초되도록 유인하는 마을의 풍습을 어린아이가 아무 저항 없이 따르는 모습이 끔찍하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다.어쩔 수 없는 환경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어 산 사람의 목숨을 뺏기도 하지만 획득한 물건은 나름 공평하기 나누기도 하고 어린아이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고 죽은 사람은 윤회해 다시 마을 사람으로 태어날 거라는 믿음은 보며 그들이 악인인지 선인인지 어느 순간 헷갈리게 된다.거기다 평소에는 이사쿠에게 모질게 대하기만 하던 엄마가 마지막 촌장의 결정에 흔쾌히 따르는 모습을 보며 어떤 모습이 진짜 엄마의 진심인지 고민하게 한다.계절마다 바뀌는 마을의 풍경과 바다에서 잡히는 어종의 변화는 마을의 기괴한 풍습과 삶을 아름답기보다는 고단함을 느끼게 해 어느 순간 이사쿠에게 감정 이입이 되기도 한다.그래서 아버지의 귀향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던 이사쿠의 심정이 이해돼 마음이 너무 아팠다.기대한 것보다 훨씬 흥미진진한 이야기였고 끔찍하지만 슬프기도 했던 이야기는 오래 기억할 만하다.
<닉 에덤스 이야기>는 헤밍웨이의 문학적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닉 애덤스가 등장하는 단편들을 한데 모아 주인공의 나이대에 따라 연대순으로 정리한 단편집이다.-옮긴이의 말 중에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대문호 헤밍웨이의 문학적 분신인 닉 애덤스의 어린 시절부터 전쟁에 참전 후 결혼을 하고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그린 단편 소설집이다.하드보일드 문체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그의 소설은 문장을 아름답게 꾸미지 않고 단순하고 냉철하게 쓰고 있어 그가 묘사하는 풍경이나 행동이 손에 잡힐 듯이 그려진다.특히 송어 낚시 장면이 등장하는 ’마지막 남은 좋은 땅‘과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큰 강‘을 읽을 때는 그곳에서 함께 낚시를 하는 기분이 든다.수렵 감시인의 눈을 피해 여동생과 함께 도망자가 된 닉이 낚시하는 모습과 전쟁이 끝난 후 혈혈단신 강가에 선 닉의 모습이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지만 얼마나 다르게 그려지는지 감탄하며 읽게 된다.닉의 이야기를 읽으며 헤밍웨이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진다.특히 오래전에 별 감흥 없이 읽었던 작가의 가장 유명한 소설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빛소굴 세문전 두 권을 연달아 읽으며 한때는 리옹을 함께 여행하고 헤밍웨이를 격찬했던 피츠제럴드와는 애증의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전혀 다른 스타일의 글을 읽으며 “잃어버린 세대”를 살아낸 그들의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해진다.
지금까지 피츠제럴드의 작품은 두 권 읽었다.영화로도 제작된 <위대한 개츠비>와 단편과 에세이가 실린 <어느 작가의 오후>라는 작품집이었다.‘위대한 캐츠비‘는 왜 개츠비가 위대한 지 찾기 위해 노력했고 작품집을 읽으면서는 요절한 작가의 모습이 작품에 투영돼 읽는 내내 우울했던 기억이 있다.이번에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첫 번째 시리즈 <바질 이야기>는 국내에 초역된 작품으로 1928년 4월부터 1929년 4월까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연재된 연작 소설집이다.작가의 가장 자전적인 인물 바질의 10대 성장기를 담고 있는 연작 단편들은 사랑에 쉽게 빠지고 자기애가 충만한 중산층 소년의 모습이 작가의 어린 시절을 짐작하게 한다.모두 9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 소설집은 ‘그런 파티‘를 제외하고 “바질 듀크 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사실 ’그런 파티’ 역시 처음 주인공 이름은 ’바질’이었다니 모두 바질의 이야기로 봐도 무방하다.가장 친한 친구 ‘리플리‘와 함께 여자 아이들과의 파티 계획을 세우고 성공할 듯 보이던 계획은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지고 바질이 사랑에 빠진 여자애는 다른 남자에게 눈을 돌리곤 한다.마을을 떠나 화려한 동부의 고등학교에 입학해 한동안 왕따가 되기도 하고 풋볼 경기로 영웅이 되기도 한다.금방 성공할 것 같았던 사랑은 인기쟁이 휴버트의 등장으로 한 순간의 물거품이 되고 자신이 선택받지 못한 이유가 모두 반바지를 입은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이루어질 듯한 사랑은 자기애가 넘쳐나는 말들을 구구절절 늘어놓다 바질의 본모습을 들켜 없던 일이 되기도 한다.낭만적이고 정열적이기도 하다가 한순간 구질구질해지는 바질의 모습은 우리가 지나온 청춘의 어느 날을 떠오르게 한다.고전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면 일단 한 번 읽어보기를 강력히 권해 본다.바질이 끝없이 찾아 헤매는 사랑을 응원하게 될 것이며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바질의 입을 다물게 하고 싶어질 것이다.가슴 떨리고 불안했던 청춘의 어느 장면은 지나고 나면 부끄럽기도 하고 누군가 나의 그 시절을 아는 체할까 염려스럽기도 하지만 찬란하고 찬란했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이야기다.
<문학동네 정세랑 호위 서평단에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어떤 책으로 정세랑 작가를 알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출간된 대부분의 책을 다 읽을 만큼 좋아하는 작가다.통일신라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의 출간 소식에 큰 기대를 안고 ‘설자은 시리즈’를 시작했다.당나라로 유학을 떠날 오빠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자 죽은 오빠를 대신해 남은 남매 중 가장 많이 닮은 여동생 미은이 오빠의 이름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배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비상한 두뇌와 추리력으로 해결하게 되고 백제인인 목인곤을 만나 금성으로 돌아온 후 왕에 눈에 띄어 집사부 대사로 임명된다.시리즈의 두 번째는 왕의 칙명을 받고 대사가 된 설자은이 크고 작은 사건의 해결하는 활약상을 담고 있다.첫 번째 사건 <화마의 고삐>는 어느 날 밤, 금성의 민가에서 불길이 치솟고 잿더미가 된 집안에서 어린아이 둘이 포함된 사체가 발견된다.범인이 윤곽이 잡히기도 전에 두 번째 화재가 발생하고 그곳에서도 역시 여섯 구의 시신이 발견된다.그리고 저자 거리에서는 더러운 금성을 정화하기 위해 불귀신 자귀가 돌아온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탑돌이의 밤>은 동생 도은이 탑돌이를 하던 중 천으로 쌓인 돌멩이가 날아들고 천에는 자은이 납치됐다는 내용이 적혀있다.어린 시절 자은과 인연이 있던 산아와 함께 급히 집으로 돌아오지만 연거푸 요구 사항을 적은 천은 날아들고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마지막 사건인 <용의 아들들>에선 다섯 개의 작은 수도 오소경으로 떠나는 집안들에서 신고가 들어온다. 재물을 훔쳐갔다는 신고였지만 자은이 직접 가 확인한 결과 용의 탈을 쓴 자들이 나타나 딸을 데려갔다는 사실을 밝혀낸다.사건을 파헤쳐갈수록 일반적인 도적의 행태와는 거리가 먼 그들이 진짜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순간 자은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첫 번째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가 등장인물의 관한 설명과 직책을 갖지 않은 자은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였다면 <설자은, 불꽃을 쫓다>는 왕의 신임을 얻은 설대사가 본격적으로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서는 모습이다.성별을 숨긴체 오빠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자은이 왕의 명령에 따르면서도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진짜 모습으로 살기는 꿈꾸는 모습은 애잔하기도 하다.그리고 이번 이야기에서 자은 못지않게 똑 부러진 성격으로 집안을 건사하고 오빠들을 단속하는 도은의 야무진 성정을 보는 것도 즐겁다.통일이 된 신라지만 들어온 자들과 있던 이들 사이에서는 통합이 아닌 여전한 반목이 존재함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은 작가가 아무리 자신의 소설을 믿지 말라고 강조해도 있음직한 이야기라 더 흥미롭다.거기다 왕의 명령에 인연이 닿은 자이자 마음을 주고받은 자의 목을 베어야만 하는 자은의 사정이 눈에 밟힌다.기대했던 목인곤의 활약이 다소 미미했지만 이야기는 더 남았고 자은의 정체를 아는 이가 더 늘었지만 그것이 자은이 하는 일에 도움이 됐지 해가 되지 않음을 짐작하기에 다음 이야기가 더 기대된다.“그것은 그다음의 이야기”벌써부터 다음이야기 <설자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가 기다려진다.#설자은불꽃을쫓다 #정세랑호위서평단 #설자은시리즈 #설자은금성으로돌아오다 #설자은호랑이등에올라타다 #정세랑 #서평도서 #북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