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픈 것이다 위픽
J. 김보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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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김보영 작가의 #고래눈이내린다 를 읽고 작가의 다른 이야기도 궁금해 고른 소설이다.
평소 많이 써오던 sf 소설을 기대하며 읽은 이야기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었지만 작가의 다른 장르를 볼 수 있어 더 좋았다.

암으로 돌아가신 주은의 엄마 장례식장에 친가와 외가의 친척들을 비롯 초대하지 않은 백수 친구 민재까지 참석해 시끌벅적하다.
특히 기이한 일을 겪은 뒤 번듯한 대학교수직을 버리고 새천국재림교회에 입교한 큰아버지는 전도에 목소리를 높인다.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망자를 위해 슬퍼하기보다는 각자 알고 있는 기이한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주은‘은 장례식장에 앉아 있는 돌아가신 ’엄마‘를 보게 된다.
사경을 헤매던 엄마는 주은에게 가고 싶은 곳을 말하지만 끝내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엄마가 돌아가시자 주은에게는 후회만 남는다.

소설 속 장례 장면을 예소연 작가의 #그개와혁명 의 장례식장 모습과 오버랩하며 읽었다.
예소연 작가의 장례식이 소설 속에서나 꿈꿀 수 있는 장례식장의 모습이라면 김보영 작가가 그린 장례식장은 울다가 웃기도 하는 현실 그대로의 장례식을 그리고 있다.

눈을 감으면 ‘변위‘의 세계로 떠날 수 있는 주은이지만 너무나 현실적으로 엄마의 병을 대해 엄마는 병원에만 계시다 돌아가신다.
주은이 후회하는 모습은 병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던 하는 후회이기에 주은의 심정을 공감하며 읽게 된다.

작가는 ‘왜 똑똑한 사람들이 그리 쉽게 사이비에 빠지는가?”를 생각하다 소설을 썼다고 한다.
헤프게 기이를 경험하면 그것은 일상이고 보통의 일이지만 한 번의 기이한 경험은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기도 한다.
한 번의 경험으로 사이비에 빠진 큰아버지의 현재의 모습이 질문의 답이 아닌가 싶다.
장례식장의 에피소드는 초초초사실주의 문학, 주은의 변위는 역시 sf 작가다운 설정이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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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정호승 우화소설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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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우화소설은 동물이나 식물을 비롯 기타 사물이 인격화되어 주인공으로 등장해 그들의 행동에서 풍자와 교훈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우화소설로는 “이솝우화”가 있습니다.

젊은 도공이 맨 처음 만든 항아리가 오줌독에서 범종의 음관 역할을 하는 과정을 담은 “항아리”를 시작으로 정호승 작가의 우화소설 <항아리>에는 모두 44편의 짧은 우화소설이 담겨 있습니다.
선인장으로 태어난 게 늘 불만이었던 ‘선인장 이야기‘는 타고 난 태생은 물론 아버지의 지혜까지 무시한 아들 선인장은 말 안 듣는 ‘청개구리‘를 떠오르게 합니다.

‘밀물과 썰물‘ , ’동고동락‘, ’열쇠와 자물쇠’ 처럼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함께 해야만 존재감이 드러나는 것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들은 한 몸처럼 함께 해야 빛을 내고 완벽해지는 존재들이지만 처음에는 무조건 반목합니다.
어떤 이들은 다시 돌아와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 하지만 파괴를 선택해 모두가 불행해지기도 하는 이야기에서 현실의 인간관계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화 소설집에는 ’비익조’ ,‘상사화‘, ’인면조‘, ’창덕궁 잉어‘, ’오동도‘, 등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 속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특히 동백꽃이 아름다운 ’오동도‘ 이야기는 뭍으로 나간 사랑하는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렸을 소녀의 마음이 전해져 눈물처럼 뚝뚝 지는 붉은 동백꽃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드커버의 소설집은 만듦새가 튼튼하고 아름답습니다.
저는 습관처럼 처음부터 차례로 이야기를 읽었습니다만 단편인 우화소설은 순서 없이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시간을 들여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고 잠깐의 짬을 내 한 편씩 곱씹으며 읽으면 더 좋은 소설집입니다.
그래서 긴 이야기를 읽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가 읽기에도 좋고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면 오래도록 곁에 두고 함께 할 소설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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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면서 본다 - 런던 V&A 박물관에서 만난 새로운 여행 방법
이고은 지음 / 후즈갓마이테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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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후즈갓마이테일 출판사에서 선물 받았습니다.>

작가는 2008년 런던 채류 중 런던 사우스켄싱턴에 있는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A 박물관)을 관람객이자 창작자로 자주 찾았다고 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예술. 디자인 전문 박물관은 ‘모두를 위한 교실’을 모토로 설립됐고 배우고 관찰하며 창의적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하네요.
처음엔 박물관 자체에 매료돼 종종 방문했는데, 어느 날 문득 직접 그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나씩 골라 그리기 시작했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작품도 20분 이상 바라보는 일은 힘들지만 드로잉을 하면서 20분은 훌쩍 지나갔다고 합니다.
어떤 대상을 그릴 때는 그릴 대상을 보면서 그리지 그리면서 본다는 생각을 해 보지 못한 나는 “그리면서 본다”는 제목을 다시 곱씹어 봅니다.
그리면서 보는 과정을 통해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관찰하는 경험‘을 하게 된 작가는 창작의 기쁨은 물론 그 전시물이 내 것이 된 듯한 만족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드로잉 에세이‘로 분류된 책은 작가가 드로잉을 시작했던 이유와 만족감을 프롤로그에 담아 설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분 바라보는 드로잉 여행‘의 방법과 준비물까지 자세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들어가기 전 드로잉 작품을 보는 법까지 세세히 알려주고 있어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에 한층 가깝게 다가가게 해 줍니다.

작가가 직접 그린 30여 점의 드로잉을 보는 것도 충분히 즐겁지만 작가가 알려주는 깨알 같은 드로잉 여행 꿀팁은 앞으로 드로잉 여행을 시도해 볼 누군가에게 그야말로 꿀팁이 될만합니다.
사철제본이라 드로잉을 볼 때 어떤 방해도 없이 활짝 펼쳐지는 점도 좋고 책의 띠지가 박물관을 그린 드로잉 작품이라는 사실도 띠지를 소중하게 간직하게 합니다.

거기다 “V&A 박물관 찾아보기“ 의 QR 코드를 찍어 보면 실제 전시 물건 사진과 드로잉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작가가 세심한 관찰을 통해 그린 그림을 보고 글을 읽는 동안 무엇인가 그리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내내하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언제 실현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꼭 시도해 보고 싶은 드로잉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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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정호승 우화소설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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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몇 년 전 화순 운주사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온전하게 보전되지 않은 천불천탑과 골짜기 언덕 위에 누워있는 거대한 와불을 보고 오는 길에 정호승 시인의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로 시작하는 <풍경 달다>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호승 작가의 우화소설 <인연>은 운주사 대웅전 처마 끝에 달려있는 풍경의 물고기가 비어가 돼 경험한 모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서울 조계사에 계산 한 스님이 ’불교백화점‘에서 운주사 대웅전에 달기 제격이라고 생각해 산 풍경 한쌍은 대웅전 서쪽 처마 끝과 동쪽 처마 끝에 자리를 잡습니다.

서쪽 처마 끝의 푸른툭눈은 동쪽 처마 끝의 검은눈툭을 사랑하지만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삶이 다가 아닌 듯 여겨집니다.
어느 날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새끼 제비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린 푸른툭눈은 하늘을 나는 비어가 되어 세상을 향해 날아오릅니다.

푸른툭눈은 자유롭게 날아 바다에 다다르게 되고 그곳에서 흰물떼새와 바다를 더욱 아름답게 한다는 섬을 향해 출발합니다.
그러나 흰물떼새는 공격하는 청회색 매에게서 푸른툭눈을 구하고 매의 먹이가 되고 맙니다.
죽음을 처음 목격한 푸른툭눈은 왜 흰물떼새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던졌는지 곰곰이 생각하며 괴로워합니다.

소설은 운주사를 떠난 푸른툭눈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붕어찜 식당에서 요리가 될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저수지에서는 낚싯바늘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사랑했던 잿빛 비둘기에게 버림받기도 합니다.

푸른툭눈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자신과 꼭 닮았지만 정적이고 현재의 안정적인 삶에 만족하는 검은툭눈을 이해하지 못해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고 싶어 합니다.
끊임없이 사랑을 찾아 헤매는 모습은 우리 인간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사랑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우리는 그 사랑을 믿지 못해 힘들어하곤 합니다.
처음 본 푸른툭눈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흰물떼새도 있고 민들레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 나가는 아이도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자 헌신짝처럼 사랑을 버리는 이도 있습니다.

불같은 사랑도 좋고 언제나 함께 꼭 붙어있는 사랑도 좋지만 진짜 사랑은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를 반겨주는 사랑이 진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 “내가 진정 사랑을 했으면 그것이 곧 성공이야.”(p156)라는 검은툭눈의 위로가 크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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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만나는 시간 별빛그림책방
브루스 핸디 지음, 리스크 펭 그림, 신형건 옮김 / 별빛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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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별빛책방출판사에서 선물 받았습니다.>

빛이 있는 곳에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 그림자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그림자를 처음 인식하는 순간 두려워하기도 하고 그림자를 쫓아 즐겁게 걷기도 합니다.
그림자는 언제나 우리와 같이 하는 까닭에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훨씬 많기도 합니다.
<그림자를 만나는 시간>은 늘 우리 곁에 있는 그림자에 관한 그림책입니다.

“그림자가 있어요.
새로운 그림자,
하지만 밤의 끝자락을
슬쩍 보여 주는
아침의 그림자예요.”

산 위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그림자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언덕도, 곤충도 크기와 모양도 제각각인 그림자가 온 세상을 채우지요.
그림자는 오전이 지나면 점점 짧아지다 한낮이 되면 짙고 아주 짧은 그림자가 됩니다.
오후가 되면 그림자는 죽죽 늘어나 길쭉하게 되고 해가 사라진 하늘에 달이 떠오르면 가늘고 고운 그림자를 생깁니다.

그림책은 단순히 그림자에 대해 설명하는데서 멈추지 않고 한 아이가 홀로 집을 나서 친구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은 물론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인 걱정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물 위에 생기는 윤슬을 보고 친구들과 함께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걱정의 그림자는 사라집니다.
그림자의 하루는 책을 읽는 독자의 하루가 되어 마지막에는 편안하고 안전한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림책은 <뉴욕 타임스> 최고의 어린이책’ 2회 선정 작가 브루스 핸디의 글을 쓰고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 리스크 펭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특히 시인이자 번역가 신형건 작가가 번역한 글은 시를 읽는 듯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그림책은 그림자에 대한 설명하는 과학책으로 읽어도 좋고 늘 우리 곁에 있어 의식하지 못하지만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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