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인간 위픽
김성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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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물론 주위에 믿을 만한 사람 하나 없는 ‘나‘,
언니는 일찌감치 가출해 소식이 끊기고
고3여름방학에 어머니가 불을 냈고 그 화재로 부모님이 돌아가신다.

‘나’는 어찌어찌 이단인 교회에 의탁해 대학을 다니게 된다.
교회마저 붕괴되자 휴학계를 내고 여행을 떠난
그 곳에서 ‘탈리아’를 만나게 된다.

봄이 되어 이별이 임박해지자 탈리아는 함께 여행을 제안하고
“덥지도 춥지도 않고 변덕스러운 세상과 달리 항상 일정”(p25)한
지하 캠프로 들어가게 된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나’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과 겹쳐보여 마음이 아파온다.

미덥지 못한 어른과 암울한 미래, 그리고 어지러운 세상……..
두더지 굴로 찾아가 무모해 보이는 땅파기에
열중하는 그들이 모습이
모두 어른들의 잘못에서 기인한 듯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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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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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권으로 완결될 줄 알았던 가가 형사 시리즈가 <희망의 끈>으로 다시 이어졌지만 ‘희망의 끈’에서는 가가 형사의 사촌 동생인 마쓰미야 형사가 주인공이라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되는 가 싶었다.
가가 형사 시리즈는 작가의 초창기인 1986년 <졸업>을 시작으로 장장 38년째 이어지고 있는 데 작가의 101번 째 작품으로 만날 수 있어 더 의미가 새롭다.

호화 별장지로 여름 휴가를 온 다섯 가족은 연례 행사처럼 진행되는 바베큐 파티가 끝나고 각자의 별장으로 돌아간 늦은 밤 파티 참석자 중 다섯 명이 살해되고 한 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전통있는 호텔의 고급 레스토랑에 젊은 남자가 고급 음식과 와인을 시켜 먹은 후 자신이 별장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고 말하며 경찰을 불러줄 것을 부탁한다.
스물 여덟살의 범인 히카와 다이시는 부유한 가정의 아들이지만 가족에게도 외면 받는 히키코모리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단지 사형을 받고 싶어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할뿐 살인의 구체적인 방법이나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범인이 사형을 당할 경우 사건의 진실이 영원히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유족들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범인이 머물렀던 호텔에서 ‘검증회’를 열기로 한다.
그리고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여도 도움될 사람을 데려와도 된다는 조건의 검증회에 가가 형사는 남편을 잃은 하루나와 동행하게 된다.
부모를 모두 잃은 도모카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기숙사 사감과 함께 참석하고 부인을 잃은 다카쓰카 회장은 지역경찰로 사건을 직접 조사한 사카키 형사과장과 함께 온다.

가가 형사의 사회로 시작된 검증회는 파티에 참석한 가족 모두에게 그날의 기억을 되짚어 가며 사건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다.
늦은 시간까지 진행된 검증회는 다음 날 사건 현장에 나가 범인의 동선을 그대로 따라가며 진행되면서 빈틈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모카와 함께 온 기숙사 사감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참석자들은 큰 혼란에 빠진다.

범인을 찾는 수사가 아닌 사형을 당하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말만 남기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범인이 진짜 살인을 저지른 이유를 알기 위해 유가족이 모여 함께 추리해 나간다는 형식의 이야기다.
그러니 범인의 뒤를 쫓기 위해 급박하게 행동할 필요도 없고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첫째 날의 검증회는 다소 지루하게 흐르는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건의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완벽해 보이는 가족의 이면에는 비밀이 있고 더없이 친절한 이웃은 웃는 낯으로 대하지만 뒤돌아서서는 서로를 깍아내리고 자기들과 경제적 형편이 다른이를 보며 수근거리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검증회가 진행될 수록 부유하고 행복하게만 보이던 가족들의 비밀이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하고 모든 사실이 밝혀져 안도하는 순간 허를 찌르는 반전은 아침 드라마급이라 더 놀랍다.
특별할 것 없는 질문들과 참석자들의 사소한 태도에서 진실을 밝혀내는 가가 형사의 실력을 보며 앞으로 가가 형사 시리즈는 오래도록 이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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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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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도서관 지하에 자리한 ‘괴이 민속한 연구실’, 줄여서 괴민연은 도조 마사야라는 필명으로 변격 탐정소설과 괴기환상 소설을 쓰는 작가인 도조 겐야의 연구실이 있다.
소설은 괴민연에 상주하며 글을 쓰는 ‘덴큐 마히토’에게 대학생 ’도쇼 아이‘가 자신이 직접 겪었거나 도조 겐야가 수집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덴큐가 논리적인 추리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모두 다섯 편의 괴이한 이야기가 실린 소설에 정작 도조 겐야는 직접 출연하지 않는다.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도 이미 여러 권의 도조 겐야 시리즈가 번역되었지만 스핀 오프격인 ’걷는 망자’를 먼저 읽어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는 무방하다.

첫 번째 실린 표제작 ’걷는 망자’는 도쇼 아이가 어린 시절 여름방학동안 외할머니집에 머물다 경험한 일로 해질녘이면 절대 지나면 안되는 ‘망자길’에서 겪게 된 일이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지름길인 망자길을 지나게 된 아이는 죽었지만 살아 있고 살아 있지만 죽어있는 모순된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인 안리 가즈히라는 탐정 소설을 좋아하는 가미나시 다케루와 친구가 돼 그 집을 드나들게 된다.
그리고 비밀을 가득 안고 있는 가미나시의 집에서 ’다가오는 머리 없는 여자‘와 마주치게 된다.
마을의 유지인 집안의 자제를 포함에 어린 아이들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는 일과 깊은 산 속 길잃은 등산객 앞에 나타나는 크기가 작아지는 집의 비밀은 ’배를 가르는 호귀와 작아지는 두꺼지집‘에서 만날 수 있다.

신입생인 마사요는 요괴 연구회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자시키 할멈이 나오는 온천장으로 요괴 체험 여행을 떠난다.
예약한 여관에 묵게 된 그들은 ’봉인지가 붙은 방의 자시키 할멈‘에게 회장인 다카코가 목숨을 잃을 뻔한다.
’서 있는 쿠치바온나‘는 도조 겐야가 직접 겪은 일로 관 속의 시체가 튀어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소설은 격세유전으로 괴이한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도쇼 아이와 도죠 겐야의 연구실을 지키고 있지만 겁이 많아 괴이한 이야기를 필사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덴큐 마히토 두 콤비의 활약으로 진행된다.
도쇼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은 덴큐는 탐정이 사건을 추리하듯이 괴이한 이야기에 논리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물론 그가 제시한 논리가 맞는지 틀린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는탓에 믿고 안 믿고는 독자의 몫이다.

옛 이야기 속에 나올 법한 괴이한 일들의 비밀이 덴큐 나름으로 풀이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호러소설의 기기괴괴함만이 아닌 덤으로 추리의 맛을 볼 수 있어 좋다.
더운 여름 마쓰다 신조 입문용으로도 좋고 잠시 더위를 잊기에도 최고다.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도 궁금해질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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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 위픽
이문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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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소설 속 이야기였음 좋겠다.
2014년 4월의 그 바다도
2022년 10월의 그 골목도.

그 바다에서 살아나온 애진은
진학을 원했던 유아교육과를 포기하고
응급구조학과에 지원해 응급구조사가 된다.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생존자의 기록이
소설이어도 소설로만 읽을 수 없다.

”심장을 살리는 일은
때로 다른 심장을 포기해야 하는
차가운 일이었다.“ (p37)

이 짧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려온다.

아침에 집을 나선 모든 이들이 저녁이 되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되길
그리고 이름으로 기억되지 않는 이들이 이제는 평안한 안식에 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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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에 별을 보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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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로 인한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우리 일상생활은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작으로 마스크 쓰기 의무화는 물론 매일 뉴스에서는 확진자 수와 접촉자에 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이 까마득하기도 하지만 그 당시 모든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고 생활 역시 엉망진창이었고 두려운 나날이었습니다.

소설 <이 여름에 별을 보다>는 팬더믹 시대를 보내는 중,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바라키 현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사는 학교가 휴교하면서 천문부 동아리 활동은 물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과도 함께 할 수 없어 속상하기가 합니다.
도쿄 도의 마히로는 올 해 중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중 유일하게 남학생으로 차라리 휴교가 길게 연장되기를 바랍니다.
나가사키 현의 고등학교 3학년인 마도카는 가업으로 3대째 료칸을 운영하고 있어 외지인이 손님으로 온다는 이유로 가장 친한 친구와의 사이가 멀어집니다.

이야기는 다른 지역에 사는 나이도 성별도 다른 학생들이 공통적인 관심사인 별을 관측하며 팬더믹 시대를 견뎌 가는 소설입니다.
처음부터 천문에 관심이 있던 아사는 물론 우연한 기회로 관심을 갖게 된 마히로와 마도카는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살고 있어서 쉽게 만날 처지는 못 됩니다.
팬더믹이 아니였다면 함께 할 수 없었던 아이들은 그들이 고안해 낸 방법으로 함께 별을 관찰하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아이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함께 응원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갑니다.
어른인 선생님과 천문대의 관장은 먼저 나서서 아이들의 일을 처리해주기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고민하고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보조 역할을 할 뿐입니다.
풋풋하기만 한 아이들의 모습과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까워지는 친구들의 모습이 유불리만으로 인간관계를 규정하는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려줍니다.
거기다 망원경을 만드는 과정과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에서 과학적 이론을 덤으로 얻을 수 있어 흥미진진합니다.

주위에 중,고등학생이 없기에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 생활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단단한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지금 청소년은 시기를 보내는 독자는 물론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어른들에게 강추합니다.
너무나도 무해하고 풋풋한 이야기를 읽으며 여름 밤하늘의 별자리를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도서는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돼 ‘내 친구의 서재’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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