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워커스 - 일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모빌스 그룹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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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일이 좋아서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들. 브랜딩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열광할수밖에 없는 모빌스그룹의 책이 드디어 나왔다. 제목부터 짜릿한 <프리워커스>.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을 시작부터 유튜브에 낱낱이 공개하며 팬들을(모쨍이들! 나도 모쨍이!)을 모으고, 급기야는 노동절 대잔치로 수천명의 사람들을 집결시킨 모빌스그룹. 이 팀은 어떻게 순식간에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가 되어버린 걸까? 이 팀은 대체 어떻게 일하는 걸까?



프리워커란 누구인가. ‘일하는 형식이나 위치에 관계없이, 내가 내 일의 주인이라면 프리워커다.‘ 그렇다면 결국 프리워커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물음은 어떤 일을 할지가 아닌 ‘어떤 태도로 일할 것인가‘일테다. 모빌스그룹에서는 브랜드 기획자가 프로듀서가 되고, 디자이너가 유튜버가 된다. 이들은 직함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해보지 않았던 일에도 거침없이 뛰어든다. 시도하고, 고치고, 나아간다.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엉성하더라도 기록을 남기고 공유한다는 것. 이들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정해지기 이전부터 모춘의 퇴사 직후 이야기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가감없이 공유했다. 브랜드 자체가 아니라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에 집중한 셈이다. 그 외에도 두낫띵클럽과 협업하며 느슨하지 않은 느슨한 연대를 만든 이야기, 팬과 함께 만드는 ‘누브랜딩‘이야기 등 모빌스그룹이 지나온 여정들에 대한 이야기가 책 속에 가감없이 담겨있다.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모빌스그룹의 채널 ‘MoTV‘를 알게된 이후 남몰래 이들을 응원해왔다. 모쨍이로서, 책임감있는 태도로 내 일을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 책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었음은 물론이다. 일과 라이프스타일의 비중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 둘이 크게 다르지 않은 이들이라면 모빌스그룹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이들의 콘텐츠 중 ‘현실조언‘시리즈를 가장 좋아하는데, 인터뷰 중 ‘실패와 불안은 디폴트‘라는 이야기가 꼭 나온다. 그러니 모두 실패와 불안을 두려워하지 말고 ‘프리워커‘로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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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좋은 직업 - 두 언어로 살아가는 번역가의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권남희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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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다! 맑은 날 가벼운 옷차림으로 사뿐사뿐 공원을 산책하는 기분.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사노 요코 등 내로라하는 일본 작가들의 책을 30년째 번역하고 있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번역을 하고 싶다‘는 권남희 번역가의 에세이 <혼자여서 좋은 직업>. 번역과 일상에 대한 시시콜콜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책이다. ‘번역하는 일은 행복하고 글 쓰는 일은 즐겁다‘는 저자의 말처럼 문장마다 즐거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그러니 읽어도 읽어도 더 읽고싶을 수밖에. 역시, 아쉬운 것은 분량 뿐!



‘하루도 이 일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다‘는, ‘8할이 운인 가성비 좋은 인생’이라는 저자. 소심하고 수줍은듯 하지만 쾌활하고 낙천적인 기운이 문장 곳곳에 흐른다. 이런 것이 베테랑의 여유일까. 그런가하면 저자가 솔직하게 풀어놓는 일상의 이야기 앞에선 쿡쿡 웃을 수 밖에 없다. 프리랜서의 원수 스마트폰, 암울한 패션감각, 엄마와 딸과 함께하는 이야기까지. 저자가 ‘지하철이 4호선까지밖에 없던 시절’부터 계속해온 번역에 얽힌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사노 요코의 책에 미처 그대로 실리지 못한 역자 후기를 읽는 기쁨이 있었다.



왜 많은 분들이 저자의 책을 손꼽아 기다렸는지 알겠다. 이 책을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번역가가 될 생각은 조금도 없으면서 저자의 이전 책 <번역의 살고 죽고>를 연이어 읽고 있는 참이다. 작년에 나온 에세이 <귀찮지만 행복해볼까>는 아껴서 읽어야지. 그래서 다음 책은 언제 나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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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지음, 김유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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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비평가 마틴 게이퍼드의 미술 작품 탐방기를 그린 <예술과 풍경>. 전문적인 비평서라기보다는 저자가 미술 작품을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위해 세계 각지를 여행한 기록에 가깝다. 저자는 루마니아, 이탈리아, 중국,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를 넘나들며 조각, 회화, 사진작가 등 작품과 작가들을 만난다. 웹 상에서 클릭 몇 번이면 어떤 작품이든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오로지 ‘바로 그 작품‘을 ‘바로 그 곳‘에서 보고자 모험을 감행하는 저자의 모습은 ‘덕후‘의 형형한 의지로 가득 차 있다. 그렇지만 여행이 어디 쉽던가. 그는 생전 처음 가보는 곳에서 길을 잃고, 간발의 차이로 작품을 보지 못하며, 예정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미술관으로 향한다. 물론 독자로서는 더욱 친근하고 풍성한 글을 읽을 수 있어 즐거울 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저자와 예술가들이 나누는 대화다. 그동안 다양한 예술가들과 친근하게 교류해온 저자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베니스의 궁전에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만나 ‘퍼포먼스 속 거대한 예술의 에너지‘에 대해 논하고, 까다롭게 인터뷰하기로 유명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에게서 그가 직접 수정한 드로잉 북을 선물받는다. 저자가 상대방으로부터 깊이 있는 대답을 이끌어내면서도 결코 놓치지 않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의 분위기다. 어떤 환경에서 대화가 이루어졌는지,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며 그가 받은 느낌은 어떠한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는 지식을 뽐내거나 젠체하지 않고 독자를 대화가 이루어지는 바로 그 순간으로 끌어들인다.



예술은 지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상의 경험이 아닌 실제 경험, 즉 실제 작품을 감상하고 실제 사람과 만나는 것이야 말로 가장 깊고 풍요로운 경험이다.‘(14p) 정말 그렇다. 작품을 만들 때 예술가가 서 있었을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경험은 절대로 대체될 수 없다. 또한 바로 그러한 경험들이야말로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겠나.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직접 원작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날이, 마음 놓고 공연장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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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 - 마종기 산문집
마종기 지음 / &(앤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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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문학의 효용이 위로라면 바로 이런 글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60년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독자들 곁에 자리해온 마종기 시인의 에세이 <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 시인이 사랑한 예술과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 그가 고국을 떠나 시인이자 의사로서 살아온 지난날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시인의 문장은 다정하고 따뜻하다. 책을 읽는 내내 봄볕에 슬며시 녹는 눈이 된 것만 같았다. 잔뜩 긴장해있다가도 시인의 문장을 읽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편안을 누릴 수 있었다. 고집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내세움 없이 겸손한 글 앞에서 어떻게 감동받지 않을 수 있을까. 시인을 좇아 부지런히 마음을 닦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지 다짐할밖에.



외국에 사는 게 힘이 들어 시를 쓰고, 외로움에 부칠 때 미술과 음악을 찾았다던 시인. 책 속에서 그는 ‘생활 속 즐거움‘이자 ‘오랜 세월 자신을 살려준 은인‘인 예술 이야기를 두런두런 풀어놓는다. 그가 이야기하는 예술은 지식이 아닌 ‘가슴과 가슴의 인사고 감동과 참을 수 없는 매혹의 집산‘(91p)이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는 이야기다. ‘서정의 파수꾼‘이라 불리는 시인의 시 세계를 지탱해 준 예술 작품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었고, 예술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확신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의학과 예술, 현대 시의 미래 등을 다룬 글에서는 시인의 넓은 식견과 깊이있는 통찰을 엿볼 수 있었는데, 역시 결론은 이해와 포용과 사랑으로 나아가는 예술로 이어졌다. 투명하고 순수하고 강력한 예술의 힘, 아름다움!



어떤 식으로든 자기 자신을 뽐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시대에 이토록 겸손하면서도 선한 문장을 만날 수 있음이 감격스럽다. 본문에 수록된 시인의 시와 이재용 작가의 사진이 무척 아름답게 어울려서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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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시대 - 문보영 에세이 매일과 영원 1
문보영 지음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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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찬론자로서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 없었던 책, 이름하여 <일기시대>. 문보영 시인의 새 에세이다. 일기에 도저히 타인에게 보여줄 수 없는 지리멸렬한 감정의 파편들을 휘갈기는 나로서는 일기라는 제목을 붙인 글을 세상에 내보이는 시인이 굉장히 용감하고 멋지게 느껴졌다. 물론 시인의 일기는 보여질 것을 조금은 각오하고 쓰여진, 형식적인 것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글 정도가 아닐까 싶지만. 아무렴 어떤가. ‘무언가가 되기 위한 일기가 아니라 일기일 뿐인 일기, 다른 무엇이 되지 않아도 좋은 일기를 사랑한다.‘(12p)는 서문의 문장에 이미 넘어가버린 것을.



시인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법한 일상조차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해낸다. 책을 읽는 내내 꿈과 상상과 현실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듯한 기분이었다. 불면의 새벽시간을 버티는 순간은 ‘방 안에서 살아남기‘가 되고, 매일 가는 도서관을 새롭게 느끼는 방법은 ‘도서관 가는 길‘로 그려진다. 역시 비슷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제대로 붙잡는 방법은 ‘다르게 보기‘에 있는게 아닐까. 시선을 비틀고, 생각을 비틀고, 어제와는 다른 각도로 새롭게 살아가기. 지나치게 현실에 몰입하지 말고 가끔은 꿈과 상상을 섞어서 현실을 살기. 시인의 일기를 읽다보면 왠지 나도 이전과는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을 것만 같다. 일기 속에 감정의 파편들 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무지갯빛 조각들도 적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손그림과 전시된 꿈 이야기, 구독 서비스를 하면서 받게된 독자들의 답장, 전화로 시를 읽어주는 ‘콜링 포엠‘ 이야기가 특히 좋았다. 시인이 시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무렵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책이 등장할 때는 편애하는 마음을 담아 잔뜩 표시를 해두었다. (이틈을 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전집 발간 제발!) 그렇지만 내가 시인의 글을 읽을 때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그가 슬픔과 불안에 솔직해질 때, 더 나은 무엇이 아니라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에 집중해낼 때다. 그리고 이런 문장들을 발견했을 때! ‘나는 나를 인간이라고 말하기보다 ‘준인간‘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삶을 산다는 말보다 ‘준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뭐든 조금 낮춰서 부르면 살만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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